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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31일 목요일]
거의 열흘만의 외출..
2주마다 하는 로댕갤러리 음악회 일정과 맞추었다.
그곳에 가기 전, 같이 가게 된 보성맘의 제안으로 이대 근처의 채식식당 이뎀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한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유기농, 채식 바람때문은 아니고. 그 전부터 콩으로 만든..그런 쪽을 찾아헤메던 나에게 직접 먹어볼 수 있는 기회이자, 아이의 기호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콩으로 만든 햄과 핑크색 단무지..연꽃 뿌리로 만든 연자죽..밀과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와 정말 닭고기 같았던 채식 닭고기 요리.
제법 컸다고 식사양까지 늘어난 두명의 꼬마들이 합세를 해서인지 조금 모자란 듯 싶었는데 속에서 불고 있었던 것이었을까..은근히 배가 불렀다.
향 짙은 쟈스민차를 후식으로 즐거운 첫 채식식사를 경험했다.
아마 나도 보성맘처럼 채식식당을 찾아다니게 되지 않을까..
?_blank"우리 이제 로댕갤러리 갈거야..지옥의 문 보러 가자."
"그래, 지우개문 보러가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을 가둬버리는 지옥에 들어가는 문이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주어도 곧죽어도 지우개 문이랜다.
우리는 바로 로댕갤러리에 도착했다.
20세기 외국조각 특별전 - 현대조각과 인체(~2002년 2월 24일)
거리에 붙은 홍보 포스터에는 인체를 변형시켜 길쭉하게 늘여놓은 청동조각품이 있었다..분명 시험에도 나왔던 문제였는데..누구였지.."현지야, 이건 사람 몸을 고무줄처럼 길게 늘여놨네..이건 누가 만들었을까.?"
갤러리에 들어서서 둘러보면서 알았다. 그래..자코메티였지.
"와, 저기 아저씨가 활을 당기고 있네? 저 아저씨 이름이 헤라클레스야. 그리스 로마 신화전에서 헤라클레스 본거 기억나니?"
"아니 몰라"
조각전시관람을 할 땐 조각품 흉내내기를 하곤 한다.
헤라클레스처럼 해보자~ '이건 많이 본 스타일인데..' 미로의 작품이다.
?_blank"현지야, 이건 미로 아저씨가 둥글둥글하게 만든 작품이야..미로 아저씨는 사람 모양을 이렇게 단순하게 만들었대. 이건 눈인데 짝짝이다. 눈썹이 입하고 이어져 있다..히히히 하고 웃고있네. 현지도 이 여자처럼 웃어보자.."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리고 두 모녀가 히히히히 웃는다.
"어머, 여기 엉덩이 좀 봐"
작품의 뒷쪽을 둘러보니 엉덩이가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다.
현지가 "엄마, 나봐요" 그러면서 오리처럼 엉덩이를 쑥 빼면서 히히히 웃고 있다.
앞에서만 보고 지나쳤다면 볼 수 없었던 작품의 또 다른 세계..뒷모습이 유쾌한 웃음을 준다.
자코메티의 작품을 찾아서 현지에게 포스터에 있던 거라고 얘기해주었다.
세개의 작품을 보면서 작품의 특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지야, 자코메티 아저씨는 사람을 이렇게 길쭉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청동으로 울퉁불퉁하게 만들었어"
"세개의 원과 판들" 이라는 데이빗 스미스의 작품을 보면서 원이 두개밖에 없는데..하나 받침 역할을 하는 원까지 포함해 세개라는 것을 알았다. 현지에게 동그라미 세개를 찾아보라니 두개밖에 찾지 못해서 바닥에 있는 원도 보라고 일러주었다. 그 원마저 찾았다면 '아이구, 기특한것!!"하고 칭찬을 해줬을텐데..
"모딜리아니라는 사람은 사람 얼굴을 이렇게 길게 만들어. 또 누가 길게 만들었었지?"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음..음..저거.." 할 뿐.
팜플렛을 들고 다니며 대단한 관람자인 것처럼 한손에 들고 작품과 비교를 하는 듯..번갈아 쳐다보기도 한다.
"엄마, 이거랑 똑같은 것도 찾아줘"하면서..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언니를 보더니 펜을 달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아예 엎드려서 그림을 그린다.
사람의 인체를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을 할 수 있는 작가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맨날 교과서에서나 봐오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근데 우리의 이현지는 알라나 모를라나.
드디어 음악회 시작..
오늘은 "꿈, 사랑 그리고 첼로"라는 부제 아래 진행되는 첼리스트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야마구치 히로아키의 연주회였다.
첼로로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편곡해서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를 하는 것이라지만..이렇게 들으나 저렇에 들으나 원곡인 듯 싶다. 뭘 잘 모르니..
처음..내가 로댕갤러리 음악회에 왔을 때보다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
중저음의 첼로연주를 제일 좋아하는 나에겐 오늘 음악회는 정말 분위기 잡히는 날이었다.
맨 뒷자리여서 현지가 내 다리 위에 서서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보려고 해도 내버려두었다.
그런데 이것이 연주에 맞추어 몸을 이쪽저쪽으로 흔들더니 혀로 "롞띾 롞띾"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순간 당황하기도 하고 앞에 앉은 지긋한 할아버지의 뚫어질 듯한 눈초리에 질겁해 얼른 제지를 했지만 이것의 시계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연주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이와의 나들이지만 매번 내가 객체가 될 수는 없는 일..
잠시..조용하게 혼자 와서 연주를 즐길 수 있을 때가 올까..생각하다..내가 목적이 아닌 아이와 둘이 공감하는 우아한 음악회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두명이 동시에 주체가 되니까.
조용히 음악 듣고 나면 다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약속했던가..
연주가 끝나자마자 "엄마, 나 잘들었으니까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그런다.
앵콜곡도 들어야지..열심히 박수를 쳐서 들은 재즈풍의 앵콜곡이 오늘 연주 중에서 제일 멋졌다.
조지 거쉰의 ?_blank"summer time"
지금도 이 음악을 들으면서 로댕갤러리에서의 멋진 연주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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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현지와 함께 자코메티 아저씨의 작품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컬러믹스를 꺼내어 색을 섞는데 "무슨색이 될까~"노래를 부른다.
길게 문질러 손으로 울퉁불퉁하게 질감을 만든 다음 몸통도 길~게, 다리와 팔도 길~게 만들어 붙여서 알록달록 달랑거리는 사람을 만들었다.
다 만든 후 내가 끓는 물에 넣으니까 "엄마 자코메티 잡아먹으면 안돼요~ 죽어요~"하더니 "라면같다..먹어봐"그런다. 이젠 자연스럽게 자코메티라는 이름이 나오네.
끓는 도중 팔도 다리도 너무 얇아서인지 떨어져나가 본드로 붙여 겨우 고정시켜놓았다.
청동으로 만들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ㅎㅎ
인터넷에서 작가들은 검색해가며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보여주는데 봤던 작품이라도 나오면 반가움을 금치 못하고 "엄마, 다른 것도 똑같은거 찾아줘"한다.
조지시걸의 작품 같은 경우는 갤러리에서 설명을 듣지 못해 무지했던 한계를 벗어날 만큼의 작품설명도 찾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된 것 같다.
때문에 늦었지만 아이에게 "현지야, 조지시걸이라는 아저씨는 진짜 사람에 석고를 떠서 작품을 만들었대. 현지가 본게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랑 똑같은거래"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석고 뜨는게 뭐냐면..현지 아기때 손 뜬것처럼 사람 몸에 석고를 붙여서 굳힌 다음에...어쩌구..저쩌구..
아이가 머리가 아프겠다...직접 주무르면서 "길쭉길쭉 울퉁불퉁 자코메티" 이름 하나 안 것만으로 이쯤에서 멈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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