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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11일 일요일]
정말 오랜만의 가족나들이.
현지아빠에겐 모처럼의 휴식시간이었을테지만 나에겐 기회였다.
가족과의 나들이가 아이의 정서를 맑게 한다!!
비록 매일 티격태격 싸워도 어디 가기라고 할라치면 꼭 끌고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나.
오늘은 용인에 있는 세중옛돌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늦잠에..늑장에..집에서 1시가 넘어서 출발했으니 현지아빠가 툴툴거릴만도 하건만..
이왕 나온거 아무말없이 따라와주길 바라는 나에겐 그게 또 거슬렸나보다.
기어이 말다툼..하지만 이 부부의 특징은 단순하다는거다.
박물관에 도착해 주차를 시키고..그 맑은 공기와 신비한 분위기에 스르르 웃음이 녹아나온다.
"어머~ 너무 멋지다~ 나 현지랑 사진 찍어줘~"
회색빛 돌들 사이로 빛나는 단풍나무가 몇그루 보였다.
어찌나 빨갛던지..아니, 주위가 어찌나 고요하고 정숙하던지 그 빨간 단풍나무가 햇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을 보느라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엄마 이거 챱!"
"챱?"
"챱..이거.."
"아~ 탑..탑이라고 하는거야"
주워듣긴 들었는데..
주말 나들이 나온 가족들..연인들이 보였지만 주차장에 차량이 열대 정도밖에 없을 만큼 한가로웠다.
이런 곳이 북적댔다면 돌에서 우리네 분위기와 정서를 느끼기는 커녕 돌멩이만 보다 온 느낌이 들었을거야..
돌조각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이끼들이 옛 정취를 더욱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보통 주제별로 나눠져 있는데 탐라국의 동자들이라는 곳에서는 얇고 낮은 대나무들가 어우러진 돌조각들이 흘러나오는 해금연주와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것 같았다.
해금연주에..피리소리에.."현지야~ 지금 나오는거 해금소리야..끼잉~끼잉~그러잖아..저건 피리 부는 소리네.."
"엄마 나 해금 알지..해금 이렇게 하는거지"
한동안 국악(국악이라기 보단..국악기를 사용한 전래동요)을 열심히 들어서인지.. 소리에 반가움을 표한다.
한약을 갈 때 사용했다던 약연부터..돌로 만들어진 생활용품들..돌솥..옛돌..떡판..절구..등
"여기에 콩 넣어서 이렇게 돌리면..이 밑으로 콩이 갈려서 나오거든..그걸로 두부를 만드는거야"
그림책에서만 봤던 멧돌이 신기한 모양이다. 돌리려고 하더니..이내 무거우니 포기다.
동물 모양을 한 돌들도 많았다.
석호, 석양, 석마, 석사자..거북이가 제일 많이 눈에 띄었다. 거북이 등에 만들어진 해시계까지..
북청사자놀음에서 보았던 형상이 있으니 "아빠가 했던 것"하며 반가워했다.
동자석들은 대부분 머리에 두개의 뿔을 갖고 있길래 "현지야, 로댕갤러리에서 봤던 동자상이랑 비슷하게 생겼네. 여기 있는 거 다 어린애들 만들어 놓은거야. 뿔처럼 생긴게 머리 묶은거야."
돌멩이 두개를 줍더니 머리에 올리며.."현지는 토끼가 됐네"
다 같은 돌일진대..제각기 다 특징이 있다.
특히 제주동자상은 단순한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불교에 관련된 석조들도 많았고,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것들을 되찾아 보존해 놓은 것도 있었다.
수많은 돌들이..정직하게 서있다.
수많은 돌 사이를 걸어다니며 스쳐지나가는 표정들이 아쉬울 정도로 정이 가는 곳.
그곳 돌에 새겨져 있던 시가 가슴에 부딪힌다.
"하나 같아라..죽음이나 어리석음 따위..겸손도 부끄러움도 모두 굳어져서..
울음도 돌덩이가 되는구나..웃음도 돌멩이가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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