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 고교 교육실태--'개혁'에 휘둘리는 학생·교사들 온주 고등학교의 모습은 10년전과 비교할 때 많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5년에 걸쳐 배웠던 내용을 4년만에 마쳐야하니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이에 따라 학생들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졌지만 점수는 낮아졌다. 교사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수년간 계속되는 제도의 변경과 주정부와의 끊임없는 마찰뿐 아니라 과로·학부모의 오해 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정부의 요구를 따름으로써 겪게 되는 좌절 사이에서 갈등한다. 교재도 넉넉하지 않아 복사해서 쓰는 형편인데도 학교측에서는 복사비조차 감당할 형편이 못된다고 푸념이다. 학교의 안전도 예전 같지 않다. 총기·폭발물의 위협에다 행동강령 도입으로 학생들에 대한 규율도 더욱 엄격해졌다. 권총모양의 라이터로 장난을 치던 학생이 무기를 사용한 위협행위로 몰린 경우도 있다. 몇해전 폭력에 대한 불관용정책을 도입한 이후 학교장들은 어딜 가든 늘 휴대전화를 지니고 다닌다. 비디오 카메라도 교내 곳곳에 설치돼 있다. 99년 신교과과정이 도입된 후로 고교생들은 종전보다 몇년 앞서 새로운 내용을 배우게 됐다. 교과가 어려워짐에 따라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내용이 어려울수록 중도에서 좌절,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아진다. 수학은 개념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글쓰기 기술까지 요구하고 있어 학생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답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낸 과정까지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반에서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쓰는 능력의 부족으로 더욱 고심하고 있다. 온주정부는 교육개혁만 외쳤지 교육에 대한 실질적·실용적 지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낡아빠진 학교의 교육장비로는 학생들의 장래를 준비할 수 없다. 신교과에 따라 교재 등 교육자원도 새로 구입해야 하지만 예산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학교에 따라서는 3세트의 교재를 3개학급이 함께 사용해야 하므로 학습진도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학생이 교재를 집으로 가져가는 것도 어렵지만 혹시 분실이나 파손하면 많게는 89달러까지 책값을 물어야 한다. 교사들도 수업준비를 위해 연간 200∼300달러를 자신의 주머니로 부담하는게 보통이다. 뿐만 아니라 TV·VCR 등 교육자료 구입을 위해 학생들은 수레에 캔디와 음료 등을 싣고 이 교실 저 교실을 다니며 자금 조달을 돕기도 한다. 더욱 큰 문제는 학습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주당 3시간 정도는 이들을 위한 교재복사 등 자료준비에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학교측에서는 복사비를 줄이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예산의 절반을 교재구입에 사용하고 있는 학교측은 예산의 1/5 정도를 복사비로 책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의 사기는 날로 떨어진다. 온주에는 교사들의 업적과 기여를 기리는 그 흔한 「스승의 날」 같은 것도 없다. 교사들은 은행에 늘어선 줄이나 채소가게 등에서 교사에 대한 험담만 듣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뿐 아니라 관리직도 박봉과 과로에 시달린다. 교육청은 지난 5년새 관리직의 1/3을 감원했다. 이에 따라 학교청소도 이틀에 한번꼴로 할 수밖에 없다. 간밤에 폭설이라도 내리면 학교 화장실은 엉망진창이 된다. 학교가 청결하지 못하면 학생들의 질병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지 못하는 학생들은 쉽게 피곤해지고 현기증을 일으킨다. 교사들의 방과후 학생지도 축소도 문제다. 학생들의 건강관리와 학습의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방과후 특별활동이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불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쇼핑몰로 몰려다니든지 비디오게임 등에 빠지거나 만성 흡연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속에서 학교교육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긴 하지만 주어진 환경안에서 꿋꿋하게 학생지도에 임하는 교사들이 있는 한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의욕과 동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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