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 또는 단순히 정서함양을 위해 미술, 피아노 등 한두가지 이상의 예능과외를 시키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 특히 이민생활이 오래되지 않은 부모들은 캐나다에서의 예능교육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실패하는 예능교육과 성공하는 예능교육, 그 차이점을 살펴본다.
미술교육, 테크닉보다 개성이 중요하다
1. 미술교육에 있어서 한국과 캐나다의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의 미술교육은 대개 ‘판박이식’이다. 미술학원에 가면 잘 그린 그림을 베끼는 아이들이 많고, 교사가 본을 떠준대로 색칠해서 그림을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스스로 뭔가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나비 한마리를 그려도 교사가 그려준 모양 그대로 좇아가는 식이다. 이처럼 창의성을 끌어내지 못하는 환경에 실망해 ‘미술과외는 필요없다’며 학원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얼마나 잘 그리느냐’보다는 ‘무엇을 표현하려 했느냐’에 더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생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면 교사는 생일날의 분위기를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 미술지도가 필요한 시기는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태어나서 연필을 쥐는 순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지도는 어린이가 색감을 알고 감성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4~5세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3. 그림이 개인의 내적 표현임에 비추어 과외가 창의성 개발을 가로막을 수도 있음을 지적했는데, 미술과외가 과연 필요한가?
물감을 타는 순간부터 도화지에 옮기는 과정의 느낌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자기 속에 있는 표현욕구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도 있다. 그림을 공부하게 되면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하게 되고, 보다 예술적으로 보게 된다. 이것은 어린아이나 어른들 모두에게 필요한 감각이다.
미술은 개인지도보다 그룹지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일부 부모는 교사가 일대일로 가르칠 때 ‘더 알차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사가 옆에 앉아 주시하면 그림에 몰두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도서관에 가면 도서관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미술학원에는 학원만의 분위기가 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고, 가정처럼 그림재료가 카펫 따위를 더럽힐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학원교육의 장점이다.
4. 가정에서 지도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미술전람회에 자녀를 데려간다거나 좋은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하면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한 아이의 미적인 감각이나 재능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한번은 전화상담에서 한 부모가 ‘우리애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고 자랑해서 나중에 가져온 것을 봤더니 만화 심슨을 그대로 옮겨그린 그림이었다. 그런가 하면 ‘우리애는 그림을 너무 못그린다’며 부끄러워하는 작품이 의외로 창의성이 빛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주가 있든 없든 어린 시절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5.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그리기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방법은?
기본적인 기법을 배우고 그림보는 눈만 키우면 누구나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학생중에는 더러 50대 늦깎이 학생들도 있는데, 뒤늦게 그림을 그리고는 싶어하면서도 겁을 내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미적인 감각, 뭔가를 그리고 싶다는 감성이다. 그런 감성이 생긴다면 그림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
6. 50, 60대 나이에 그림을 배우는 교민들도 있나?
물론이다. 여행에서 찍어온 사진을 샘플로 그림을 그리는 분도 있고, 직접 그린 그림을 주위 가까운 분들에게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한 분은 60이 되면 ‘비록 아마추어지만 환갑 기념전시회를 갖고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어 의학계에선 정신치료의 한 수단으로 그림그리기를 권장하기도 한다. 그림이란 것이 성장기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생 경륜이 깃든 은퇴 이후에도 한번쯤 도전해볼만한 멋진 작업이다. 물론 내면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 말이다.
7. 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데생, 구성 등 실기능력이 미대진학의 관건인 한국과 달리 캐나다는 15~20점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창의적 재능을 평가하는 것이 다르다. 한국에서 갓 이민온 학생들 중에는 미대 진학을 앞두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에 이민와서 다시 미술대학(OCAD)을 졸업한 선배의 한사람으로서 이같은 포트폴리오 전문학원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깨달았다.
포트폴리오는 그림에 대한 기초가 부족해도 본인이 미술을 하고 싶다는 의지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미술이라는 예술기법을 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개성, 열정, 창조성 등은 다듬어져야 하고 이것들을 혼자 발전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열의가 있는 학생이라면 1년 정도 꾸준히 준비하면 캐나다 미술대학이 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음악교육, 학부모.교사.학생 3박자 맞아야
1. 피아노, 성악 등 음악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어릴때부터 정서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돼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음악을 모르고 자란 사람은 행동이나 생각이 경직돼 있기 쉽다. 모든 오페라의 주제가 ‘사랑’인 것처럼 음악은 곧 사랑이다. 서로 경쟁하고 다투는 사회 속에서 음악은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음악을 가까이 하면 머리가 좋아지는 장점도 있다고 본다. 각 음역의 악보를 보고 양손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으려면 훈련도 훈련이지만 그에 맞는 두뇌를 개발시켜주어야 한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치고 머리나쁜 사람 없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얘기다.
2. 캐나다의 음악적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나?
캐나다의 음악수준은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보다 낮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민오기 전에는 “그래도 G7 국가인데, 음악수준이 높지 않겠느냐”라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오페라를 비롯해 클래식음악 활동이 대중 저변에 넓게 퍼져있지 못하고 일부 계층의 고급문화로만 남아있다. 이같은 생각은 나뿐 아니라 최근 수년 사이 한국에서 이민온 다른 음악인들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것같다.
3. 교육방식에도 어떤 차이가 있나?
성악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곳에서는 ‘발성’에 문제가 많다. 캐나다에서는 노래를 부를 때 누구나 ‘두성’을 쓴다. 어느 학교, 어느 교사든지 그렇게 가르치기 때문이다. 옛날 중세교회의 그레고리안성가처럼 느껴지는 소리다. 하지만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뱃속에서 밀어내는 벨칸토 창법을 쓴다. 이런 정통 성악은 이곳 캐나다 프로페셔널 성악가들도 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이 모두 두성을 쓰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지휘자로 있는 영락어린이합창단이 99년과 2000년 2년 연속 북한어린이를 돕기 매시홀 공연을 했을 때 일이다. 이 공연에서 캐네디언 어린이합창단 1000명과 한자리에서 노래부른 일이 있었는데, 영락어린이합창단 80명의 소리가 나머지 1000명의 소리를 압도했다.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이 “어떻게 가르쳤길래 그리도 가사전달이 잘 되고, 소리도 우렁차냐?”고 물었다.
피아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피아노를 처음 잘못 배우면 평생 망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손모양이다. 이곳의 모든 피아노교사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손모양에 개의치 않고 가르친다. 이런 상태로 굳어지면 조금만 오래쳐도 손가락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기 어려워진다.
4. 권할만한 레슨 횟수와 연습 정도는?
어떤 부모들은 “한국에서는 매일 피아노를 쳤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의 소위 학원교육은 여러명이 한꺼번에 배우는 단체교습이 대부분이다. 캐나다에서는 그런 식으로 가르치는 곳이 한군데도 없고 모두 일대일 레슨이다. 한국의 ‘교수레슨’ 방식인 셈이다. 일주일 내내 친 것보다 한번 집중력 있게 배워 집에서 연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5. 음악 레슨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은가?
동요를 배우는 학생들은 7살 정도가 적당하다. 전공은 아니지만 좀 깊이있게 배우려면 9살은 돼야 한다. 피아노는 곡을 들으면 외울 수 있고 악보를 읽기 시작하는 나이인 5살부터 가능하다. 그런데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아이를 몰아부치면 평생 음악을 등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9살, 10살이 되면 아이들이 음악을 지겨워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6. 슬럼프를 극복하는 비결이 있다면?
슬럼프는 어느 분야에나 나타나기 마련이다. 아이가 피아노 치기를 싫어하고 그만두겠다고 호소한다고 해서 중단시키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 어려움을 잘 참고 견디는 것 자체가 좋은 교육이기도 하다. 슬럼프를 극복하려면 선생님과 부모의 대화가 필요하다. 아이가 집에서 얼마나 연습하는지, 이론과 실기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서로 알고 있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엄마는 아이를 위해 자신도 피아노를 배우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자세는 매우 바람직하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못한다고 나무라지 말고 자주 칭찬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조수미 공연처럼 좋은 연주회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도 권할만 하다. 오는 9월 조수미의 토론토공연은 40세를 맞은 그녀의 가장 전성기 음악을 대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런 경험 하나로 음악을 대하는 아이의 시각이 확 달라질 수도 있다. 때로는 커뮤니티에서 열리는 작은 연주회도 좋다. 바닷가재가 맛있다고 매일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스파게티에서 바닷가재까지 다 맛보게 해야 한다.
7. 아이의 음악적 재능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나?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가에게 데려가 테스트를 받는 것이다. 성악은 소리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피아노의 경우는 일단 시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발전하는 속도를 지켜보면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8. 음악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를 꼽는다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 부모의 관심과 지도, 그리고 아이의 연습과 인내다. 다시 말하지만 선생님과 부모, 학생의 3각관계가 잘 형성돼야 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허물어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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