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
선생님에게 드릴 작은 초코렛 상자를 하나 미리 준비하여 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오전엔 상자를 열어 보여주면서 카드는 스티브가 직접 만들어얀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나눠 줄 카드와 같은 카드에 선생님 이름을 쓰면 된다고 합니다. 친구와 선생님은 똑같이 친구라네요. 그러하니?
생각을 해 보니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빨간 물감을 내려놓고 붓을 꺼내오니 자기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벌써 알아차리고 테이블 위에 올라앉더군요. 하트만 엄마가 그려주고 나머지는 전부 스티브가 해야한다고. 가위질도. 이름도.
색칠하다가 어디를 박박 긁는다니...
조심 조심 또, 조심!
오리고, 이름 넣고, 초코렛에 끼워 완성!
점심을 아주 간단히 먹이고 -교실에서 파티가 있을 예정이니깐- 친구에게 줄 카드와 선생님 선물을 가방에 담아 학교로 떠나는 것을 보고 저도 학교를 향하여 출발했습니다. 오늘처럼 특별한 날이면 선생님께서 미리 학부모님들에게 파티를 위한 준비물 목록을 보내주십니다. 일년에 한 번 정도 아이들을 위해 준비할 수 있게끔 해 주십니다. 무엇을 얼마나로 적어 보내주시는데 선택이 아니고 지정이라는게 조금은 불편합니다. 왜냐면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에 당첨되어버리니 진짜 수퍼 가서도 막막하더라고요. 돈 들고도 물건 앞에서 쩔쩔헤메야다니... 파티 전용으로 포장된 야채들을 한바퀴 살펴보고 그래도 이 정도면 무난할것 같은 것으로 네가지 고르고 골라 사왔지만 어느 정도 크기가 좋을런지...어느 정도 두께로 잘라얄지...이거 애들이 좋아할까? 에이, 과일이면 더 좋았을텐데 돈이야 좀 더 나가더라도...
암튼, 은근히 고민해가며 준비해서 보낸 야채 박스입니다. 다시는 야채에 걸리지말지어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꺼꾸로 뒤집어 쏟아붓는데 작년 만큼의 카드와 사탕 초코렛이 쏟아졌고. 재미있었다고 즐거웠다고는 하는데 야채 박스가 다 비었는지 다들 맛있게 먹었는지는 모른다고 합니다. 이제 겨우 5살 아이에게 그걸 확인하려고 했다니...참 바보 엄마죠.
날이 날인데...저녁을 먹으러 나가자는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못 이기는 척 하며 따라 나섰습니다. 식당 문 앞에서 자리로 안내 되기까지 반 시간 넘게 서 있었습니다. 식사가 나오기 까지 또 반시간 넘게 언제 나오냐며 기다렸습니다. 하루 전날이나 하루 뒤에 밥 먹자고 합니다, 남편은. 그런데 사실 그런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다른 사람들의 소란스런 대화도 음악처럼 들리는 이런 날에 남이 시키는 특별한 발렌타인 메뉴도 구경하면서 부러워도 하면서 보긴 좋아도 맛은 별로일꺼라는 심술- 발렌타인 전용 메뉴에만 따라 나오는 후식으로 작고 깜찍한 디저트를 공개적으로 전시 해 놓았는데 침이 고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왠지 쉽게 주문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도 부려가면서 한 때를 보내는것도 일년에 단 하루뿐인 날에 놓칠 수 없는 재미인데...^*^
스티브는 선생님에게 감사 카드를 받아왔습니다. 저에게는 당신이 좋아하는 초코렛이였다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이크 그게 아닌데...사실 초코렛도 스티브가 고른것인데......손수 제작하는 초코렛 가게에서 첫 날은 스티브랑 같이 구경만 하는 척 하고, 다음날 저 혼자 다시 나가서 스티브가 고른것을 고대로 구입해서 감춰두었던 것인데...그런 이야기가 숨은 초코렛이였는데...요. 선생님!
2008년 3월 10일. 발렌타인 데이를 준비했던 스티브 이야기...
-오타와에서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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