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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22일 화요일]
상상력과 호기심 展(~1월 29일 화요일까지)이 인사아트센터에서 겨울방학 특별기획전으로 열리고 있었다.(만 6세 이하는 무료)
인사동에 나가본 지도 몇개월은 지난 것 같고 마침 근처의 갤러리 사비나에서도 특별기획전이 열린다기에 발걸음을 했다.
?_blank"상상력과 호기심 전"은 기대 이상으로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하였다.
전시장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홀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엄마 홀맨이야"
"이 홀맨은 종이로 만든거래"
"홀맨이 호박처럼 생겼어"(종이로 둥글게 말아 만들다보니 그 주름이 호박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그러더니 두꺼운 패딩코트를 입은 채 땅바닥에 털석 주저앉아서 "엄마 나도 홀맨처럼 앉아있지"한다.
내 눈에 먼저 띈 것은 마른 꽃잎으로 만든 상자 속에 전시된 인형들..

"현지야, 이건 꽃잎을 말려서 붙인 다음에 나머지 부분을 펜으로 그린거야"
금낭화..도라지꽃..분꽃 등 마른 꽃잎의 모양과 종류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가 나왔다.
"가지말아요"라는 작품을 보면서 현지와 서로 잡아당기며 "가지말아요~"하는거라니까 "엄마, 가지마세요~"하면서 전시 내내 옷을 잡아 끌면서 장난을 쳤다.
선녀처럼 날아다니는 듯한 견우직녀..
명성황후라는 작품 앞에서는 내가 노래를 불러주며 그 노래에 나오는 우리나라 황후라고 얘기해주니 "엄마 나도 그 노래 알아.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에에"하며 노래를 부른다.
아주 작은 작품들인데도 섬세하고 살아있는 듯 날아다니는 듯 어릴 적 한번쯤 이런 화려한 드레스를 꿈꿔봤을 법한 패션쇼를 보는 듯한 그림이었다.
알류미늄과 청동으로 만든 곤충들이 구석 벽에 자리잡고 있었다.
죄다 불이 켜져 있어서 그냥 보는건가보다..했는데 설명을 보니 더듬이를 만지면 3단으로 곤충의 꼬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현지는 역시나 이곳에서 곤충의 더듬이를 만지느라 한참을 보냈다.
"엄마, 이리와봐~"
온갖 연필, 펜등이 꽃혀있는 듯한 그림..입구에서부터 그 색채의 화려함만으로도 시선을 잡아끌던 작품이었다.
지나가던 여자아이가 "이걸 어떻게 그리지?"하니 현지는 "그린거 아냐. 연필 꽃아놓은거야"하며 대꾸한다. "엄마, 나도 이거 해보고 싶어. 집에가서 연필 꽃는거 해보자"
"엄마, 나 저건 싫은데 저건 맘에 들어"하면서 점묘법으로 그린 듯한 작품을 가리킨다.
"핑크색 그림은 마를린 먼로라고 외국 영화배우고 녹색으로 보이는 건 우리나라 지키던 유관순 언니야. 누가 맘에 든다구?"
"녹색언니"
"가까이 가서 보자. 어머, 현지야~ 가까이서 보니까 뭐로 보이니?"
"나비"
"그래, 나비들이야..근데 자~~멀리가서 보니까 사람 얼굴이 나온다. 너무 신기하지?"
"엄마, 이리 와봐. 종이배야"
"그래, 종이배를 많이 접어서 겹쳐놓았네. 이 작품은 노란색이 많으니까 "노란바다"래. 그럼 이 작품은 파란색이 많으니까 "파란바다"겠다. 이건..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검정색 여러가지 물감을 뿌려놓았네"
다닥다닥 종이배를 접어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면서 입혀진 두께가 더 입체적으로 보였다.
여러가지 색을 뿌린 듯한 종이배바다는 마치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연상시켰다.
"나 이거 해볼래"
현지를 따라가려면 해줘야 할게 너무도 많다.
근데 이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종이배를 열심히 접어서 작은 도화지에 붙인 다음..물감을 뿌려보는 것..그럼 현지만의 바다를 만들수 있겠지.
우리가 제1전시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순간 어제 책에서 읽은 "아귀"가 떠오를 만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물고기.

전시장 중앙에 매달려 사람들에게 제일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누가 저걸 만든 재료를 멀리서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양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스푼과 포크와 나이프로 아주 멋지고 기발한 물고기를 만든 것이다.
그 옆에는 역시 스푼을 일정한 패턴으로 모아 놓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예쁜 꽃.
"현지야, 맨날 밥 먹을때만 사용하던 숟가락하고 포크가 이렇게 멋진 물고기도 될 수 있구나. 여기와서 물고기를 뭘로 만들었는지 찾아보자..뭐가 있어?"
"숟가락이랑 칼이랑 포크"
"와, 숟가락 봐봐. 현지랑 엄마가 참 많다"
나의 몸 탐험이라는 주제였는데 현지가 보기엔 어려운 듯 싶었다.
내 나름대로 해석해서 설명해주긴 했지만 어쩐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2층에 내리자마자 사람의 몸속이 보인다.
"현지가 밥을 먹으면 입으로 드러가서..여기처럼 이 길을 따라서 내려오다가 똥꼬로 나오는거야. 그럼 똥이 되는거지"
"아휴 냄새"하며 손을 내젓는 현지.
"여긴 엄마 쭈쭈가 있네? 여긴 아기집이야"
사람 몸 속에 또 다른 수많은 눈들과 사람의 형체..
우리 몸 속에도 수많은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그렇게 현지에게 얘기해주고는 있었지만 "엄마도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전시장 가운데에 세워진 사람의 형상들과 타버린 듯 부서진 인체의 잔해들..
"이건 현지가 숫자를 1 2 3 4 5 세듯이 사람이 사라지는 과정을 순서를 정해서 보여준거야. 봐봐, 사람의 모습에서 점점 투명해지면서 나중에 팔과 목이 없어지지? 그리고 나중에는 부서져버리는거야"
"엄마, 이거 나쁜 사람들이 부수고 간거지? 어떡하지?"
"사람이 점점 사라지는 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런거야"
"아니야, 나쁜 사람들이 부시고 간거야!"
"엄마 저건 똥같아"
"이건 우리 몸의 구멍을 만들어 놓은거야. 현지 집에서 책 봤었지? 우리 몸에는 어떤 구멍들이 있을까..찾아봐"
"눈, 입.."
"그래, 코도 있네..? 이건 뭘까..? 똥꼬구나..이건 쉬아 하는 구멍이네..?"
"저건 눈"
"그래, 눈도 구멍이지.."
아크릴로 만들어진 상자속으로 들어가 바깥쪽 모니터에 비춰지는 또 다른 내모습을 보기도 하고..영상설치물을 보며 손으로 머리를 공처럼 갖고 노는 듯한 작품도 보았다.
마치 블럭을 끼울 때 오목한 부분과 볼록한 부분이 있듯이 가슴 부분과 배꼽 부분을 따로 표현했지만 맞물리면 하나로 맞아떨어지는 작품까지.
슬슬 지루해하는 현지를 데리고 인사아트센터 바로 건너편 골목에 위치한 갤러리 사비나로 향했다.
흥겨운 우리놀이展(~2월 8일 금요일까지)
그림 속에서 찾는 우리놀이에 대한 전시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아예 어떻게 하는지 방법조차 모르는 것도 있었다.
테라코타로 만들어 놓은 십이지상 앞에서 서로의 띠 찾기를 하였고, 풍물놀이 그림을 찾아다니며 "엄마, 사물놀이다"하며 반가워한다.
탑블레이드 때문에 팽이가 좋아진 현지에게 옛날 팽이의 모습도 보여주고, 닭들을 키워 서로 싸움을 붙이기도 했다고 얘기해주며 닭싸움에 관한 그림도 보여주고..
안개 가득한 뒷동산에 줄타기를 하는 그림을 보면서 전시장 바닥의 선을 줄삼아 그 위에서 그림의 흉내도 내보았다.
먹물고 뿌린 듯한 북청사자놀이에 관한 그림을 보며(아마, 내가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무슨 그림인지조차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건 북청사자놀이 하는 그림이네?"하니 "그래, 이거 작은아빠랑 아빠랑 했던거잖아"하며 알은 체를 한다.
자치기나 쥐불놀이를 하는 얘기도 해주며(한번도 해본적은 없지만..) "옛날 아이들은 이렇게 들판에서 장난감 대신 이런 놀이를 했대"
장기판을 보여 "빨간나라와 검은나라가 싸우는데 이건 한자로 말 마자야..이건 한칸 앞으로 가고 대각선으로 한번 가는거야..이건 차야 이건 앞으로 주욱 가서 상대편을 잡아먹는거야. 얘네들은 졸병인데 한칸씩만 움직일 수 있어. 각자가 가야하는 길이 다르거든..이렇게 해서 상대편 왕을 잡으면 이기는 게임이야. 너무 어렵지?"
알아듣는게 이상한거지..
그래도 갖고 놀고 싶은지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인사동에 올때마다 늘 하던대로..거리를 돌아다니며 탈이며, 붓이며, 한지며 구경을 했다.
꿀타래도 사고..스파게티 단골집에 들르고..
추운 날씨에 눈발까지 날려 집에 돌아오는 걸음을 재촉했다.
"현지야~ 오랜만에 전시회 보러 오니까 좋지?"
"응, 난 작품 보는게 좋아"
작품이란 소리가 제법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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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서..상상력과 호기심 전에서 본 꽃잎으로 만든 견우직녀를 상기시키며 읽어준 "견우 직녀"를 읽어주니 팜플렛을 보며 견우와 직녀를 찾으려고 애쓴다.
"그건 여기 없어. 그 대신 이것들도 꽃잎으로 만든 작품들이네. 비슷한거야"
인체의 구멍을 표현해 놓은 작품을 얘기해주며 "우리 몸의 구멍"을 읽어주고
포크와 나이프와 스푼으로 만든 물고기와 꽃을 팜플렛을 통해 보여주면서 집에 있는 책 중 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으로 재미있게 만들어 놓은 "옷과 소품으로 만든 재미난 그림책"과 "잡동사니로 만든 엉뚱한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흥겨운 우리놀이 전에서 본 놀이들을 찾을 수 있는 책이 집엔 없었지만 닭싸움에 관한 놀이 대신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과 테라코타로 만든 십이지상을 얘기하며 "열두띠 이야기"를, 풍물놀이에 대한 것은 "사물놀이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엄마 난 아까까지 토끼띠었는데 지금은 강아지띠 할래. 멍멍멍멍"
이 아이가 언제쯤 춤추는 강아지에서 벗어나려나..
사물놀이 이야기는 책이 너무 길어서 읽는 것이 지루했는데도 잘 들었고 나중에 책에 포함되어 있는 CD를 들려주니 "엄마, 태평소 소리네" "엄마 저건 징이지.."그러면서 삼도풍물굿을 흘려들었다.
하지만..책을 다 읽기가 바쁘게 달려나가 어제 아빠가 사준 조이픽스 블럭을 갖고 논다.
블럭을 안고 살길래 새로운 블럭을 사주었더니 집안에 블럭을 뿌려놓고 손에서 놓지를 않는다.
어린이집에 다녀와서도 인사동에 전시회 보러 가자니까 블럭 가지고 논다며 한사코 거부를 하더니만..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지칠 줄 모르고 갖고 놀던 블럭을 이제서 겨우 놓고 잠이 들었다.
"엄마, 내거 가져가면 안돼..음냐 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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