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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던 큰 위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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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댓글쓰기 본문보기

  • 하니비
  • |
  • 2011-06-17 01:29
답댓글
제 블로그에...
 스크랩 해두고 가끔 찾아 읽는 글입니다.
핑크마미님의 진솔한 글에 감동받고 저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고의 엘리트 지성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퍼온 글입니다.
 
 
2등 인생
 
맨날 2등이었다.
 
고등학생 때 괴물같은 친구가 하나 있었다.

저 친구만큼 해보자고 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전교 10등에서 2등까지는 그래도 수월하게 올랐다.

죽어라고 공부하고 약간의 운빨도 받고 거기다 친구가 우연찮게 시험을 좀 못 보는 바람에 결국에 1등을 하긴 했는데 그 이후로 내 인생의 목표가 생겨 버렸다.

걍 2등만 하자. --a

2위에서 1위로 올라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버린 것이다.

학과공부도 어느 만큼하면 A+ 받을지 대략 감은 오는데 걍 적당히 하고 A0 받는 것을 목표로 했다.

셤 전날 8시간만 공부 더 하면 A+이 될 것 같지만, 걍 친구랑 당구치고 좀 놀다가 저녁에 편하게 공부하고 그렇게 A0를 노리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뭐. 실제는 그것도 안 나올 때가 많았지만.

핸드폰을 살 때도 항상 최신기종보다 한 단계 아래 것을 산다.

최신 기종을 사려면 가격부담이 급증한다.

대학원도 미국 갈까 하다가 걍 국내 대학원에 진학했다.

나름 내 전공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연구실이라고 자부하면서 들어오긴 했는데 사실 유학을 가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유학가려면 돈/시간/노력의 인풋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서 지레 포기해 버린 것이 더 컸던 것 같다.

여튼 그렇게 국내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약간의 전공공부를 선행학습하는 것만으로 진학 준비를 대신한 것이다.

논문도 그렇다.

최고저널을 목표로 하긴 하는데,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면 걍 차상위저널에 내는 습관이 들었다.

미국 포닥 와서도 조금 더 오래 있으면 더 좋은 곳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결과도 어느 정도 나오고.

다만 해외에서 더 외롭게 고생하기 싫어서 그냥 적당한 곳에 들어와 버렸다.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그저 묵묵히 2등만 하자고 하면서 뒤쳐지지 않게 누군가를 따라온 것인데 어느덧 내 앞의 페이스 메이커들이 하나 둘 사라져 버렸다.

더 신기한 것은, 예전에 2등만 하자고 하면서 내가 선택(노력)했던 것들이 그래도 꽤 괜찮은 것들이라는 점이다.

전교2등, A0, 한템포 느린 최신 핸드폰, 국내최고대학원, 차상위논문 여러편, 짧지만 어쨌든 미국포닥 경력, 어린 나이에 잡은 지금의 직장.

난 1등은 되기도 힘들고, 되고 나서도 견제 받으며,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자리라서 "편한 2등"을 목표로 삼았던 것인데 어느덧 "언제나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하는 놈"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3년쯤 전인가 그 괴물같은 친구 결혼식이 있었다.

나 대신에 사회를 보겠다고 나선 친구가 있어서 그러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그 괴물같은 친구도 나 때문에 자극 받아서 죽어라고 공부를 했댄다.

꽤나 힘들게 공부하면서 순위를 유지했고, 대학 와서도 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나를 의식하면서 본인의 길을 찾아갔다는 말을 했다.

1등은 다른가보다 싶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콤플렉스는 사라졌지만 어쨌든 습관이 무서운 것인지 2등인생은 지금도 내 가치관의 하나로 남아 있다.


앞으로 피곤하게 1등을 바라며 살지, 편하게 2등을 목표로 살지, 아니면 아예 그냥 퍼질러서 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인생 2막이 어떡하다가 시작되었는데 아직도 이런 기본적인 걸로 고민하고 있는 걸 보면 난 2류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냥 평생 이런 고민 성실하게 하면서 살고 싶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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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핑크마미
  • |
  • 2011-06-16 21:08
답댓글
제 글이 위로가 될까요? 아주 가끔 댓글 남겼던 게으르고 소심한 직장맘입니다. 항상 쑥게시판에 너무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망설이다 몇자 남겨봅니다. 한 번 언급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제 남편도 하니비님 남편분과 같은학교 같은과(제 기억에 준해) 출신 교수입니다. 전 남편과 같은 일을 하구요. 박사졸업후 바로 2년제 전임이 되어 언젠간 옮기겠지 했던 직장을 10년넘게 다니고 있습니다. 매우 사적인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이해를 돕기위해 간단히 밝힙니다. 시댁처가 형제 7명이 S대 5명,K대1명, E대1명이 제가 그 E대 출신입니다. 약간의 열등감 때문인지 매우 열심히 살았고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S대 출신 여동생은 전업주부이지만 전 교수라는 직업도 갖게되었네요. 공부란게 성실함, 인내심, 책임감 없인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온 삶때문인지 2년전 크게 아파서 수술도 2차례하게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아이 교육에 있어 전 너무 많은 생각과 갈등 속에 살았습니다. 양가부모님의 기대와 제 개인적인 욕심까지 더해 늘 마음속은 전쟁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직장맘으로서의 현실은 아이에게 올인해서 키우는 엄마들과 비교해 형편없었고 직장일도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모두 B급이었습니다. 아니 B학점이라는 사실이 너무 괴로워 저 자신을 더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 아이는 6세때 12세 인지능력 평가를 받고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지금 내신 10%에 겨우드는 평범한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전 공부란 것에 취미도 열정도 없는 학생들과 하루하루 지쳐가며 어릴적부터 꿈꾸었던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와 제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우울한 시간을 꽤오래 보냈습니다. 남편은 너무나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일하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였고 전 그래서 늘 외로웠습니다. 그렇게 결혼생활 15년 엄마로서 14년을 보낸 저는 아날로그 맘이 올려주신 글처럼 아이를 그저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엄마로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너무나 따뜻하고 밝으며 저를 무척따르고 좋아합니다. 그러나 마음한켠에는 특목고는 꿈도 못꾸고 이대로라면 SKY는 고사하고 제대로 대학을 갈 수 있을까 걱정뿐이랍니다. 조카가 작년에 서울의대 들어갔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할 수 있었는지 알기떄문에 더 막막합니다. 물론 대학이 인생의 목표도 아니요 아이의 인생은 그 애의 몫이란 것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대학을 제대로 못보낸 엄마의 현실은 참혹합니다. 제 직장동료들도 본인들은 다 명문대 출신에 박사학위소지자지만 아이들은 좋은 대학 진학시킨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엄마의 지속적인 관심과 헌신없이 아이가 성장해가고 공부하는 일은 힘든일입니다. 그런 분들(대학진학실패?) 대부분은 심각한 우울증과 심리적 고통을 안고 있습니다. 사실 저 같은 입장에서 하니비님은 정말 부러움의 대상이요  제 자신을 한없이 작아보이게 하는 분입니다. 직장일이라는 것도 만만치 않아서 강의 및 연구실적평가에 대한 압박감은 점점 심해가고 저도 나이를 먹었는지 지치고 힘들기만 합니다. 남자들은 직장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면 가정일에 크게 좌우되지 않지만 직장일에 열심이던 친구는 최근 가정문제로 이혼까지하는 걸 보면 여자에게 주어진 짐은 생각보다 무거운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고 강요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관계지향적인 여성의 특성상 가족관계에 민감하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일도 성취해야하고 자녀의 미래까지 걱정하고 책임지려하다보면 누구나 지치고 우울해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지금 주어진 것에 집중하시고 마음껏 누리세요. 제가 택한 방법이랍니다. 저에게 주어진 것에 올인하고 내것인 아닌것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일도 자식도 남편(헉 슬프네요)도 마찬가지죠. 하니비님은 종교도 있으시고 프리랜서로 일도하시고 자식도 잘 키우시고 정말 인생 열심히 잘 사셨습니다. 이젠 좀 여유롭게 돌아보며 취미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시고 피부과도 다니시고..(제가 요즘 그렇거든요^^)아이키우는 노하우도 있으시니 여유롭게 둘째 키우시면서 곱고 예쁘게 늙어가세요. 남편과 아들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 자신을 더욱 사랑하시면서요. 지금 이 평화로운 삶이 모두 큰 행복이요 재미있는 하루 같습니다. 목표의식을 가지고 무엇을 꼭 성취해야 즐거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고나도 또 다른 허무함이 밀려옴을 짐작할 수 있쟎아요. 하니비님같은 글재주도 없는 제가 감히 몇자 적어봅니다. 혹시 오해가 가시는 부분이 있을까 조심스럽습니다만 제 마음은 딱 한가지 너무나 잘 사셨고 사실 분이니 빨리 슬럼프 벗어나시고 행복하시길 바랄 뿐 입니다.진심 감사하고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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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니비
  • |
  • 2011-06-16 22:09
그냥,댓글 읽으며 눈물이 나네요.
진솔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동없는 요즘의 삶이었는데 말이죠.
어렵게 글 올렸는데,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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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스
  • |
  • 2011-06-17 00:36
어쩜 이렇게 진솔하게 글을 쓰시나요.
전 진솔하고 진심어린 글을 존경합니다.
따뜻한 조언과 위로의 말, 제게도 읽고나서 큰 도움이 되네요. 늘 복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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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이
  • |
  • 2011-06-17 09:54
깊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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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들에
  • |
  • 2011-06-17 10:27
나는 없고 누구엄마 누구아내만 있는 아줌마.....
그러다보니 더 아이들에게 목숨을 걸고 매달리는것 같고
한편으론 그런 내모습이 너무 싫고
나역시 그랬던것처럼 나중엔 제들이 다 알아서 컷다할텐데...
곱고 예쁘게 멋있게 죽을때까지 여자로 그렇게 늙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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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맘
  • |
  • 2011-06-17 10:46
전 교수가 꿈이였어요
연수를 받으러 가면 교수님들이 자유롭게 이런저런 자기 생각과 자유를 펼치시면 정말 부러웠어요
헌데 그저 평범한 직장과 남편 뒷바라지 아들 등등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신랑이 고맙고 해 주는 정도 일상생활을 쪼개어 가정 일에 올인 하는 저를 조금이나마 인정해 주지만 결국 삶에 짐은 항상 지고 있죠?!
그래서 하니비님 글을 좋아해요
적당히 짐 있는 글과 정확한 길을 제시해 주셔서...
오늘 저는 또 다른 글을 읽고 삶을 뒤돌아 봅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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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동맘
  • |
  • 2011-06-23 15:50
오랫만에 들어왓는데.. 저와 같은 고민과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소중한 글 읽으면서 저도 위로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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