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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1일 금요일]

예전에 북토피아에서 그림책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도깨비부채' 코너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이 "황소와 도깨비"를 처음 접했다.
이상이 남긴 유일한 동화라는 말에 더 솔깃했던 것 같다.
근데 그곳이 "앗 동화책이 움직이네"를 지원하는 키즈토피아로 따로 분리가 된 모양이다.
그래서 들어가보니 이젠 "황소와 도깨비"의 동영상은 유료회원만 볼 수 있는 모양.
다행히도 "앗 동화책이 움직이네"에서 녹화해놓은 황소와 도깨비가 있어서 그걸 보면서 얘기를 해 줄 수 있었다.
예전부터 봐오던 동화였고..녹화테잎으로도 봐와서 그런지 난 집에 책이 없는 줄도 몰랐다.
당연히 있으려니..했는데 찾아보니 없는 것이 아닌가.
"현지야, 황소와 도깨비는 이상이라는 아저씨가 썼어. 이상이라는 아저씨는 유명한 글쓰는 사람인데 그 아저씨는 '날개'라는 책도 썼어. 현지는 도깨비나 귀신이 무섭니?"
"응"
"근데 여기에선 무서운 도깨비가 아니라..귀신이라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고 얘기해준다. 현지가 좋아하지 않는 친구가 있다고 해도 그 친구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와줘야 한다는 뜻이야"
"민주(어린이집 친구)가 나 여기 때렸는데도?"
"그래, 그래도 민주가 아파하거나 힘들어하면 도와줘야 하는거야. 이상 아저씨가 그래서 이 얘기를 해주는거래"
공연 보러 가기 전..문예회관에 들려 미리 끊은 사랑티켓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예매하려고 했는데..6세 이하는 절대 안된다고 해서..참 난감했다. 다음주에 스케줄까지 좌악 잡아놨구만..
그저 진열되어 있는 책에 나왔던 그림들을 보며 "얘는 알만 낳는 잎싹이고..얘는 청둥오리야."하면서 그림만 보고 연우로 향했다.
"얘들아, 용궁가자" "사랑의 빛"을 열연했던 극단 연우에서 이번엔 "황소와 도깨비"를 극화시켰다고 해서 첫공연인 오늘 가보기로 한 것.
엄마들은 무료티켓을 프린트했고, 아이들은 사랑티켓을 3,000원 주고 끊어서 아주 싼 관람료로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첫날인데도 아이들이 많아서 보니 무슨 선교단체에서 단체관람을 온 모양이다.
대부분의 소극장 공연에 지쳐있는 나에겐 몇개 안되는 세트에 신경을 쓴 무대의 모습이 꽤 맘에 들었다.
군데 군데 떨어져나간 흙벽부터 마루와 마루밑에 있는 장작..장독대와 부엌뒷칸으로 연결되는 기둥까지..진짜 오래되고 허름한 옛집을 보는 듯 했다.
마당에 놓여있는 싸리빗자루와 절구를 알려주니 "엄마, 저기 항아리"한다. "그래, 저건 장독대야. 항아리 모아놓는.."
공연 시작 전 sbs에서 온 카메라맨이 아이들을 촬영하길래 얼른 고개를 돌렸다..매스컴 타면 얼굴팔리는데..혼자 김치국부터 마셨나보다..우리쪽은 제대로 찍지도 않고 다른쪽 아이들만 찍어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도 찍어주세요~"하며 부러워했지만..이내 공연이 시작되었다.

〈http://www.iyeonwoo.com/〉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탈에서 볼 수 있는 얼굴..도깨비불처럼 모였다 퍼졌다를 반복하더니 무대가 밝아지면서 벌겋게 분장을 한 도깨비들이 나온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는 도깨비의 가족들이 등장해 이 막내 도깨비가 마을에 내려가게 된 계기와
너무 많은 부분이 각색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극으로 만들자면 그 또한 창작능력일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황소가 등장했을 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황토색 옷을 입은 여자는 머리에 뼈대만 남은 듯한 황소머리를 쓰고, 뒤에는 남자가 꼬리역할을 하고..가운데는 황토천으로 엮은 망을 걸쳐서 황소를 표혔했는데..재밌는 것 같았다.
'아마, 도깨비가 저 안으로 들어가겠지..어떻게 들어갈까..어떻게 뱃속에 넣고 다닐까..'
도깨비가 황소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부분과 들어있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제일 컸던 것 같다.
혼자 생각에 커다란 소품을 등에 매고 그 안에 도깨비를 넣고 다니지 않을까..무척 무겁겠다..했는데..
도깨비가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2차원의 사진을 컷으로 보여주 듯 해버리더니..그냥 들어간 걸로 설정이 되어버렸다.
도깨비들은 낮에는 지게와 키, 장독으로 변한다. 막내도깨비는 빗자루였고.
그래서 도깨비들이 잠을 잘 때 지게가 세워져 있으면 지게도깨비도 지게랑 한몸이 되어 세워져서 자고..키가 걸려있으면 키 도깨비는 걸려있는 듯 일어서서 자고..항아리 도깨비는 항아리 뒤에 숨어서 항아리처럼 움크리고 자고..
막내도깨비가 황소 뱃속으로 들어가고 나서..황소가 자꾸 항아리에 몸을 비대는 걸 보고..나조차로 처음엔 왜저러나..싶었는데 두번째에선 '아..엄마 도깨비가 항아리라서..뱃속에 있는 막내도깨비가 엄마 품을 그리는거구나..'하고 느꼈다.
이해를 잘 못할 것 같은 현지에게 소곤소곤 상황을 설명해주어야 했다.
애틋한 부분이고..나름대로 의미있는 캐릭터들이긴 한데..어린 아이들은 이런 설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어른적인 생각이 든다.
나중에 막내도깨비가 하품하는 황소의 뱃속에서 나올 때도..효과음으로만 보여줘서..많이 아쉬웠다.
실물크기의 헝겊인형을 만들어서 막내도깨비랑 똑같은 옷을 입혀서 집어넣고 다니다..구멍으로 빼내면서 배우가 쨘~하면서 나타나면..아이들은 같은 의상인것 만으로도 훨씬 실감나게 느끼지 않았을까..?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인 "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한 사람은 도와줘야 해"하는 부분은 처음에 돌쇠가 도깨비가 살려달라고 할 때 자기가 아끼는 황소의 뱃속에 넣어주느냐..마느냐..를 고민하면서 잠깐만 나오고..그 뒤론 언급조차 없었다.
꼭 말로해야만 아냐..하면 할말없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이젠 마을에 메밀묵을 구하러 내려와서 개에게 물려 꼬리를 잘리는 일이 없도록 돌쇠가 낮에 잠시 도깨비집에 머물다가면서 메밀묵을 주고 가는 부분에서..한마디 정도 더 해주고 갔더라면..
어쨋든 도깨비가족이 아이들에게 웃음을 제일 많이 준 것 같았다.
연극이 재미있었는지, 욕심인지 티켓판매하는 곳에 비치되어 있던 책을 사달라고 난리를 피운다.
무거워서 못들고 간다니까 "난 힘세니까 내가 들을께~~"그러면서 떼를 쓴다.
인터넷에서 다른 재미있는 책하고 한꺼번에 주문해준다고 달래고는 데리고 왔다.
최근들어 음악이 많이 나오는 공연 위주로 보아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심심한 듯 싶다.
그래도 현지는 여전히 재미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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