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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월+20]갯벌에서 놀자, 나무 보러 가자

  • 봉황
  • |
  • 2001-06-09

[6월 7일] 보리에서 하는 "나무도감"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 원화전시회. 애기똥풀 소식지에서 받아본 정보이다. 5월소식지에서 봤기에 혹시나 이런 좋은 기회를 잊기라도 할까봐 커다란 종이에 써놓고 드디어 전시회를 보러 갈 수 있었다. 아직도 어린애같이 어디 가기 전날이면 뭘 가져가야 되나..짐부터 꾸린다. 짐이라고 해봤자 특별한 것도 없지만 현지가 좋아하는 "보리아기그림책"을 세권 챙겼다. 나무도감 원화라길래 그 책은 없고해서 식물에 관련된 책 세권을 골랐다. 전시회가 열리는 현대아트갤러리는 바로 옆 백화점의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한가한 편이었다. 들어가자마자 현지가 진열되어 있던 달팽이그림책을 꺼내들고는 그자리에 앉아서 읽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예전에 다른 서점에 들러서 읽어준 적이 있는 책 "모두 꼭 맞아요"를 읽어주었더니 다른 책들도 계속 읽어달랜다. 그러면서 이거 사자~ 이거 사자~ 그런다. 예전부터 그 책만 보면 사달라는 것을 계속 미뤄왔더니...이번에 사주마~ "엄마 이거 똑같은 책이네? 엄마 이것도 똑같네? 현지거랑 똑같지?" 전시회 보러 와서 얘는 똑같은 책만 찾고 있네. 똑같은거 찾는 것을 취미로 갖고 있는 아이. 현지의 관심을 끌어 원화를 보려면 "똑같은 그림"을 찾아서 보여주는 것이다. 다행히도 현지가 가져간 그림책에 있는 식물과 똑같은 그림도 있고 아주 똑같지는 않으나 비슷한 것들도 많이 있어서 책을 들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구분이 확실한 식물도 있지만 엄마에게도 그게 그것인 것도 있어서 몇개는 이름만 얘기해주면서 지나쳤다. "저기 열매가 열려있네? 저 열매는 다람쥐가 좋아하는거래. 다람쥐가 뭘 좋아하지?" "도토리" "그래, 저게 도토리지. 도토리는 참나무의 열매야. 이게 참나문데 여기서 도토리가 열린대." 사과나무 꽃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이건 사과나무이네. 사과꽃이구나" 그랬더니 "아냐, 이건 꽃이잖아. 사과 아니야. 사과는 저~기 있잖아" 그러면서 첫부분에서 봤던 사과가 열린 나무를 가리킨다. "그래, 그건 사과가 열린 그림이고 이건 사과가 열리기 전에 핀 사과꽃이야. 여기서 꽃 밑부분에서 사과가 자라면 나중에 사과꽃이 떨어지는거야" "응, 그렇구나~" 개나리를 보았다. "어? 이거 개나리야, 현지야.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노래를 불러주었다. "현지야, 이 노래에서도 개나리가 노랗대. 봐~ 정말 노랗다." "이건 아카시아 꽃이야. 현지가 좋아하는 노래에도 이 꽃이 나와. 동구밖~ 과수원길..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봐 현지가 좋아하는 노래에서도 아카시아 꽃이 하얗다고 하지? 아카시아꽃이 무슨색이야?" "하얀색" "벚꽃 기억나니? 엄마랑 어린이대공원에 갔을때 벚꽃이 눈내리는 것처럼 하늘에서 막 내렸지? 현지가 벚꽃도 잡았잖아" "응 멋지지?" "그래 그 벚꽃이 이렇게 생겼구나. 너무 이쁘다~" 책에 있는 그림을 펼쳐서 이름을 말해주며 현지에게 똑같은 그림을 찾아보라고 했더니 잘 찾아다니면서 "이거랑 이거랑 똑같지?" 하면서 탄성을 지른다. 뭐가 그린 신기하다고..ㅎㅎ 책에 있는 그림들을 직접 원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유명한 명화야말로 정말 그 의미가 남다르겠지만 아이에게는 이런 작은 그림책의 원화야말로 가장 친숙한 진짜 작품으로 느껴질 것이다.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의 원화. 이 책을 본 적은 없지만 그림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림들이다. 별로 살아있을 것 같지 않은 풍경이지만 가만 살펴보면 모두가 살아있는 이름을 지닌 생물인 것이다. 굴, 조개, 불가사리, 게, 낙지, 갯지렁이..내가 이름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이게 고작이다. "현지랑 바닷가에 갔었지? 엄마 똑같지?" 에고 또 똑같다네. "우리가 갔다 온 곳은 바닷가 모래사장이고 여기는 갯벌이야." 더이상 설명하기가 난해했다. 그냥 바닷가에는 빈조개껍데기만 있고 갯벌에는 살아있는 조개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면 쉽게 알아 들을 수 있었을까..? 이부분은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얘기해줘야겠다. 집에는 이 책은 없지만 "갯벌이 좋아요"라는 책이 있다. 그 책과 보리아기그림책을 같이 보여주면서 세밀화로 보여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세밀화는 실물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실물 같을 수도 있기에 부드럽고 친근한 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림책 원화전시회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단시간에 볼 수도, 오래도록 감상하면서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냥 나무와 이름만 보면서 훑어볼 수도 있겠지만 이왕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간 것, 아이가 좋아하는 관심사(엄마의 얘기와 노래와 경험을 연상하면서)와 같이 연관시켜서 아이에게 알려준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예전에 미피원화전시회에도 다녀왔는데 그냥 책으로 나온 단순한 캐릭터로 보는 것과 원화를 보면서 점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모양을 만든 과정을 본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작은 점들이 연결된 모습. 그리도 캔트지에서 베어나오는 컬러. 이렇게 시각을 넓히고, 미세한 표현을 느낀다면 나중에 그림책을 보더라도 그때의 진한 작품의 느낌을 상기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린이식물도감과 동물도감, 그리고 나무도감을 보았다. 아직 현지 수준이 아니라면서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욕심이 간다. 나도 모르는 부분이 상당하기에 내게도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는 책인 것같다. 식물과 동물..자연에 대해 이렇게 한발짝씩 다가가서 나중에 수목원이나 공원에 가더라도 "경치 좋~다" "공기 좋~다" 이러면서 분위기에만 젖을 것이 아니라 보이는 동식물을 보며 쉽게 이름을 얘기할 수 있고 한가지의 특징이라도 얘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점토를 갖고 놀았다. 준비할 것이 있어서 나도 뭘 만들고 있는데 "엄마, 나는 갯지렁이 만들거야~" 그러면서 열심히 주물럭 거리더니 뭉퉁한 머리에 긴 몸통을 만들고는 갯지렁이랜다. 갯벌에 사는 것 중에 갯지렁이가 기억에 남은 모양이다.ㅎㅎ 발자국을 만든다며 발로 열심히 밟기도 하고 이색 저색 섞어가면서 희얀한 색을 만들기도 하면서 저녁내내 잘 놀았다. 내가 만들어준 갯지렁이도 어느새 한대 섞여 발자국이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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