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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4일 금요일]

극단 사다리에서 REM극단과 손을 잡고 ?_blank"징검다리"라는 공연을 내놓았다.
이미 수준을 인정받은 "달을 훔친 쿠카부라"를 비롯 많은 공연에서 인기를 얻은 극단이기에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이 공연 역시 97년도의 초연 이후로도 여러차례 공연이 된 바가 있다고 한다.
특정한 마을이나 나라의 전설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의 상징적인 줄거리들이 혼합된 듯 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호주 원주민 마을의 춤과 하백 신에 대한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헤매다 하백에 대한 자료만 구해 아이에게 "동명왕"부터 시작해 TV드라마 "왕건"를 들먹이며 왕건보다 더 일찍 태어난 우리의 옛 나라 고구려의 주몽이란 사람이 동명왕인데 주몽 엄마의 아빠가 하백이라는 둥, 하백이 압록강을 지켜주는 신이라는 둥..어린 아이에게 난해한 설명만을 해주었다.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니..
"하백이란 신은 귀신같은거랑 비슷한건데(표현이 어째 영 어설프다) 귀신은 사람이 죽어서 돌아다니는 무서운 건데 하백은 그런 귀신이 아니라 사람들을 지켜주는 좋은 신이야" 하고 설명해주었다.
"천사가 현지를 지켜주는 것처럼 하백도 강을 지켜준대"하면서.
강을 경계로 서로 문화와 언어가 다른 두 마을을 무대로 공연이 시작된다.
강철로 이루어진 해, 먹을 것 제대로 구할 수 없는 녹이 슬데로 슨 삭막한 무채색의 왼마을과 자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달과 나무, 음식이 가득한 원색적인 오른마을.
처음엔 저기 매달린건 뭐지..해같다..그랬는데 '밤이 되었습니다'하면서 상황을 전개해주는 오른마을의 추장 겸 나레이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매달려있던 새끼를 둘둘 말아놓은 듯한 둥그런 공이 비춰지길래 '아, 저게 달이구나..' "현지야, 저기 매달린게 달이야" 낮이 되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강철의 삐죽삐죽한 해를 보면서 '아.. 낮이 되었구나'(물론 조명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현지야 낮이라 해가 돌아가네" 하고 얘기할 수 있었다.
두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도와주려고 하지만 강의 신 하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감히 접근하지 못하다 우연히 제물을 바치면 하백의 따뜻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서로 제사를 지낸다.
하백이 그의 두 신하들과 같이 등장해 물의 춤을 추듯 출렁거리다 그들에게 다리를 선물한다.
이때 한명의 신하가 피리를 잃어버리고 가게 되고 메이가 피리의 비밀을 몰래 숨어서 보게되었기에 숨기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다리"라는 것을 통해 친구가 되어 하룻밤을 즐겁게 보낸다.
언어가 재미있다. 왼마을 사람들의 영어는..보면서도 자꾸 웃음이 나올 정도로 간단명료했다.
"You!" "Go" "Where!" 뭐 이런식으로도 의미가 전달이 된다는게 재미있었다.
그렇다고 오른쪽 마을 사람들이 쓰는 우리말 대사가 많았다면 어우러지지 않았을텐데 행동과 표정과 간단한 말만으로 통일감을 주어 조화를 이룬 것 같다.
왼마을 사람들이 음식대신 칼을 선물했을 때 칼을 사용함으로써 밧줄을 쉽게 끊을 수는 있었지만 그 위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알게 되기도 하고..이렇게 그들은 서로의 문화에 조금씩 적응을 하는 듯 보였다.
풍요로운 호주 원주민의 춤과 절제된 힘을 위주로 추는 춤이 어우러지며 그들은 친구가 된다.
먹으면 "차차차차차 체체체체체"하면서 노래가 나오는 오렌지빛 과일과 먹으면 몸이 가려워진다는 울퉁불퉁,파충류를 연상시키는 과일은 "캔디동산"에 나오는 따먹어도 계속 열리는 과일을 연상시킬 만큼 재미있는 상상을 주었다.
우리가 따라하기 쉬우면서도 동요같으면서도 뮤지컬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욕심많은 왼마을의 어느 한 사람에 의해 그들은 하백이 준 선물에 감사하지 못하고 결국 다리를 뺴앗기데 되지만 메이와 호영의 천진한 우정..사랑이라고 해야하나..그에 힘입어 징검다리를 통해 또 한번의 화합의 기회를 얻게 되는 얘기다.
배우들이 아이들에게 선사해주는 오버연기라 할지라도 어른들조차 즐겁게 웃음을 표현할 만큼 배우들의 연기나 음향이 맘에 들었다.
사실 소년, 소녀가..그답지 않아 순수함이 그대로 전달이 되진 않은 것 같다..그냥 소녀고 소년이라니까..하며 애써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다.
"오빠랑 언니랑 서로 만나서 친구가 된거야"
영어로 대사가 나오기라도 하면 내가 현지 귀에 대고 "조심하래" "징검다리를 달래" "기회를 한번만 더 주세요" 하면서 바쁘게 통역사 노릇까지 해야했다.
한술 더 뜬다고 이것이 배우가 뭐라고 하면 혼자서 "NO!"하면서 갑자기 소리를 내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물을 다스리는 강의 신이라서 그런지 물처럼 반짝이는 의상과 세상을 하나로 움켜쥘 듯한 길고 넓은 손가락부터 얼굴을 망사로 가리고 깃털을 달고 다니는 두명의 신하들의 등장이 아이들의 조금은 지루햇을 법한 처음 부분의 배경에 대한 졸음을 싹 가져간 듯 하다.
졸듯 말듯 피곤해 하던 현지가 금새 허리를 약간 앞으로 구부려 무대에 정신을 쏟았던 것을 보면 말이다.
푸른빛을 내뿜는 하백의 피리는 신비로왔다..
징검다리는 상상력을 동원해 좀더 예쁘고 신비한 소품이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생겼다.
마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라면..더군다나 요란하게 등장하는 하백이 주는 선물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이미지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백이 왜 무서운 캐릭터로 설정이 되었는지는 좀 의문이다.
사람들의 교류를 가로막는 물의 특성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
"하백은 무서운 신 아니야" 그러면서 애써 무서움을 참는다.
"보성이 이모~ 하백이 지영이를 데려갔어요..어떡해.."(지영이가 아니라 호영인데..)
엄마한테는 말도 안하고 무슨 큰 일이라도 난 듯이 옆라인의 보성엄마에게로 가서 공연에 대한 보고를 한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두 마을 사람들이 부르던 친구에 대한 노래를 다같이 부르기도 했다.
"친구..친구..함께..우리 모두..친구..친구.."
현지는 같이 간 보성이에게 다가가 "친구~친구"하면서 마을사람들이 손바닥을 마주대며 서로를 느끼듯 손바닥을 들어 보인다.
화장실에 가서도 "보성아~ 우리 '친구~~' 그거 해보자"그러면서 화장실 바닥에 엎드려 화장실 안쪽을 쳐다보면서 엽기적인 행동까지 보였다.
엄마랑 같이 해보자니까 "엄마는 친구 아니잖아. 보성이가 친구야"그런다.
36개월부터 입장가능하고 관람은 5세 이상이 적당하다지만 대체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것 같다.
문명의 혜택이 지나쳐 황폐해져 버린 듯한 마을의 주 연주는 키보드와 타악기로..
풍요롭고 따뜻한 마을을 표현하는 연주는 통기타 연주로 느낌을 대변해주었다.
기계를 통한 소리가 아니라 직접 전달되는 라이브 연주가 더욱 인상적이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처럼 오늘 공연의 음악은 배우들과 우리들의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가 된 것 같다.
'훌륭함'보다는 짧은 대사와 음악만으로도 관객들에게 느낌 전달이 잘 이루어지는 '충분히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공연보다 더 진하게 와닿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인상이 남는다.
문예회관을 나와서.. "여우야 뭐하니 동산에..." 포스터가 보이길래 "저기도 징검다리가 있네, 징검다리에서 여우랑 순이가 친구하면서 노래도 불렀잖아"하면서 그때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도 부르고.."징검다리는 마을과 마을을 친구로도 만들어주고 여우야에서처럼 여우랑 순이랑 친구를 만들어주는것 보니까 착한 일을 하는 다리구나"하면서 징검다리를 건너뛰는 것처럼 현지 손을잡고 "징검다리 건너자"하면서 한발로 콩콩 뛰면서 다리를 건너는 흉내도 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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