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들에 상관없이 큰 놈이나 작은 놈이나 겁이 무척이나 많습니다.별로 밝히고 싶지 않치만 이미 다 아시다시피
두 놈 모두 딱 접니다. 참 이상하죠 안 닮았으면 하는것은 꼭 닮는단말이죠. 그래서 그동안은 아이들에게 많이 양보를 했습니다. 의견 존중 차원에서 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하여. 그러나 이도 한 두 번이죠. 겨울이 무진장 길고 긴 이 나라서 스키는 위험하고 스케이트도 위험하고. 그렇타면 집 안에만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며 이는 절로 겨울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이야기인데...
잘 타지는 못해도 아영이는 일단 스케이트를 신고 앞으로는 나아갑니다. 여기 까지도 참 멀고도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남편은 겁장이 엄마를 둔 탓이라고 늘 핀잔을 주지만 저는 태어나서 처음 배운 운동이 스케이트입니다. 그것도 4살때. 저 운동 좋아하고 운동 잘 하는데, 저 어릴적에 육상 선수도 했었는데. 수상 스키도 첫 날 일어나서 쌩쌩 탔었는데...스케이트에 대한 어렴풋이 기억 나는 부분들을 이야기 하면 남편은 안 믿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몇년만에 다시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에 서 보니 내가 진짜 옛날에 탔었고 잘 탔던 느낌이 살아나고 분위기도 그려지고 제 옷도 떠오르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남편은 에게게게.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더 큰 맘을 먹고 아이들에게 겨울 운동을 부추기며 나 역시 피하지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 긴 겨울 이거 하나만이라도 한다면 겨울도 줄이고 건강에도 좋을테고 또 넷이서 뭉쳐 다니면서 끈끈한 정도 더 생길테고. 지금도 넘치게 끈적거리는 상태이긴 하지만.^*^
신을 사러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고민되더군요. 덜컥 신은 구입했는데 얼음위에 서지 않겠다면 그거 큰일이잖아요. 신발값이 적은 것도 아니고. 우선은 신발 사러 갔을때 과연 신을 신어 보기나할까? 그것이 더 큰 문제였어요.
평상시에도 가죽 구두 밖에 안 신는 아이에게 이상 망칙한 크기의 스케이트라니...
역시 집에 가자는 말만 되풀이 하더군요. 아이가 그러하니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남편은 아주 싶게 포기를 하더군요.
혹시 모르니 우리 말은 안 들어도 직원이 도와주고 직원이 신켜주면 가만히 있지않을까? 한 번은 신어는 보지 않을까? 미리 아이가 어떠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신을 수 있게 도와닫라고 부탁을 하면서 아이 앞으로 그 직원을 모시고 갔습니다. 왠일입니까! 바로 신어 보고, 헬멧을 고르고, 바로 날을 갈고, 그날 바로 스케이트 장으로 갔습니다. 몇년 후에나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순식간에 와르르 펼쳐진것입니다.
크게 바라는 것 없었습니다. 그냥 함께 가서 신이라도 신어주었으면...그런데 완전 무장을 다 하고는 얼음 위로 나서는데 저 아이 우리 아들 맞나 싶어서 다시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눈 앞에 서 있지만 그냥 믿기지않는 그 무엇이란거 있잖아요.ㅎㅎ
2007년 12월 29일, 스티브가 스케이트를 처음 타던 날!
첫 발을 올리는 순간!
무서워~요!
흑흑흑...
나, 저기로 나갈래요...
남편에게 모른척 하자고. 지금 그냥 나가면 끝이야...
무서워서 울었지만 한시간 동안 자알 잡고 걸어다녔습니다. 누나도 엄마도 아빠도 모른척 하고 자기네들 타기에 바쁘니 혼자서 그냥 살살 밀고 다니더라고요. 시에서 운영하는 이런 스케이트장은 수없이 많습니다. 동네서 가까운 곳으로 선택하여 가면 되고 우리 네 식구가 가면 6불. 시간은 한시간 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탈 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이날 이후 금요일과 토요일 이렇게 두 차례씩 두 곳으로 나눠 스케이트를 타러 다닙니다. 우리가 생각해도 우리에게 이런 날이 올쭐 몰랐는데...요즘은 저희 어른 보다는 아이들이 더 좋아합니다. 그냥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밤에는 스케이트 타러 가는 날이라고 생각해버리는 눈치입니다.
2008년 1월...
이젠 장난감 친구까지 모자에 태우고~ㅎㅎ
2008년 2월...
학교에서도 야외 수업의 한 가지로 스쿨버스를 타고 반 친구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워낙 어려서 부터 스케이트를 하키를 배우다 보니 거의 쌩쌩 날으는 수준이고 옆으로 오면 무섭습니다. 아이들이 다칠까봐서가 아니라 제가 저런 아이들과 부딪히면 균형을 그냥 잊을것이 너무나 뻔해서요. ㅎㅎ 스티브 처럼 이제 겨우 잡고 걸어 다는 아이도 있고 서 있는 시간 보다 넘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도 있고 아예 구경만 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다행이도 스케이트를 시작했으니 야외 수업을 해도 아이들과 함께 한다 싶어 좋터라고요. 스쿨 버스를 타고 스케이트 장을 이용하는데 3불을 학교에 지불합니다. 저 처럼 도우미로 나설 경우는 물론 무료입니다. 학년이 높을수록 겨울에 이런 야외 수업을 하는 기회가 많아지며 또한 학년이 높아지면 스케이트에서 스키로 겨울철 야외 수업은 바뀝니다. 겨울이 길다 길어 그러면서 노래나 부르고 있을뻔했는데 아들이 도와주어서 가족 모두가 이번 겨울 나기는 한결 쉽고 가볍게 되었습니다. 가끔 친구네 식구들이랑 함께 얼음 위에서 모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네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다 보니 아이들의 학교 친구도 만나게 됩니다. 그럼 진짜 자기네들 끼리 뭉쳐 다니면 잘 놀고 적당한 간격으로 걸어 다니던 스티브도 몸과 맘의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그러다가 저러다가 손 놓고 혼자 타는 날 오리라는 생각에 기분이 휠씬 좋아지고 얼음위에 서 있는 시원함이 가슴까지 전해지기도 합니다. 어떤 날 저는 반바지 차림으로 나간적이 있습니다. 괜히 그러고 싶어서요. 뭔가 나 자신이 새로워 지고 싶고 나 자신이 얼음이랑 연애 하는듯 하고 설레고...그러하더군요. 그리고 남편에게 손 잡아 달라며 함께 몇 바퀴 같이 돌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순간이 참 좋습니다. 아들의 긴 겨울을 반으로 줄여준다고 하구선 결국 엄마 아빠 이 늙은이들이 젊어지고 있는거 아닌가 싶어요.^*^ 암튼 아들의 긴 겨울을 반으로 싹뚝 자르는 방법은 성공했습니다. 아들에겐 겨울 운동의 즐거움을, 딸에게는 겨울 운동의 참 맛을, 엄마와 아빠는 겨울을 젊게 나는 방법을. 저마다 들고 서 있는 가위는 달랐지만 우린 모두 긴 겨울을 제대로 반으로 싹뚝 자른것만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이 끝날때 까지 정말 열심히 하루도 안 빠지고 얼음을 지칠것입니다. 넷이서... 2008년 3월 14일, 긴 겨울 나기에 성공했다는 보고를 드립니다! -오타와에서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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