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서 독해 입문에 대한 이야기가 꽃을 피우니 저도 새삼 한창 토플 준비에 열올리던 시절도 생각나고, 소설이나(오해 없으시길^^) 끼고 사는 요즘과 비교도 해보고 싶어 용기를 내어 서로 의견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사설을 길게 늘어놓고 싶지는 않고, 철저히 이 땅의 입시 영어를 배우며 토플을 준비했던 저에게 "영어"는 "독해 시험" 이었을 것이고 "직독직해"라는 100미터 달리기 시합같은 영문국역의 읽기를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엄마표 영어, 즉 영어책 읽기를 통한 영어능력 습득에 대한 경험을 하며 느끼거나 공감하게 된 점들을 통하여 우리아이들의 독해 교육에 대해 현재 가지고 있는 의견 등을 써 보고자 합니다. 우선 일천하나마 제 독해력의 변천사를 하나의 예로서 조망해 보지요:
1. 그 이전에, 제 경험상, 독해 실력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던 책들은 옛날 일본 책 번역이라던 "2000제"-성
문종합의 단문, 중문, 장문 독해 수준의 지문들과 글씨 크기로 빼곡히 차 있던 2000문제 독해서! 이건 사실 제가 과외하던 학생이 보던거라서 제가 봤지요.^^ 이 책에서 배운건 어렵든 말든 진득이 주욱 보고나면 그 전에 보던 책들이 이상하게 쉬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2. 그 다음, 세월이 한참 지나, 나이 서른을 넘겨 본격적으로 cbt토플을 준비하던 시절, 해커스 싸이트에서 알게된 "데이빗 조" 선생의 "해커스" 문법! - 아, 영어 구문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저를 감탄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말 식으로 구역을 나누어 사선치며 분석하는 독해보다, 문장 전체를 영어식 구조로 스윽 파악하는 감이 나아진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커스" 시리즈에 대한 무한 신뢰를 낳은 계기가 되기도 하였고요. 해커스 "Reading"도 고급 독해 기술을 연습시켜주는, 주옥같은 짥고 긴 지문이 가득 찬 좋은 교재입니다.
3. 그 이후, 특정 시험점수에 연연해 하지 않고 여유있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원서를 "즐기며" 읽게된 (영어 실력이 더 늘었다기 보다는 영어에 친숙해 졌다고 해야 할까요...) 단계가 도래했습니다.
이상과 같이 크게 세 단계로, 제 영어 접근 방식이 나뉘어 지는군요. 다시 요약하자면,
1. 직독직해, 그러나 어순은 영어문장이 표현된 순서대로라고는 하지만, 우리말의 틀 안에 영어를 가두며 보게된다.
2. 우리말로 해석하기를 억누르며 문장이 지닌 의미가 연상이 되는냐에 촛점을 맞춘다. 그리고 단락 전체의 유기적인 관계에 관심을 두게되는, 보다 거시적인 글 읽기를 한다.
3. 이전보다 많은 양의 영어글을 읽어낼 수 있다. 번역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우리말로 영어 문장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지 않는다. 기호에 맞는 글(책)을 골라 읽으며 즐기고, 필요한 정보를 흡수한다.
이제부터가 제 본론입니다. 자, 그렇다면 아직 초등학생인 내 아이는 어떻게 시작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도 쑥쑥에 들어오던 1-2년 전만 하더라도 제가 밟았던 과정이 순서대로 초-중-고급 과정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번의 과정을 본격적인 독해 수업의 정석으로 여기며 이제나 저제나 아이에게 가르치려 기회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코앞에 특정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아니고, 3~4년은 창창한 시간이 있는 초등학생이라면, 3번의 시간부터 미리 충분히 다져 놓는 것이 나중의 본격적인 1,2번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해주는 기초체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독해교재의 지문도 물론 나름대로 의미있고, 정보습득도 되는 글이지만, 그런 단락 수준의 글이 아닌,
챕터와 챕터가 얽히고, 영어 특유의 표현방식이 "감"으로 잡히게 되는 것은 해당언어의 문학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외국인으로서 외국땅에서 남의 언어를 배우는 우리가, 학습력이 좋은 아이에게, 빠른 효율을 따지면 1번의 길로 기초를 다질 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에게 배당하는 영어시간 중에 아직은 "책읽기"에 많은 비율을 할애하는 것이 외국에 가서 배우지는 못하지만 "흉내"내어 비숫하게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저같은 직장맘도 이에 대한 미련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여 이곳을 배회하고 있군요....
수험서도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잡으면 그 시리즈의 단계를 타고 싶어지고, 시간 할당도 자연히 그쪽으로 쏠리게 되지 않나 싶어요. 특정 시험에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초등까지는 "책"에 뿌리를 두는 것이 궁극적으로 탄탄한 기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국어도 아이에게 국어 문제집 많이 풀리지는 않잖아요. (나만 안풀리나? ===333)
"영어공부, 5학년때 ....늦지않다"의 주인공 성준군도 토익 시험 준비 막바지에 940점에서 점수가 더 오르지 않을 무렵, 토익 수험서 공부는 중단하고 서너달 내리 영어책만 읽었다고 하지요. 그러다 다시 본 시험에서 만점을 날렸다지요. 토익 문제집만 많이 푼다고 만점 나오지는 않지요. "영어" 자체의 기초체력이 다져져 있지 않으면 구멍이 날 것 같아요. 하긴 시험에 유독 강한 종족들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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