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1인 어떤 남자 아이...
초등학교 때 부터 수학 선행학습을 했답니다.
국어고 영어고 일찌감치 때려치우고 오로지 '수학'만 공부했답니다.
중학교 3학년때는 고3 과정까지 마쳤다는...
그런데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하나도 타지 못했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신이....평균 70점.
게다가 수학 점수는 80점대.
영재원등에서 학습한 적도 없고...
결국,
영재고 시험 떨어지고,
과학고에는 원서를 넣지도 못하고요.
중학교 다니면서 다른 과목 공부는 전무한 상태라,
이 학생이 일반고에 가서 살아남기(?)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요?
"수학 하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 수학으로 진로를 잡은 경우,
그 수학을 '최고'로 잘 해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수학을 잘 하는 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성적'이구요.
내신 성적은 물론, 교외 경시 실적이 있어야 '객관적' 입증이 됩니다.
그리고 만약 이 아이가 영재라면, 내신 성적이 낮아도 영재고에 합격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영재고에서도 1차 관문은 그 아이의 '영재성'을 입증하는 자료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의 경우, 아무것도 낼 게 없었던 거죠.
그저 학원에서 수학 선행학습한 것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가 지난 시간동안 무슨 생각을 했으며 실제로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 지 '보여'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아무리 고3까지 선행학습을 했다고 주장해도,
객관적으로 그 아이의 학습 능력을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실제 선행학습을 잘 했는 지 조차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
그 아이가 초등 학교 때 부터 지나치게 선행학습에 의존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관심을 가졌어야 합니다.
선행학습할 시간에, 다른 다양한 분야에도 좀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 거죠.
거의 수학에 올인하다시피 했는데,
결국 아무 성과가 없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일반고에 가서 전과목 준비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그 학생이 과연 고등학교에서 수학 내신 챙기고 수학 경시에서 수상하고...그런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을지.
현재 중1, 2면서 10-가, 나까지 공부한 아이들 중에,
막상 학원에 가서 테스트를 보면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선행학습한 내용은 물론, 심지어 자기 학년 내용 것까지도 모르겠더래요.
...그동안 들인 시간+정열+돈이 아까운 순간이죠.
선행학습을 계획할 때,
절대 무자비하게, 막무가내로 "갈 때 까지 가 보자."라는 식으로 하면 안됩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적절한 수준과 적절한 시기를 잘 정해야,
그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선행학습이 됩니다.
비효율적인 선행학습은,
다른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 시간에 다른 것(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그나마 좋았을텐데...다 날아가 버린 거죠.
"물론, 지금 당장 기억이 안 나도, 그동안 한 게 어디 가겠느냐? 뭔가 남지 않겠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글쎄요...남는다면 과연 얼마나 남을까요?
10%도 안되게 남겨지는 것을 위해, 정녕 그 시간들을 다 허비해도 되는 걸까요?
좀 더 효과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요?
학습은 효과적으로 하는 데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마다 선행학습이 효과적인 시기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데요,
그 시기를 완전히 딱 맞추지는 못해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근접해야 손실(마음의 상처포함)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버스 정류장에서 줄서기를 하듯이,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 앞에서 줄서기를 하듯이,
서둘러 맨 앞 자리를 잡으면 어떻게든 좋은 자리를 잡지 않겠냐,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오지 않겠냐는 사고방식은,
수학 학습에 있어서는 결코 들어맞지 않는 사고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려면,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결코, 하다보면 되겠지....해서는 안됩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 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무작정 책을 들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있겠지요.
그러기 전에 미리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중에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과연 이 길이 최선일까? 이것만이 유일할까?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아니다 싶을 때 '정지'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