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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상담 받을 곳 없는 대한 민국

  • 이원진
  • |
  • 2015-07-31

진지하게 상담 받을 곳 없는 대한 민국


우리나라에는 문화적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를 금기하다시피 해왔고,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어도 그 문제를 누군가에게 의논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것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가르쳐온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표면으로 끌고 나와 해당 분야의 여러 전문가를 찾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찾아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미국 같은 서양문화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문제가 생기면 이를 쉬쉬하고 덮어버리는 소극적인 대처에 더 익숙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은연중에 부모를 포함한 주위의 어른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힘들다’거나 ‘도와주세요’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라 배우며 자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닥친 난관은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스스로 참고 이겨 나가야 강하고 성숙한 사람이라는, ‘강함’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주입 받으며 자라왔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분명히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에 직면해서도 ‘도움을 청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나를 약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하는 걱정 때문에,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면서도 속으로 끙끙 앓고만 있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몸 어딘가가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듯이, 우리 마음에도 상처가 생기면 바로 그 상처를 치료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몸이 아플 때와 마음이 아플 때 도움을 청하는 데는 한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는 데는 별다른 용기가 필요하지 않지만, 마음이 아플 때 이를 치료해줄 누군가를 찾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그 동안 받아온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굳어진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마땅한 창구가 없었고, 또 용기를 내어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그들에게 적합한 상담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학교와 기관에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찾아와 내면의 상처를 꺼내놓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아직은 부족하지만 학교 안에서 도움을 청하기가 어려울 때, 학교 밖에서 편한 마음으로 상황을 전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방법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피해 학생들이 조금만 용기를 내면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할 수 있고, 필요한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누군가로부터 어떤 종류의 괴롭힘이든 이유 없이 고통을 당하게 된다면 바로 용기를 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육체의 상처나 병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 병세가 더 깊어지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도 방치하면 더욱 악화될 수 있고 절대 저절로 치료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받고 있는 상처나 고통에 대해 마음 편히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하루 빨리 정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병원에 가서 약을 사먹거나 주사를 맞고 치료를 받듯이, 우리 친구들이 더 이상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지 않을 수 있도록 전문 상담 교사 제도로 하루 빨리 각 학교에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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