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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위조 사건의 전모(?)

  • 이원진
  • |
  • 2015-08-17

성적표 위조 사건의 전모(?)


나 :   철수가 성적표 받아 왔지요? 지난주에 학기가 끝났잖아요.
부모:    성적표요? 어, 아직 안받아왔는데, 철수야!
철수:   네, 엄마! 왜요?


부모:   너, 지난 학기 성적표 아직 안받아 왔니? 선생님이 지난주에 학기 끝났다고

            하시는데 너는 왜 성적표를 안 가지고 오니?


철수:    엄마도…… 성적표는 우편으로 오잖아요. 전 못 봤는데요. 내일 카운슬러한테 여쭤볼게요.
부모 :    그래. 꼭 여쭤보고 엄마한테 얘기해 줘야 해. 알았지?
철수:     네, 엄마!

 

어느 집에서난 흔히 들어볼 수 있는 엄마와 아들간의 이 대화내용은 몇 년 전 제가 알고 지내던 어느 댁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다가 직접 들은 내용입니다. 며칠이 지나고 우연한 기회에 다시 그 엄마와 전화 통화할 기회가 생겼는데, 성적표 얘기가 나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나 :     학교에서 성적표는 받아 왔던가요?

부모 :   네, 다음날 카운슬러한테 갔더니 집으로 이미 보냈는데 왜 못 받았는지 모르겠다면서

           부모님께 직접 팩스로 보내주겠다고 했다는 군요.

           그리고 그날 오후에 집으로 성적표를 팩스로 보내 주셨어요.

           그 녀석, 은근히 걱정했는데 성적이 꽤 잘 나왔더라구요. 어찌나 기특한지….

 

 

 

 


나 :      흠…..성적표를 팩스로 보내주셨단 말이지요?

            흠.. 카운슬러와는 직접 통화를 해보셨나요?


부모:ㅣ ………아니요. 영어도 그렇고…. 한번도 통화를 해본적은 없어요..


나 :            힘드시겠지만, 학교에 한번 가보세요.

                 그리고 카운슬러께 철수 성적을 좀 보여달라고 해보세요.
부모 :    왜요?
나        하여간 그렇게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번 학기 성적만이 아니라 아예 고등학교              
             학업증명서 를 보여달라고 하세요.

          


바로 다음날 학교에 찾아간 엄마는 오후 늦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 옵니다. 용기를 내서 학교에 찾아가 카운슬러를 만나 본 결과, 철수가 전날 카운슬러를 찾아온 일도 없을뿐더러, 팩스로 성적표를 보낸 적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확인을 한 철수 엄마는 떨리는 마음으로 학업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했고, 9학년때부터 모든 성적이 기재된 그 증명서를 보는 순간 거의 기절일보 직전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1학년인 철수가 이제껏 몇 번만 빼놓고는 A, B성적을 놓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던 엄마 눈앞이 성적증명서에는 9학년때만 빼놓고 B, C는 말할 것도 없고 D도 몇 개씩이나 있더라는 것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이제껏 철수는 성적표에 성적을 부모로부터 숨겨왔던 것이고, 성적표가 어떤 방법으로 집으로 오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철수의 부모는 이제껏 한번도 아들의 성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본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억세게도 운이 없는 철수는 밥을 얻어먹으러 갔던 제 탓에 이제껏 공든 노력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던 거였고, 불똥이 떨어진 철수는 고민 끝에 성적표를 위조한 후, 위조가 쉽게 눈에 띄지 않도록 친구 집에 팩스 기계를 통해 집으로 보내는 대담한 완전 범죄(?)을 계획했던 것이 이 사건의 전모였던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철수 엄마께 학교에 찾아갈 것을 권하지만 않았어도 철수는 ‘기특한 아들’로서 한껏 기를 펴고 살았을 테니 철수에게 다가온 고난은 모두 제 탓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성적을 위조하는 한인 학생들은 비단 철수만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컴퓨터로 성적을 위조해서 풀로 붙인 후 복사를 하고는 막상 위조한 원본을 잊어버리고

복사기에 그냥 올려 놓은 채로 가는 바람에 그 무서운 음모(?)를 펼쳐 보지도 못하고 고난을 맞은 순진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탈선은 아이들이 부모들을 속여도 부모들이 알지 못 할거라는 확신이 생길 때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이민자 가정의 삶 속에는 더 그렇습니다. 부모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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