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0일 수요일,지나간 수요일 만큼 고요하고 빠르고 바쁜 아침이 열렸다.
아들놈 짐보리 수업이 아침에 있고 오후엔 아영이 피아노 렛슨이 있고
흠 저녁엔 뭘 해 먹는담... 늘 그랬듯이 카푸치노 한잔을 마시러 들렸다가 가슴이 썰렁해졌다.
도저히 신문에서 눈을 뗄수도 끝까지 읽을수도 없는 일이...
나이아가라 인근 농가에서 화재로 엄마와 아이 7명이 모두 숨졌다.
세상에..그러고 읽다보니 8명이 참변을 당한게아니였다.
엄마는 출산을 앞둔 몸이였다.
왜 하필이면 오늘따라 신문을 봤담...가슴 아프게..늦게 알아도 될거슬......수업을 하는둥마는둥 하고 돌아와 현관 문을 여는데
식탁에 올려진 빨간 도시락 통.
남편이 아침에 들고나간 도시락 통이 곱게 올려져있다.
별꼴이야..이게 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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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그렇고 그래서 회사에 전화를 했다.
자동 응답기만 열심히 돌아간다.
아니 낮에 집에 왔다갈거면 도시락을 왜 싸가누...
또 다시 전화를 했다.
여전히 자동 응답기에 남편 목소리만 줄줄줄...
또 하고 또 해봐도 첨 그대로다.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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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돌아왔다.
얼굴빛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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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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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같이 멍한 기분이다.
그동안 잘 다닌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휴가조차 제대로 못 쓴
휴가 내었어도 도로 받납하고 열심히 다녔던 회사가 문을 닫았단다.
바로 오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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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하지도 묻지도 못했다.
무슨 말을 하며,무엇을 물어 본단 말인가!
농가는 아주 오래되었고 모두 연기로 인한 질식사였다.
혼자 남은 남편은 사고 당일날 오타와에 머물며 이사에 관련된 일을 보고 있었단다.
신문에서 장례식 사진도 가족을 모두 잃은 남편의 얼굴도 보았다.
그는 지금 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회사는 조용해졌고 모든 협상은 중국인 사장 특유의 스타일로 정리가 끝났다.
미국의 본사로 가겠다는 사람 하나 없고 모두 오타와를 고집하며 조용조용한가보다.
남편은 그 어떤 말도 한마디 안해준다.
협상은 어떠햇는지..나는 너무 궁금하다.
못쓴 휴가는 얼만큼이나 돈으로 주는건지...등등등.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도 늘 그들같은 생활을 해왔다.
적은 연봉으로 세금을 적게내는거나 많은 연봉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거랑 생활은 똑같다.
늘 일정하게 나가는 돈을 빼면 생활하기에 바쁘고
저금 같은건 생각들을 못한다.
그래서 지나가다 창문이 깨진 차들을 가끔 보면..저게 캐나다의 현실이야...
갑자기 창문이 깨어져도 창문부터 바꾸지 못하는게 이곳 대부분 사람의 삶이다.
두꺼운 종이나 나무 합판을 대고 다딘다.
그러다가 몇달후나 빠름 짧은 시간후 창문을 달게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걸 보는 내가 지금 현재의 우리들을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다.
우린 모두 자기 삶에 행복해한다.
나와 남편은 참으로 덤덤하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그냥 바라보고...있었다.
머리속이 하얗기도 검기도 했지만...
이미 우린 앞서 힘든 시간을 보낸 친구들을 보아왔기에 특히 한인들처럼 보내고 싶진 않았다.
그런점에서 남편과 말은 없어도 뜻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난 철부지처럼 남편 선배님네 댁으로 전화해서 김치찌개해서 저녁 달라며 식구들을 몰고 처들어 가고
남편은 담배 한대 피우자면 시간나면 자택 근무하는 친구네로 거의 출근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째 잘 참는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제일 친한 친구 p에게 전화가 왔다.
다 잘 될꺼야...라고 위로한다.
나랑 같은 처지면서...나보다 휠씬 어린 동생이며 친구인 그녀가.
난 전화해볼 생각조차 안했는데..못헸는데...
그런데 잘 참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였다.
눈물이 너무 흘러 나중엔 내가 먼저 전화를 끊자고 했다.
그녀가 그런다.
우리 너무 힘들어지면 큰집으로 이사해서 같이 살자...고.
우습게도 한번 눈물이 터지니 쉽게 멈추지가 않는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대출한 영화,white oleander를 보면서 밤새워 울었다.
여러가지로 생각을 상상을 했다.
늘 부족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없다면...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일,나에게 남편이 없다면,아이들에게 아빠가 없다면...
그리고 엄마인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수 있으며 무엇을 나눠야는지.
엄마란 어떤 존재여야는지...
그리고 제 생각중에 한가지가 바뀌기도 햇어요.
일전에는 이유야 어떻든 아이들과 함께 동반 자살하는 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그럴꺼면 저나 그러지..그랬죠.
하지만 이젠 그런 경우의 이야기를 듣게되면 그냥 침묵하고 조용히 가슴 아파할것 같아요.
그들이 선택한 결정이 결코 옳은것이 아닐지라도
그들 나름대로는 그속에 그들의 사랑이 그 누구보다 크다는 생각을하게되었거든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모가 지켜주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생활 하루하루...
영화를 아직 못 보셨다면 한번 보시길..권합니다.
더불어 The Deep end of the Ocean두요.
외국 생활중에 늘 불안한것 한가지,내가 만약 내 아이를 잃어버림..어쩌나..였는데
당연히 그런일은 없어야고 일어나서도 아니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또 한번 가족을 돌아보게되고,맘에 각오를 단단히한 영화이기도 했거든요.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만나는 아주 좋은 영화이고 더 늦기전에 한번쯤 봤음..싶네요.white oleander를 보면서 단지 영화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렇게 울고나니 속이 좀 후련터군요.
다음날 아침 퉁퉁 부은 눈을 본 남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 영화때메 울었구만...
저...피시시 웃었죠..머..ㅎㅎ그렇게 몇일이 지나니..머...ㅠㅠ
그리고 아영이 생일 파티가 바로 눈앞에 와 있고,아영이 발레 공연이 있을꺼고
아영이가 피아노 연주회를 할꺼고...그리고 크리스마스가 금방 올꺼고.
사실 제일 속상한건 아이 생일을 앞두고 남편에게 그런일이 생겼다는거였어요.
미리 예약을 해둔 생일파티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맘에 부담일수밖에 없고.
또 금방 들이닥칠 크리스마스 그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리고 제 솔직한 입장에선 너무 억울한건 남편에게 그런일이..가 아니고
부족해도 행복하게 살았는데..가만히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이민온지 4년되어도 속옷 한번 아직 사본적 없고 화장품 조차 수퍼용으로 쓰는데...
그러면서도 그동안 늘 행복했는데...
이곳 물가가 얼마나 높은건지...그런저런게 원망스럽더라구요..ㅎㅎ 최근에 한번에 엄청 쏟아내린 눈,그 눈을 맞은 작은 나무..ㅎㅎ 11월 10일 수요일이후 일주일은 띵~그렇게 보냈고
11월 17일 수요일이후 일주일은 아영이 생일 파티하느라 정신 없고
11월 24일 수요일이후 일주일은 발레 공연 연습과 아영이 생일로 정신없고
12월 1일 수요일이후 일주일은 발레 공연을 위한 무대 연습과 공연,피아노 연주회를 끝냈고
12월 8일,수요일에는 드디어 남편이 새로운 직장을 갖게되었죠.기념으로 남편은 맛있는 음식을 사왔고 오랫만에 맘을 펴놓고 즐겁게 저녁식사를 끝냈죠.
그리고 밤에 저는 그 뜻깊게 먹은 음식들을 죄다 화장실에 쏟아부었답니다..ㅎㅎ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알게모르게 저에게 쌓인 스트레스가 깊었나 보더라구요..ㅋㅋ
그렇게 시원한 구토는 첨이였거든요.
남편은 아영이 덕분에 한달을 집에서 보냈어도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모르겠다고 합니다.
저도 뭔가 메달릴 꺼리를 찾다가 아들놈 목도리나 하나 만들자면 시작햇다가는
아영이가 보고 자기꺼부터 해달라는 바람에 아영이보다 저보다 더 긴 목도리를 하나 완성했지요.
남편에게 아영이의 빡빡한 시간표가 저에겐 아영이의 목도리 때문에 우리가 힘들게 보낼 시간들이
아주 가벼웠던것 같아요.
아영인 처음처럼 지금도 아빠에게 우리에게 무슨일이 생겼는지...모릅니다.
그래도 하루는 그러더라구요 아빠 왜 이렇게 일찍 와아~~?
단지 우리 부부가 열심히 치과에 치료 받으러 다녀야니깐 아빠가 회사에서 일찍 오는줄 알더라구요.
직장을 잃게되어도 회사에서 한달간 치과 보험 해택을 받을수 있게 해 줍니다.
친구네랑 우리 부부 넷이서 치과 시간표에 틈이 나면 쪼르르 달려가서 치료를 받고 있고
이제 남편도 저도 한번만 더 가면 됩니다.
더 늦기전에 치과도 가고...웃으면서 그러죠..참 좋은 경험이다 라구요..ㅠㅠ그리고 오늘은 툭하면 건너가 점심을 저녁을 얻어먹던 친구네서 축하겸 크리스마스겸해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아들놈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오면서 자기 시작터니 코까지 골며 떨여진지 오래고
오늘밤은 무쟈게 춥다니...혹시 눈이라도 내리지 않을까..창밖을 한번 더 내다보며
그동안 힘든 모든일들 그리고 기뻐할 일을 여기에 올립니다. 내가 이겨낼수 있는 만큼의 무게로 나에게 왔던 그것들은 이젠 제 어깨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젠 한층 더 무거워져 내려올 그것들이 무엇이든 두렵거나 무섭지..않습니다.
영주권을 받아 이민온 4년전에 비하면 지금 우린 가진게 너무 많거든요.
어여쁜 두 녀석이 있고 친구가 있고 이젠 시민권자요(12월 10일날 시민권자가 되었거든요..ㅠㅠ)
이제 진짜 우리 가족의 이민 역사를 새로이 잘 쓸 준비가 되었거든요.여전히 창밖엔 눈이 오지 않습니다.
추운지 윙윙 보일러는 잘도 돌아갑니다.
소리가 멈추면 돈 나가는 소리가 좀 줄면 저도 잘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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