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십년 전 우리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차세대 글로벌 여성 지도자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 행사가 있었는 데 그 중에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하루 동안 같이 지낼 자원봉사 홈스테이 가정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신청을 했었어요.
전공이 '인간 공학'이었던 한 일본 여대생이 우리 집에서 묵고 갔지요.
아이가 초등 6학년일 때는, 아이 학교에 문화체험을 하러 온 호주의 초등 학생들에게 자원봉사로 숙식을 제공할 가정을 학부모를 대상으로 모집했었어요. 그 때 우리 아이와 같은 나이의 여학생이 우리 집에서 일주일을 묵고 갔었구요.
그리고 중학교 3학년인 이번 여름...
)에 선발되어 우리 나라에 와서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워가는 학생들에게 6주간 숙식을 제공하는 가정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어, 신청을 했습니다.우리 집에 배정된 여학생이 자기 소개서를 보내왔는 데, 동양계로 보이는 아주 활달한 18세의 여학생이었어요.
...요즘 아이들 중에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아졌는 데, 자기가 리더가 되겠다고만 하지 '시민'이 되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하는 것 같다...는 한비야씨의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리더도 시민의 한 사람이 아니겠냐, 먼저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세계 시민으로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그 분의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살면서 문화 차이를 경험하는 일은 많죠.
한 가정 안에서도 문화 차이는 존재하는 것 같아요.
시어머니와 나와의 문화 차이, 남편과 나와의 문화 차이, 아이와 나와의 문화 차이...
하물며 한 가정, 한 지역, 한 나라 안에서도 문화적 차이가 있는 데,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어떨까.
과연 '지구촌 사람'으로서 서로 섞일 수 있을까...
사실 이번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은, 순전히 저의 호기심 때문이었어요.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가서 한달여 동안 묵었던 그 집의 주인은 어땠을까?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 때 느꼈던 문화 차이를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극복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손님이 아닌 주인된 입장에서는 무엇이 다를까가 궁금하기도 하고...
하룻밤이나 일주일도 아닌 6주는 저에게는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에요.^^;;;
이 학생이 와 있는 동안 공교롭게도 우리 아이는 열흘간 집을 비우네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다른 나라의 대안학교들을 탐방하러 가거든요...
음...아이를 대신해서 제가 잘 대접해야겠죠.^^;;;
저의 순간적인 객기가 일으킨 선택을 너그럽게 받아준 우리 가족에게 고맙고,
이번 여름 동안 우리 집에 초대된 그 학생과 우리 가족이 부디 즐거운 추억을 많이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