3. 영재교육과 특수교육
이 분야의 교육은 미국이 수준별 학습을 실시하는 풍토이므로 용이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즉 학습자 중심으로 능력에 맞게 가르친다는 취지에서 보면 월등한 학생과 장애가 있는 학생을 일반 학생처럼 교육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 영재교육
미국은 일반 초등학교에도 우수학생 담당교사가 있어서 우등생은 수업 중에 데려다가 따로 공부를 시키는 등 능력이 높은 학생을 위한 방안이 있다.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을 위해 모든 주에 걸쳐 영재교육 과정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각 교육청은 이런 학생들을 위한 영재교육프로그램(Gifted and Talented=GT/Advanced and Gifted Program=AG)을 운영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전문 영재학교가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한 학군 내에서 특정 학교에 GT반을 설치, 운영한다. 어떤 학군은 조기 발견에 중요성을 두어 신입생 2학기 때 영재를 뽑아 GT로 보내는가하면, 저학년 동안의 성취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고학년이 되어서 GT로 보내는 학군이 있다. 중, 고등학교에서는 과목에 따라 성적이 월등한 학생은 수준 높은 반을 택하고 고등학생이라도 월반하여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듣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그 외에 우리나라의 특수 목적고 같은 마그넷 스쿨(Magnet Schools)이 있다.
영재 선발과정은 상당히 엄격하다. 먼저 학생은 교사의 추천이나 학부모의 요청으로 진단 검사를 받는다. 각 주에서 규정하는 영재 판별 기준에 따라 IQ테스트 뿐 아니라 과학, 컴퓨터, 예술 영역에서 테스트가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 수치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재담당교사(gifted resource teacher)와 심사위원회가 결과를 놓고 대상자의 영재여부를 가려내는 심사를 한다. 위원회는 대개 심리상담교사, 과목 담당교사 혹은 담임, 교육청 소속 영재교육 담당자, 그리고 교장 등으로 구성되고 부모 입회 하에 회의를 한다.
여러 가지 테스트와 관찰 과정을 거쳐 학생이 영재로 판명되면 그때부터 학생은 GT가 운영되는 학교로 옮겨간다. GT과정은 단순히 해당 과목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영재 학생의 성격, 학습방법 등을 고려해 짜여진다. 특히 영재들의 취약점인 사회성 발달, 인간애 인식 등에 대한 교육도 중시한다. GT 교사들은 특수교육을 전공한 사람들이거나 주의 교육 규정에 따라 영재교육 분야의 전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인데 매년 일정 시간 이상 재교육 받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청 행정직원들도 매년 재교육을 받는다.
영재교육대상자들이 GT학교로 옮기지 않고 자기 학교에 남아 영재담당교사와 심화수업(enrichment class)을 받는 경우 우수 학생을 위해 담임과 담당 교사 간의 협력 체제로 학생을 교육한다. 능력을 파악해 특정 과목만 수준을 올려주는 과목진급(subject acceleration)을 하든지 짧은 기간에 전 과목을 다 마치게 도와주는 단축과정(telescoping)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미국은 공립학교에서도 영재는 일찍부터 찾아내어 특별 교육을 시키고 그 외 일반 학생이나 능력이 낮은 학생들을 위한 교과과정은 한국에 비해 상당히 수월하다. 성적 부진아는 학년을 올리지 않고 같은 학년을 더 다니게 하는 예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똑똑한 학생은 더 가르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기초학력만 닦게 하는 것이 미국 교육 풍토라는 인상을 준다.
나. 특수 교육
미국은 학습장애, 집중력장애, 행동장애, 나아가 중중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제도가 발달해 있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하여 미국의 교육청은 진단 방법과 교육방법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아울러 일선 학교에는 특수교육교사 여러 명이 배치되어있어 교사들과 협조체제를 이루면서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놀이터를 비롯한 학교의 모든 시설은 장애아동이 쉽게 접근해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주목되는 점은 반드시 심한 장애만을 관심 두는 것이 아니라 읽기 실력이 부족한 아이, 지나치게 산만한 아이들도 특수교육 대상으로 본다. 교사들은 해당 학년에 맞는 읽기 능력에 못 미치는 아이는 학습장애 여부를 테스트해보거나, 수업 중 집중을 하지 않고 말이 많은 아이는 심리검사를 받아보라고 부모에게 권고한다. 장점으로 보이는 이러한 관심이 교사들 사이에 자칫 심각하지 않은 문제도 특수교육에 맡기려 들거나 전문가의 처방에 의존하려는 태도를 보이게 한다.
장애교육은 장애의 조기 발견에 역점을 두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이상 행동을 발견한 경우 학교에 진단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 교사가 학생의 이상 행동을 관찰한 경우 그 학생은 부모의 동의 하에 진단 평가를 받게 된다. 교사자격증을 받으려면 전공을 불문하고 장애아동에 관한 과목을 이수하게 되어있어 일반 교사들도 특수 교육에 관한 기초지식은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의 판단 아래 그 학생이 장애로 판정되면 과목 교사, 담임, 상담교사, 그리고 부모가 한 팀이 되어 개인별 학습 프로그램(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IEP)을 작성한다. 이 팀이 정기적으로 만나 작성된 IEP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학생의 문제를 도와준다. 특수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야하는 학생을 위해서는 전문기관에서 재활교육과 사회적응 훈련을 시킨다. 그러나 장애가 심각하지 않은 학생은 일반학교에서 생활하며 일정 시간만 특수교사의 지도를 받는다. 그 외에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을 만들어 일주일에 일정시간 일반 교실에 들어가 비장애아동들과 함께 수업을 한다.
학교도 못 갈 정도의 중증장애아나 건강이 나쁜 아동을 위해서는 학교 소속의 교사와 물리치료사가 집으로 찾아가 서비스를 한다. 이런 서비스는 장애아를 둔 부모가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며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미국 장애자교육법(IDEA)에 따른 학교의 의무사항이다. 이 법이 제정되고 여러 번의 개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발달된 특수교육이 자리 잡기까지 학부모 단체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