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의 '엄마 성적표'에 성적을 매길 때가 되었습니다.
하나 뿐인 딸아이가 대입을 치루었거든요.^^
아이의 고등학교 3년 내내 참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안 그런 척, 대범한 척하면서도 항상 체한 것 같은 느낌...
그러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자 한동안은 어찌나 홀가분하던지...
남의 가방을 내가 대신 어깨에 매고 등짝에 이고 다니다가 마침내 주인이 다시 찾아간 느낌?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습니다.
그 홀가분함에서 깨어나 이제 조금 진정이 되려 합니다.^^;;
우리 딸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기록이 남아있는 쑥쑥 칼럼에 12년 과정의 마무리(!)를 하는 게 응당한 것 같아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우리 아이가 초1이 되기 전에, 12년의 학습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교육 정책이 자주 바뀌긴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지켜야 할 엄마의 교육 철학에 따른 학습 방향 같은 것이었지요.
당시 제가 정했던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1. 자유롭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준다.
2. 활발하고 적극적인 생활을 하게 한다.
3. 공부는 고등학교 때 집중하도록 한다.
자, 이제 냉정하게 자기평가를 해 볼까요?^^;;
1. 자유롭고 자연친화적인 환경...
우리 아이는 읍지역의 학교에서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입시생 지도를 많이 한 저는 어차피 때가 되면 입시 지옥(!)을 경험하게 될 아이의 운명이 좀 안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푸른 숲이 있는 지역에서 조금이라도 여유롭고 자유롭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무렵 읍지역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것에서의 생활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원래는 4학년말까지 거기서 지내는 거였는데, 조금 앞당겨 4학년 중간에 도시 지역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한편으로는 도심의 교육열 높은 학교에 가도 우리 아이가 적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보다는 자유로운 환경은 아니었고, 경쟁도 치열했지만, 우리 아이는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전학간 학교에 잘 적응을 했습니다.
중학교는 좀 더 치열한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우리 아이가 그런 빡빡한 환경에서도 잘 지낸다면, 그때까지의 환경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하는, 모험심도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 환경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거의 매일 학교 기물이 부서지는 사건이 일어났구요.
고등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을 때는 되도록이면 자연친화적이고 입시 위주가 아닌 학교를 보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잘 몰랐던 어떤 학교에 대해 선배맘이 "아이가 다니면서 너무 좋아한다", "요즘 학교들 같지 않고, 인성을 키우고 아이들을 존중하는 학교"라는 말을 듣고 나서 급호감을 갖게 된 학교에, 아이가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 있지만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넓은 교정을 우리 아이는 지금도 매우 좋아합니다.
환경을 제공한 측면에서 엄마로서 제 자신에게 점수를 매기자면.... 75점 정도?
초등과 고등 3년을 보낸 환경은 만족스럽지만, 중학 3년 동안의 환경은 별로였기 때문입니다.^^;;
2. 활발하고 적극적인 생활
유치원 발표회 때 본 우리 아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아이가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여럿이 어울리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해 주었습니다. 품앗이 모임도 하고, 예체능도 하게 하구요.
또, 초등학교 시절은 지나 가면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인데 나중에 입시에 찌들게 될 테니까 지금이라도 실컷 놀게 하자는 생각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이 때가 아니면 못 할 경험들을 다양하게 하길 바라는 마음에, 초등 열 두번의 방학에 테마를 정해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했습니다.
본인의 타고난 성격이 드러난 것인지 아니면 환경의 영향인지 아이는 점점 활발해졌습니다.
중학교 때는 이미 칼럼에서 밝힌 바와 같이 생황을 했고...
고등학교 때도 1학년 때까지는 중학교 때와 비슷하게 지냈습니다.
교내(동아리, 학급)는 물론 교외 활동(체험, 봉사, 인턴십 등)도 많이 하고, 고1 여름 방학에 가족 여행도 다녀오는 등 매우 여유롭게 지냈어요.
고2가 되면서 슬슬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생활을 지원한 측면에서 제게 점수를 매긴다면, 85점 정도?
아이보다는 제가 더 신이 난 측면이 있어서 감점을 합니다.^^;;
3. 공부는 고등학교 때 집중하도록 한다.
지난 주에 모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이야기를 했었던 건데요, 저는 고3을 100으로 놓고 공부량을 가늠하려 했습니다.
고3이 100이라면 고2는 95, 고1은 80...이런 식으로 양을 정한 것입니다.
초1때부터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 비하면 학습량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획을 한 이유는, 대입을 짧고 굵게 끝내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더 긴 삶이 기다리고 있기에, 어둡고 탁한 터널 같은 우리나라 고교 생활을 하다보면 자칫 생기기 쉬운 지나친 부작용(경쟁심과 이기심 등)을 최소화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었습니다.
학습 순서는, 초등학교 때는 국어, 중학교는 영어, 고등학교는 수학에 초점을 두는 걸 계획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도 비슷했구요.
수학의 경우는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고등학교 때 집중하도록.
그렇다고 초, 중 때 열심히 공부하려는 아이를 일부러 막은 건 아닙니다.^^;;
다만, 힘 빼지 않으려고는 했습니다. 12년간의 긴 여정이니까요.
그리고, 아이에 대해서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으려고 스스로 마음을 많이 다독였습니다.
엄마가 욕심을 부릴 때면 우리 아이가 어른스럽게 저를 나무라기도 했었습니다.^^;;
학습과 관련된 측면에서 제게 점수를 매긴다면, 이것도 85점 정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 제가 초심을 잃고 약간의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감점합니다.^^;;
...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어야 진짜 성인인 거야."
대학생이 된 아이에게 제가 요즘 자주 하는 말입니다.
이제 돈 관리도 하고 시간 관리도 하면서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자, 아이를 키우는 숙제도 하고 성적표도 받았으니, 이제 남은 건 진짜 제 성적표네요.^^
언젠가 눈을 감을 때 스스로 매기게 될 '내 삶의 성적표'. 그게 남았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습니다.
자,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