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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월+3]예술의전당 퇴계이황전과 타이포잔치

  • 김상민
  • |
  • 2001-11-23

1!@#$
[2001년 11월 21일 수요일]

오늘은 현지가 엄마를 위해 희생하는 날이었나보다.
현지를 위해서 다녀왔다기보다는 엄마를 위해서 나간 김에 전시회까지 둘러보게 되었으니..
빠듯하게 다녀와서 제대로 구경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페라 "아이다"를 보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전시가 무엇이 있을까..공연 시작 전에 둘러보려고 미리 살펴보았다.
서예관에서 하는 퇴계 이황과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타이포 잔치를 둘러보기로 결정.
모임을 하는 분과 같이 차를 타고 갔는데 가는 길이 너무 많이 막혀서 두시간 정도가 걸렸다.

예술의 전당 입구에서 제일 먼곳이 서예관.
서예관 외벽에는 퇴계 이황의 초상화가 커다랗게 장식을 하고 있었다.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현지에게 주니 그걸 들고 달려가 저만치 떨어져서 지폐에 있는 그림과 외벽에 붙은 초상화를 비교해본다.
"여기 있는 할아버지가 퇴계 이황이야..이황 할아버지. 뒷쪽에 있는 집 보이지? 여기가 도산서원이야. 이황 할아버지가 여기서 살았대.?_blank"
막상 전시장에 들어가보니 어린아이와 같이 가기엔 왠지 어려운 곳이었다.
돈까지 내고 들어갔는데..하며 주욱 둘러보면서 여러사람이 그린 도산서원 찾기나 하고..한자를 보여주면서 "이거 하늘천 따지..하는 한자야." "이황 할아버지가 친구한테 편지를 썼대..편지를 서간이라고 하는거래."하면서 짧은 시도 읽어주고.. 왠지 지루해 할 것 같아서 "그만 읽을까?" 물었더니 "아니, 더 읽어줘" 그런다.
아이가 눈썰미가 있는 것인지 벽에 붙어있던 한자들을 둘러본 후 유리 안에 전시된 책에서 같은 한자를 발견하더니 "엄마 저기에 있는 거랑 똑같은 글자야" 그런다.
엄마가 보기에도 너무 어려운걸..
차라리 재미있는 전시를 먼저 볼걸..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서 디자인미술관으로 얼른 달려갔다.
이곳의 전시는 ?_blank"타이포잔치"(12월 4일까지)
입장시간이 지났다면서 들여보내주질 않아서 시간되면 얼른 나오겠다고 했더니 입장료도 안받고 들여보내 주었다.
입구에 딱 들어서는데..이황이고 뭐고..진작 여기부터 둘러볼 걸..후회가 될 정도로 화려하고 재미있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글자놀이였기에..
타이포에 관심이 많은 나에겐 너무 반가운 전시회였는데..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같은 글자이지만..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글자들.
현지가 글씨를 읽을 줄 알았다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그냥 "이 글씨는 디자인이란 글씬데 검정색으로 쓴 글씨고..이것도 똑같은 디자인이란 글씬데 이건 얇고 삐뚤빼뚤하게 써있다. 같은 글씨인데도 느낌이 다르지?"하면서 비교하기 쉬운 것만 골라서 얘기를 해주었다.
아이들에겐 역시 화려하고..조금은 자극적인 느낌의 포스터가 눈길을 끄는 모양이다.
글자가 쓰여진 공간 위에 무분별하게 떨어져있는 잉크 자국들.. "글씨 쓰다가 잉크를 떨어뜨렸나 보다. 근데 더 멋있어 보인다" 그것들을 보면서 종이에 뭔가 뿌리는 흉내를 낸다.
문장을 따라 잘게잘게 오려져 있는 책도 재미있고..흐물흐물 기어가는 글자들..책에서 자라는 풀들.. 색색의 글자들이 거꾸로 뒤집혀서 모여있는 포스터..
일본인 작가의 작품인 듯한 문자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물(옛것으로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창살..복주머니.)에서 찾을 수 있는 의인화된 한자들..
"목숨 수(壽)"자가 들어간 작품(복숭아 나무의 줄기에 壽자 모양의 줄기가 있기도 하고..)이 특히 많아서 같은 한자가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지는 걸 뚜렷히 볼 수 있기도 했다.
알파벳 찾기도 하고..글자라는 것이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흐르기도 하고..거꾸로 뒤집히기도 하고..때론 재미있는 볼거리도 줄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현지야~책에서 본 글씨는 반듯반듯 했는데..여기에 있는 글씨들은 살아있는 것 같다. 그치?"
"응. 엄마 글씨가 막 움직였지"

너무 많은 작품들을 단시간에 보느라 정신없이 지나왔지만..화려한 볼거리 덕분에 아이가 즐거워하고 쫓아다니면서 관심을 많이 보였다.
팜플렛을 구하려고 했더니 전시가 끝난 후에 서점에 책으로 나온댄다.
아이를 위한다기 보다는..이젠 시들해진 전공이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기에 꼭 마련하고 싶다. 물론 아이에게도 색다른 글자의 매력을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기도 하니 일석이조가 되겠지만.

전시를 돌아보고 나와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어린이나라라는 곳에 맡겨졌다.
예술의 전당에 마련된 공간인데 공연을 보러 같이 들어갈 수 없기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엄마들은 오페라를 보러 들어가고..아이들은..그곳에서 선생님들과..낯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조금은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이때문에 무조건 날 희생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어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
장장 세시간의 공연..이 끝난 후.
그곳으로 달려가니 잘 놀았던 모양이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손에 꼭 쥐고 챙기면서 재미있게 놀았다는 현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아이는 잠이 들었다.
아이가 빨리 자라서..같이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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