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군 이야기 > 초등영어 게시판

D군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세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더랍니다.

원치 않게 셋째가 생겨버려 수술대에 오르기를 세 번.. D군 어머니는 잠깐만요.. 를 반복하다 결국 D군을 낳게 되었다는..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형과 매사에 야무진 모범생 누나를 둔 D군은 집안에서 유별난 아이 취급을 받았습니다. 책상 앞에는 5분도 못 앉아 있고, 악기가 되었든 운동이 되었든 몇 달 이상 지속해서 배운 적이 없으며 너는 뭐가 되려고 이러냐.. 걸핏하면 어머니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 과도하게 욕을 들어먹기도 했습니다.

사라진 D군을 찾아 오락실에 가면 뒷덜미가 잡혀 문 밖까지 끌려나올 때까지 눈을 오락기에서 떼지 못하다가 오락실 밖에 나와서야 "어? 엄마? 내가 언제 나왔지?" 할 정도로 오락과는 혼연일체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명절에 가족끼리 둘러 앉아 재미삼아 하던 고스톱도 동전 헤아림도 느린 초등학생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자신이 딸 때까지 집요함과 땡깡으로 버티며 절대로 판을 끝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D군의 아버지는 이놈이 도박에 끼가 있다며 걱정을 하셨지요.

전교 1등 형아의 학교에서 걸려오는 축하와 칭찬의 전화에 익숙하던 D군의 어머니는 D군 학교에서 걸려오는 전화들에 잿빛 얼굴이 되기를 수차례. 아무래도 이 녀석은 공부를 안 하려나보다고 포기 모드에 들어갑니다.

공부 좀 해라..가 아닌 담배 끊어라..가 주된 잔소리가 됩니다.

TV 속 가수를 유심히 들여다보기만 해도 똑같이 춤을 추는 재주를 가졌으나 D군의 부모님은 그런 모습을 한심하게만 여겼고

패션이라며 청바지에 칼집을 죽죽 내어 놓은 것을 보고 고지식한 D군의 아버지는 그 청바지를 가위로 잘라버리셨습니다. 그러나 D군은 굴하지 않고 그 바지를 올 풀린 반바지로 탈바꿈시켜 패션니스타가 되지요.

운명의 장난처럼 D군은 남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명문 S고를 뺑뺑이로 가게 됩니다.

합창단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D군의 부모님은 가당치 않다고 했습니다.

D군은 음치였고 다룰 줄 아는 악기도 하나 없었으며 심지어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학교 합창단 아이들은 후에 대부분 명문대 성악과나 기악과를 가게 될 우수한 음악 인재들이었거든요.

자.. 이런 D군은 합창단에서 무슨 역할을 했을까요?

노래도 못하고 악기도 못 다루니 지휘를 합니다.

2학년 말 학교 축제에서 음악만 공부한 학생이라면 결코 줄 수 없는 감동과 웃음을 제대로 안겨준 지휘를 보고 D군의 지휘에 모두 커다란 박수를 보냅니다. 이 모습을 본 부모님은 의외의 아들 모습에 기쁘기도 하면서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지휘에 재능이 있으니 유학을 고려해보시는 건 어떠냐며 합창단 선생님이 말씀 하셨지만 그럴 돈도, 또한 아들이 그런 인재라는 것에 대한 인식도 없었던 D군의 부모님은 두 번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나쁜 D군을 보고 D군의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공부를 못 하는 아이를 재수까지 시킬 생각도 없고 지방대를 보내서 자취를 시킬 생각도 없다. 점수에 맞춰서 전문대를 가주면 좋겠구나...

하여 D군은 점수에 맞춰 아, 그런 전문대가 있어? 라고 반문을 자아내는 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1학년을 마치고 D군은 수색정찰대로 군에 입대합니다.

군입대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맹장수술로 군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D군.

군의관은 서글서글한 성격의 D군을 한 달이 넘도록 부대로 돌려보내지 않고 D군을 설득합니다.

남은 군생활 자기 및에서 편하게 보내는 게 어떻겠냐며.. D군의 부모님은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있냐며 기뻐하셨으나 D군은 자대에 남아있는 전우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다 하여 그 빡센 부대로 다시 돌아갑니다.

제대 후 남은 학기를 마치고 역시 듣도 보도 못한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아무리 전문대졸이고 중소기업이라지만 이렇게 적은 월급이 있을 수 있냐며 부모님은 속상해 하셨지만 D군은 이제 시작이고 자신이 열심히 하면 월급도 오르고 대우도 좋아질거라 부모님을 위로했습니다.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많은 중소기업들이 빵빵 나가 떨어질 때도 이 회사는 한 번도 후퇴한 일 없이 앞으로만 성장해 나갔습니다.

마치 자기 회사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D군을 사장님이 특별히 여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게지요.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두려워하는 사장님을 설득해 해외 사업도 성공으로 이끌어냅니다.

바이어들을 만난다는 말에 D군 부모님은 영어도, 중국어도 아무 외국어도 못 하는 네가 어떻게 협상을 이끌어내냐.. 하니 D군은 그게 언어로 되는 게 아니라며 아기 때와 같은 스마일을 보여줍니다.

회사 생활도 안정이 되고 결혼도 한 D군은 나이 서른에 자신의 한 쪽 신장을 기증했습니다.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하던 어머니가 더 이상은 이식 없이는 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겨우 겨우 맞는 사람을 찾아 교환이식(공여자 수여자가 맞바꾸어 하는 이식)을 하기로 했는데 이 때 D군의 아내는 첫 아이를 임신해 출산을 한 달 앞 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D군은 어머니가 죽는다는데 살릴 기회가 있다면 해야 하는 거라고 당당히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D군의 옆구리에는 기다란 칼자국이 있습니다. D군의 어머니는 그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죄책감과 고마움에 마음이 메어오지요. 그런 어머니를 위로하듯 싸우나를 가면 다 자신을 비켜간다며 '나 이런 사람이야' 할 수 있다고 웃어보입니다.

세 번이나 생명을 놓으려고 했던 그 아들이 어머니를 살린 것입니다.

회사가 커지니 상장을 하게 되고 사장님은 오래전부터 D군에게 약속했던 주식이 아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약속했던 주식에서 반으로 깍더니 다시 또 반으로 그러더니 내년에 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는 사장님에게 D군은 안 된다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D군이 해외 출장을 나간 사이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헛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회사에 있기 어려워진 D군은 스스로 회사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거의 15년을 회사 밑바닥에서 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돌아가는 모든 것을 총괄해왔기 때문에 노하우는 탄탄했고

문제는 자금이었는데 공장장부터 시작해 경리 등등 몇 몇 직원들이 전부 사표를 내고 D군을 따라나섰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돈을 일억씩. 오천씩 투자를 한다 한 것이지요.

소문을 듣고 전 회사의 직원 대부분이 월급 없어도 오겠다며 자신들을 데리고 가달라며 따라 나섰습니다.

D군은 요새 아주 바쁩니다. 쉴 새 없이 일하고 직원들 챙기고 해외 시장까지 또 개척을 하였습니다.

두어달만에 순이익 일억 이상이 남았고 앞으로도 순탄할 듯 보입니다.

욕심내지 않고 전 회사 월급만으로 생활하며 일단 회사 보유율을 높이겠다는 게 현재 계획입니다.

이 바쁜 와중에도 지방에 사는 형. 누나를 대신해 D군은 아내와 토끼같은 세 딸을 데리고 거의 매주 부모님의 집을 방문합니다.

D군은 말합니다.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상하게 아직도 클래식을 들으면 온 몸에 전율이 돋고 사운드가 자신을 휘감는 것 같다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지휘하는 것과 매우 흡사해서 자신은 회사를 지휘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직도 내 아이가 한심해 보이시나요?

이 담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닥달하시나요?

공부를 못 하면 사회에서 패자가 될 것 같은가요?

문제아는 평생 문제아일까요?

저는 내내 D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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