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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9일 금요일]
"라라와 차차의 아우성 소동"
보통의 인형극을 생각하고 간다면 분명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보통 인형극의 수준이 이정도였다면 분명 어설픈 대사와 연기..구성력 또한 매끈하지 못하고 그저그런..인형극이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인형극이기 이전에 인형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등장인물로 사용했을 뿐 교육극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어도 그런가보다..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인형을 통해 보다 정직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이해를 돕는다고 해야할까..
어느날, 현지아빠가 현지가 읽어달라던 책을 읽어주는 도중 "아휴~ 어떻게 이런 책을 읽어주냐..난 못읽어 주겠다"하는 것이다.
유아인성교육 그림책인 "여자아이 남자아이"라는 책이었다.
별로 이상할것도 없고 그저 처음 부분에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 난소..고환..이정도의 용어들이 들어있을 뿐이었는데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어떻게 애한테 이런걸 읽어주냐..애가 몇살이나 됐다고.."하면서 핀잔까지 주는데 이래야만 하는 우리 현실을 탓하지 누굴 탓하랴~
"아가야, 안녕?"이라는 책을 읽어줬을 때 현지의 표정은 신기한..아니 무서운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현지야~ 엄마도 현지 낳을 때 이렇게 낳았어"하고 얘기해주었다.
"나는 여자, 내동생은 남자"라는 책도 여자와 남자가 커가면서 변하는 차이점을 그림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처음엔 그림이어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드러내놓고 설명해주기가 좀 난처로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막연한 궁금증보다는 사실을 쉬운것부터 받아들여서 올바른 성에 대한 인식을 지닐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 시작 전에 율동과 함께 노래를 배웠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요 / 우리들은 사랑으로 태어났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요 / 엄마, 아빠사랑으로 태어났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요 / 우리들은 사랑으로 태어났어
우리가 커서 어른이 되면 / 우리의 몸은 아기를 만들고
아기를 낳는 생명의 몸
우리는 항상 깨끗하게 / 우리는 항상 건강하게
아름다운 우리의 성을 위해
아! 우! 성!"
라라와 차차는 남매지간.
오빠가 동생의 엉덩이를 장난삼아 만지면서 "아기집"에 대한 말이 나온다.
"근데 아기집이 뭐야..?"
그리고 거인아저씨의 등장과 함께 라라와 차차의 따뜻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의 궁금한 이야기들(오리는 알에서 태어나고.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온다..우리도 번데기에서 나왔어요?하는 질문과 함께..)을 거인아저씨가 야광그림들을 이용해 랩과 함께 재미있고 쉽게 설명해주는 구성이다.
이어서 누군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을 때 싫은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지영이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NO라고 말해요. 만지면 안돼요. 오! 팬티! 노! / YES라고 말해요. 가벼운 인사. 오! 악수! 예스!"
"현지야 다른 사람이 현지 엉덩이를 만지면 뭐라고 해야한대?"
(예쁜 목소리로)"만지지 마세요~"
"그렇게 얘기하지 말고 소리질러야지"
"만지지 마세요!!!"
"또 뭐라고 해야한댔지?"
"안돼요!!!"
"그래, 혹시 누군가 사탕주면서 엉덩이 한번 만져보자..하면 네~해야되나?"
"아니요? 안돼요! 해야지~"
"그래, 사탕 먹고 싶으면 엄마가 다 사줄께. 그리고 다른사람이 현지 엉덩이 만지면서 엄마한테 얘기하면 이놈~한다고 해도 엄마랑 아빠가 다 이기니까 꼭 엄마한테 얘기해줘야돼. 알았지?"
"그럼 엄마 아빠가 나쁜사람 물리칠거야? 엄마가 현지 지켜주는거야?"
"그럼..엄마랑 아빠는 힘이 세니까 나쁜 사람 다 이기고 다 물리칠거야"
(흐뭇한 현지의 표정)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겪어야만 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교육극을 보고 나오니 4시가 조금 넘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클래식음악회에 가려고 계획을 했는데 현지가 낮잠을 자지 못해 코엑스 근처의 동생집에 가서 낮잠을 재웠다.
그리고 7시 30분에 시작한 클래식 명곡여행.
무료이긴 했지만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고 그냥 들어가서 재일 뒷부분에 서서 음악회를 즐겼다.
사실 오늘의 음악회는 너무 고달프고..힘들었다.
현지가 왜그리도 산만하던지..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로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을 들을 때만 해도 제대로 듣는가 싶었는데..금새 실증을 내는 바람에 안아주기도 하다..내려놓고 나혼자 보기도 하다..시련의 순간들이었다.
트럼펫 연주에 심취해 가을속으로 빠져들려는 순간에도 장난..
테너 김경의 멋지고 힘찬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때에는 그 목소리가 얼마나 가슴에 와닿던지..
목소리가 객석을 휘돌아 테너의 가슴속으로 다시 빨아들이는 듯한 강하고 감동적인 느낌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끌려 같이 갔던 남동생도 "저건 진짜 멋지다"하고 감탄할 정도였으니..
모든 공연이 끝나고 앵콜곡으로 다같이 "선구자"를 불렀다.
얌전한 객석을 향해 지휘자선생님의 눈치도 들어가며..목소리가 작다고 다들 일어나라고 해서 배에 힘까지 주며 불렀던 선구자..감격...
현지는 자리에 앉아서 보지 못하고 서서 보았기때문에 정신을 못차린게 아닌가..싶다.
그래도 "선구자"를 부르는 부분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노래이면서 노래를 부르는 흉내를 낸다.
"야 꼭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같지 않냐^^?"
"진짜 재밌네.."
"난 테너가 부르는 노래 직접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돈번거다. 현지야 현지도 아저씨가 노래하는거 들었지?"
매달 한번씩 이곳에서 공연이 열리나보다.
12월에는 송년의 밤 행사가 있다고 한다.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다른 연주는 귀에 남아있지도 않았다. 그저 심금을 울리던 테너 김경의 목소리만이 생생할 뿐. 가곡의 밤..이런데에 아이랑 같이 가서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 저녁에야 집에 돌아왔다.
때마침 들어오는 아빠한테 하는 말
"아빠 라라와 차차와 거인아저씨를 봤는데 거인아저씨가 무서웠어요.
그리고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나왔어요. 현지 뱃속에도 아기가 있어요"
임신한 주위 사람들을 자주 보아왔던 현지가 언젠가 "누구 이모는 너무 뚱뚱해"하던 일이 기억난다.
"이모 뱃속에 아기가 있어서 그런거야"
"엄마는 뱃속에 아기 있어?"
"아니, 엄만 배가 홀쭉(^^;)하니까 아기가 없지"
"현지는 뱃속에 아기 있는데.."
코엑스까지 갔다왔다고 하면 현지아빠가 애를 혹사시킨다고 할까봐 아무얘기도 안하고 있었는데 애가 "아빠, 아저씨가 아~~하고 노래부르는거 봤어요. 삼촌이 토토로도 사줬어요"하면서 수다를 떠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현지아빤 그래..하면서 그냥 지나가는데..저녁까지 끌고다닌게 미안해서 그런 마음이 들었나보다.
때마침 TV에서 아주 유명한..누군지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하여튼 콧수염의 그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데 오늘 본 그 공연의 감격이 또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물론 현지에게도 "아까 너 봤던 아저씨랑 비슷하게 노래부르네~~" 호들갑을 떨며 보라고 하면서 말이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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