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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편지...전남 장흥에서 소설가 한승원

  • 최지연
  • |
  • 2004-03-18
0

지혜 꽃피우는 봄을 살리라 ...전남 장흥에서 한승원 며칠 전, 순천의 한 지인이 고로쇠물 두 통을 보내와서 아내와 마침 근친온 서울 딸과 더불어 마셨습니다. 나는 그 달콤한 물에 양주를 타서 마시고 얼근해졌습니다. 고로쇠 나무의 잔뿌리가 지맥 속에서 삼투압 작용으로 뽑아 올려 팽압 작용으로 가지쪽으로 밀어올린 것을 훔쳐낸 그 물. 내 몸에도 봄의 물이 오르고 있을까. 며칠 전부터 정원석 사이에서 연분홍색의 잠자리 날개같은 잠옷차림을 한 춘란의 꽃대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바야흐로 색정적인 향기와 함께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춘란꽃 피면 반가운 손님이나 편지가 오든지 찬란한 햇살같은 좋은 일이 일어나든지 한다고 했는데 꽃샘바람이 춘설을 몰고 찾아왔습니다. 어지럽게 춤추는 벚꽃잎같은 춘설 데리고 온 꽃샘바람도 귀한 손님입니다. 춘설 몰고 온 바람은 짓궂게 내 토굴 추녀끝에 매달린 풍경들을 희롱하고 있습니다. 풍경은 간지럼 잘 타는 소녀처럼 몸부림치며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놈의 호들갑과 수다는 언제 들어도 그 무늬와 결이 향맑습니다. 그 향맑음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검은 구름이 지붕까지 내려온 까닭일까. 나는 우울을 감당하지 못하고 정원으로 나가 꽃샘 눈송이들을 맞으며 춘란꽃 앞에 웃몸을 낮추고 코를 가져다 대며 킁킁 향기를 맡았습니다. 그 향기가 가슴을 우둔거리게 합니다. 춘란의 향기는 여성의 몸 깊은 곳의 향기라고 한 말이 생각나서 얼굴을 붉혔습니다. 아하, 이제 이 나이에는 향기를 가슴으로 맡지 않아야 하고, 눈으로만 보고 귀로만 들어야 한다는 것을 깜박 잊었습니다. 연못 가장자리를 맴돌면서 울긋불긋한 금붕어와 비단잉어들과 눈을 맞춥니다. 추위로 말미암아 굼뜨던 그들의 행동이 민첩해졌습니다. 이놈들은 움직이는 꽃입니다. 이름을 ‘향초’라고 지어 부릅니다.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이 아니에요. ‘고요히 앉으니 차 반쯤 우려냈을 때의 첫 향기 그것(靜坐處茶半香初) 움직이니 물흐르듯이 꽃피듯이(妙用時水流花開)’라는 시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놈들은 연못의 고요 속에 들어 있는 나를 늘 시끄럽게 움직이게 하는 존재들입니다. 청매화가 분분한 눈송이들을 맞으며 떨고 있습니다. 나도 사실은 매화꽃잎처럼 떨고 있지 않을까. 그 떨림은 대칭이 아니고 비대칭입니다. 아, 나는 봄을 타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면서 매화 한 송이를 따가지고 들어와 찻잔에 넣고 차를 우려 마셨는데, 그놈의 향기가 어찌 진한지 차의 향기를 모두 죽여버렸습니다. 코와 가슴으로 슴배이는 향기를 두려워하며 하늘과 바다와 산과 들을 바라봅니다. 백년쯤 된 늙은 감나무의 잔가지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한쪽 가지가 썩어 꺾이어진 그 늙은 나무에도 바야흐로 물이 오르기 시작할 터입니다. 낡아가는 그 감나무의 삶이 불만스럽습니다. 나는 그놈처럼 낡아가지 않고 늙어갈 생각입니다. 낡아감은 소멸을 향해 썩어가는 것이지만, 늙어감은 보석보다 값진 지혜의 사리를 몸 속에 채곡채곡 쌓아가는 것입니다. 황갈색 잔디밭에 서식하는 나발나물들이 진한 보라색의 꽃송이들을 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봄을 저들처럼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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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ve Room】20M 아버지와 아들
    • 손민정
    • |
    • 2004-03-19
    0
  • -> 만나서~방가워요
    • 최지연
    • |
    • 2004-03-19
    0
  • 이미지썸네일 58x58 【Library Room】100 Picture Books Everyone Should Know
    • 최지연
    • |
    • 2004-03-17
    0
  • 잘 지냈지요?
    • 오누이맘
    • |
    • 2004-03-19
    0
  • -> 부러워 죽겠어...증말...ㅎㅎ
    • 최지연
    • |
    • 2004-03-19
    0
  • # 봄 편지...제주에서 소설가 윤대녕
    • 최지연
    • |
    • 2004-03-18
    0
  • # 봄 편지...전남 장흥에서 소설가 한승원
    • 최지연
    • |
    • 2004-03-18
    0
  • 저도 이 목록 봤거든요.
    • 지나가다
    • |
    • 2004-03-17
    0
  • ->저도 이 목록 봤거든요.
    • 최지연
    • |
    • 2004-03-18
    0
  •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 서우
    • |
    • 2004-03-17
    0
  •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 최지연
    • |
    • 2004-03-18
    0
  • 나도.. 나도..
    • 범이랑
    • |
    • 2004-03-1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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