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며칠 전에 두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한권은 황용길님의 [부자교육 가난한 교육]이었는 데 그 책의 요지는, '옛날에는 학교에서 지식 교육을 많이 시켜줘서 그나마 가난한 아이들이 학교를 통해 신분상승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는 데, 요즘은 열린교육이다 뭐다 해서 학교서 공부(지식교육)를 안 시키고, 또 수행평가라고 하는 객관적이지 못한 애매모호하고 칭찬일색인 평가만 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그 와중에도 부잣집 아이들은 생활에 여유가 있어서 과외를 하기도 하고 부모님과 연극도 보고 영화도 보고 박물관 도서관 동물원에 해외여행까지 하는 데 이런 경험은 결국 기초학력을 만든다. 그것이 모여 장차 학교 가서 배울 것과 연결이 되는 지적자본이 되니, 학교서 시키는 대로 펑펑 놀기만 한 가난한 아이들 보다 공부를 잘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부익부 빈익빈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였습니다. 또 한권의 책은, [대안교육과 대안학교]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대안교육의 의미를 '현행학교 교육의 문제를 비판하고 그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라고 보고, 기존 학교를 변형해서 대안을 찾으려는 것의 예로서 영국의 섬머힐이나 원격교육, 홈스쿨링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안교육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도 '아동관'에 있는 데, 아이들을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존재, 스스로 사물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존재, 부모나 교사에게 종속된 것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본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전혀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두 책을 동시에 본 이유는 극과 극을 통해서 제 생각의 갈래를 정리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리가 좀 되었냐구요? ^^;;; 황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지적자본'을 아이에게 주고자 하는 마음이 제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비옥한 토양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유년기나 초등기에 많은 경험을 하고 사고하는 것은 장차의 학습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그 다음에 바라는 게 뭐냐?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부자들의 아이들처럼 한 수 위의 지식을 소유하게 하고 싶은 거냐...그렇게 아이가 자라 이 사회의 지도층이 되는 것을 보고 싶은 거냐.... 꼬리를 무는 이런 생각의 말미에 저는 황교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대안교육에서 말하는 아동관으로 넘어 갑니다. 아이의 부모 소유가 아니고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다. 따라서 내 맘대로 어찌 해 보려고 하면 안된다. 나는 단지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소유하도록 도와 줄 수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으로요. 황교수님은 '지식'을 '사회적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아는 게 힘이다라는 논리죠. 또 천자문을 많이 읽으면 아이의 마음이 저절로 순화 되듯이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면 인성교육도 저절로 된다고도 하시구요. 언뜻 들으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가진 지식을 통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다고 쳐도,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사회적 지위와 부는 왜 구하려는 걸까?....하는. 저급한 수단으로 아이를 닥달하거나, 교묘한 수단으로 아이를 꼬시거나 간에, 아이 자신의 생각(내적 동기)가 빠진 상태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안적 형태의 교육을 하려고 홈스쿨링을 계획할 때도 우선은 '아이의 생각'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는 영화 '트루먼 쇼'의 짐 캐리가 아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짜 놓고 아이가 보이는 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좀 잔인하기도 할테니까요. 엄마가 쳐 놓은 거대한 세트와 준비된 배우들과 은밀한 조종관(부모). 따라서 아이는 부모에 의해 이미 계획되어 진 어느 한쪽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겠지요. 어려서 부터 미술도 좀 배우고, 피아노는 체르니 3, 40번 까지는 쳐 놓아야 하고, 발레나 태권도등 한 두가지 장기는 있어야 하니까 틈 나는 대로 배우고, 수영도 좀 배워야 하고, 장래를 위해 영어와 수학과 컴퓨터는 필수고..... 흔히 말하는 이런 코스 말입니다. 그런 것을 가르치는 주체가 학교든, 학원이든, 품앗이 엄마든...어쨌든 우리가 계획하고 우리 맘대로 진행(조종)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아이가 '부자로 크는 교육'을, 최소한 '가난해 지지 않을 교육'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이런 쪽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는 아이들을 두고 말입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의 생각이 점점 줄어 드는 것은 방치하면서 말입니다.... 이상은 요즘들어 아이를 채근하는 일이 잦아진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두 책의 상반된 논리를 왔다 갔다하며 두 책 모두에게서 제 생각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절충하고 어떻게 조절해야 할 것인지는 앞으로 살아 가면서 해야할 저의 몫이 겠지요. 물론 이론과 삶이 들어 맞는 것도 아니고 그래야할 필요가 꼭 있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가끔은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를 돌아 보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그다지 시간낭비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2. 2. 21.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