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햇볕이 따가와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던 어느 날 오후,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낮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서서 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 날은 마을 버스를 오래 타야 하는 날이어서 자리를 잘 잡아야 했지요. 버스가 와서 사람을 태우고 잠깐 가다가 마을 어귀에서 좌회전을 한번 하고는 한참을 곧장 가거든요. 어느 편 자리에 앉아야 그늘이 질까....버스를 기다리며 그림자 방향을 보았습니다. 흠.... 버스 오른편이 그늘이 오래 지겠더군요. ...버스가 왔고, 운전사 아저씨 뒤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습니다. 몇 분 간은 눈이 부셨지만, 조금 지나서 제 예상대로 시원한 그늘이 생겼습니다....^^ 만약 제가 그 노선에 대해 잘 모르거나 동네 지리를 잘 몰랐다면...., 일단 차에 타는 순간 그늘이 진 자리로 가서 앉았을 지도 모르지요. 그 날 어느 분이 저와 같이 탔는 데 저와 반대편에 앉았다가 잠시후 버스가 방향을 트니까 곧 자리를 옮기시더군요. 그 날 자리가 한가해서 그렇지, 그 분 고생하실뻔 했어요. (정말이지 햇볕이 장난이 아닌 날이었음!) 간만에 마을 버스를 타고 울퉁불퉁 산 길을 넘어 가는 동안,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판단'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미리 가 본 적이 없다 하더라도, 지리라도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사람들 중에는 얼마 안 가 버스가 방향을 바꾸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그늘진 곳에 가서 앉는 사람도 있을테고, 햇볕이 따갑든 그늘이 지든 아무 곳에 앉았다가 자기가 내릴 곳에서 적당히 내리는 분들도 있겠지요. 어떤 계획을 세울 때, 그 장기적인 전망을 생각할 때는 '구조'(예를 들면 '지리', '과정')등에 대한정보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버스를 타는 일 정도야 자리를 잘 못 잡는다고 해서 크게 낭패 볼 일은 아니겠지만, 어떤 중요한 일을 시작한다던지 할 때는 정보가 부족해서 방향을 잘 못 잡으면 크게 낭패를 보기도 하잖아요. ...아이를 기르는 일도 이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 앞에 벌어질 예측하지 못할 장래에 대해서 부모가 미리 준비하고 싶다면, 앞으로 아이에게 닥칠 문제들(예를들어, 학교 교육과정과 입시 문제등)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을 버스가 지금은 직선으로 가더라도 어디쯤 에서 좌회전을 하는 지 우회전을 하는 지를 미리 알아 보는 일 처럼 말이죠. 그런 객관적 사실은, 되도록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지금은 햇볕 드는 곳에 앉을 것이냐 처음부터 그늘에 앉을 것이냐) 하는 것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겠죠. 한 가지의 정확한 사실이 단 한 가지의 현명한 결론만 만들어 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객관적 사실이 한 가지라도 그 것을 어떻게 준비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는 여러가지일 수 있겠지요.... 눈이 부실만큼 푸른 모습을 하고 있는 5월의 나무들과 숲을 울퉁불퉁거리는 버스 따라 울퉁불퉁 보고 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에겐 두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정보와, 주관적 판단에 필요한 정보...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12년 간에 벌어지는 일들에 어떤 것들이 있을 지가 궁굼하다면 그 객관적 사실에 대한 정보를 가져야 하고(궁금하다면!!), 그것만으로는 어떤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없다면 자기의 주관을 세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책을 읽고, 뉴스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색을 하는 등의 일은 아마도 두번째 정보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 새 저의 목적지에 다달아서 신나게 버스를 내렸는 데, 이제 부터는 또 도보하는 문제가 남았네요. '흠...이제 부터는 어느 쪽으로 걸어가야 하는 거지??'........ *^^* -5월 25일 토요일 늦은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