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들어 집안 일을 거의 모두 도와주시던 친정엄마가 발길을 뚝 끊으셨다 ㅠ.ㅠ 친정집 1층으로 이사온 남동생 가족... 그 며느리 눈치를 보시는 것이다. 나도 그동안 친정엄마가 고맙긴 했지만 힘드신 것이 더 마음이 아파 발길을 끊으신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고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그 이후.... 우리집에는 구멍.... 그것도 아주 아주 큰 구멍이 나고 만다. 처음 1주일간은 바늘 구멍만 하던 그것.... 엄마의 도움이 없이도 내가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부지런히 해서 그럭저럭 엄마가 도와주실때의 모양새를 유지했다. 나 자신이 기특하고 집안 일이란 것도 내 스스로 하고 보니 재미있다.... 다음 한달간은 주먹만한 구멍.... 아침에 30분씩 아이들과 영어테잎을 듣고 씨디롬을 하고 뒹굴고 놀던 것은 내가 부지런하고 유능한 엄마라서가 아니었다. 그건 모두 친정엄마의 도움 덕이었던 것이다. 저녁 공부 시간은 밀린 집안 일에 밀려서 흐지부지 있다가 없다가 한다. 그 다음 한달간은 내 머리통만한 구멍... 저녁공부는 아예 없어진다. 아침엔 씨디는 구경도 못하고 겨우겨우 15분정도 영어테잎만을 듣는다.... 아이들 먹거리는 유기농만을 고집했던 우리집 저녁식탁을 라면이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 아침에 신을 양말이 없기도 한다... 그 다음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크기와 숫자가 늘어나는 엄청난 구멍들.... 흑흑흑..... 아무렇게나 키워도 잘 자란다던 아이비와 화초들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아이들 먹거리는 굶지 않기만 하면 아무거나 식탁에 올라와도 상관없다.... 정기 소독을 계속 빼먹어서 그런지 난생 처음 바퀴벌레가 발견된다. 저녁공부는 당연히 못 하고 아침 15분 마저도 있다가 없다가 한다..... 밤에는 피곤해서 빨리 재울 요량으로 영어책을 슬며시 뒤로 미뤄놓고 읽으면 졸린 어려운 우리말책을 아주아주 느릿느릿 졸리운 목소리로 읽어준다.... 한때 5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던 영어대화가 엄마의 끝없는 잔소리로 대체된다. 이럴때...하필 이럴때....아이들은 그동안 입 한번 뻥긋 안하던 아이들은.... 느닷없이 어제저녁 지들끼리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 물론 엉터리 영어지만.... 아들: Lisa~ 누나: Yes? 아들: I want toy gun my birthday.(생일날 장난감총 선물해달라는 말인듯) 누나: What dollar? (얼마냐는 물음인듯.. 근데 왠 달러?) 아들: one, two, three... 누나: four... Shut the door, five, six, Pick up sticks..... 그 다음부터 둘이 영어 노래 잠깐 겨울방학때까지 세서미 스트리트와 베드타임 스토리텔링만 의지하고 나머진 두손 놓을라고 했더니 이것들이 엄마의 착잡한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 쉬지 말고 그만두지 말고 계속 하라고 시위를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렸어도 듣는지 마는지 쌓이는지 흘러가 없어지는지 입 한번 뻥긋 안 하더니.... 말도 안되는 영어를 툭툭 한마디씩 하기도 하고 작은 아이는 영어동화책을 읽기도 한다(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외워서....) 휴우~~~그래... 힘내자. 정말 재미있었지. 우리 저녁 영어 공부시간... 깔깔 낄낄 하하 호호 참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기운 내서 너희가 그토록 두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던 그 시간 다시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께. 피곤해도 티 내지 않고, 밀린 집안 일 잠시 잊어버리고.... 엄마에 관한한 말할 수 없이 예민한 너희들이 전혀 눈치 못 채도록 웃는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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