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 화끈 달아올랐네요. 분위기 전환을 위해 리플달지 않고 글을 새로 올립니다.
많은 분들께서 기분 상하신 것 같습니다. 기분 나쁘신 핵심적 이유가 뭘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제가 글을 너무 단정적으로 쓴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저 나름대로 정리가 된 문제라 나름대로 확신이 있어서 지나칠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보아야겠지요. 마음 상하신 핵심 이유는 글의 문체나 표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글 내용 중 다음의 한 줄 때문인 것 같습니다.
“D학생은 SKY대학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다음 내용에도 마음 상하신 것 같습니다.
“C학생은 SKY대학(서울대, 고대, 연대)에 가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합니다. 수학 1등급이 어렵다면 다른 과목들을 1등급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학은 반드시 2등급이어야 합니다.”
A에 속하는 학생은 사실 1%도 안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학생들조차도 노력하지 않아서는 절대 1등급 받을 수 없다는데 동의 합니다. 다만 다른 학생들보다 노력하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재미있거든요. 수수께끼 풀듯이.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도전의식도 생기고 오기도 생겨서 끝끝내 풀어냅니다. 실력이 향상이 빠를 수 밖에 없고 같은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내는 양이 다릅니다.
D나 E에 속하는 학생은 소수입니다. C에 속하는 학생이 아무래도 가장 많겠죠. 이 학생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1등급 가능하겠죠. 그것을 저는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등급제가 없어져서 등급은 입시에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의사소통을 위해 그냥 사용하니 1등급=상위 약4%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A그룹은 아인슈타인이나 (인하대에 들어갔던) 천재소년(이름이 뭐죠?)에 준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니 논외로 하고 싶습니다. 1%씩이나 될까 의문이 자꾸 생기기도 하고요. (물론 아인슈타인은 우리나라 수능 수리영역에서 좋은 점수 얻지 못했을 겁니다. 만약 한국에서 자랐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랬다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지는 못했겠죠.)
B그룹의 학생이 C그룹보다 훨씬 뛰어난 수학재능을 지녔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C그룹은 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4%는 아주 적은 수입니다. A+B+C는 대략 70-80%인데 요즘처럼 살벌한 경쟁 속에서 4% 안에 속하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자신보다 재능있는 아이들보다 앞서 간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혼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학생들도 죽어라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가정형편 어려우면 딸은 공부 안시켰습니다. 아주 어려우면 사내아이들도 공장가야 했습니다. 경재의 강도가 지금은 완전히 다름니다. 남들도 죽어라 공부하는데 재능없이 어떻게 앞선 학생들을 추월합니까? 요즘 아이들 정말 불쌍합니다.
그러면 수학 못하는 아이의 부모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되냐며 많은 분들이 저를 질책하셨습니다. 그리고 대안이 무엇이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토론과정에서 이미 대안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곰세마리님의 소중한 깨달음이고 다른 하나는 링고스타님과 몇몇분의 아름다운 마음가짐입니다. 두 분의 말씀을 인용하며 대안을 적습니다.
4학년때 나눗셈을 못한다고 당장 공부 그만 시키라고 말씀 드리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중학교때까지 계속 수학공부를 하도록 도와주어야겠죠. 그런데 수학을 계속 가르치더라도 반드시 곰세마리님의 깨달음을 마음 속에 간직하시면서 가르치시면 좋겠습니다. 인용합니다.
<아이가 크고 초등학교 수학 연산을 준비하면서(눈** 연산 학습지에서 더욱) 아이와 저는 최악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만만한 것을 왜 모르지? 꼭 가르쳐야 아나? 그냥 아는 것 아닌가?
아이 머리가 마음이 이해가 안가고, 예쁘고 똑똑해보이던 아이가 답답하고 미운아이로 변해갑니다.(분명 머리 어디가 모자라는 걸거야, 내 아이가 왜이러지?? 모를리는 없고 분명히 아는데 하기 싫어서 꽤부리는 걸거야, 고약한 것...) 얼르고 달래다가, 때리고 소리치고 나중에는 머리에 멍이들도록 때려서 학교에 보내서 아이 자존감을 아주 바닥으로 떨어뜨렸지요..이제는 조금만 힘든 일도 안하려는 떼쟁이로 변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연산이라면 진땀을 흘립니다. 1학년인데 한자리수 뺄셈을 부담스러워 하지요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음,, 애들은 이런걸 모를 수도 있구나, 하기 싫다고 시위하는게 아니구나..)>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을 보고 가르치는 사람들은 안하는 것으로 자주 오해합니다. 물론 안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못하는 겁니다. 아이가 싫어하는 이유는 대부분 어려워서 입니다. 저학년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하기 싫거나, 지겨워서 안하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강압적으로 시킨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중학생이 되면 공부를 철저히 거부하게 됩니다.
두번째 대안은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부모님이 조바심을 버리고 해탈하셔야 합니다. 링고스타님의 글을 인용합니다.
> sky가,,,등급이,,,결코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게,,,
> sky의 중요성,,,등급의 살벌함에 대해서만 얘기하지 마시고,,,
> 아이와 함께,,,적성과 꿈에 대해,,,진지하게 대화 하는 부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
>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 다른 집 아이 어떻게 공부하는 가에만 관심 두지 마시고,,,
> 사소한 것들에 일희일비 하지마시고,,,
> 아이와 함께 인생의 큰 밑 그림을 그려보시는 초등 시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수학얘기로 시작하여 등급 어쩌고 저쩌고 한 저의 글보다 링고스타님의 말씀이 몇배 소중한 내용입니다.
저의 글에 화가 나신 가장 큰 이유가 sky를 포기하라는 표현 때문이 아니었는지요? 만약 그 때문에 화가 나고 혼란스러우셨다면 분명 sky를 자녀 인생의 최우선목표로 생각하시는거 아닐까요?
Sky를 포기하시면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아이를 대하는 것이 달라지고 아이와의 관계가 아주 좋아집니다. 공부야단 대신에, 안아주고, 같이 놀아주고, 함께 자주 여행가고 그러다 보면 아이가 부모를 다시 좋아하게 되죠. 스킨쉽입니다.
Sky를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와 스킨쉽을 할 수가 없습니다. 조바심이 부모님을 가만 두지 않습니다.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아야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여전히 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관계이고 가족관계입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sky때문에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식과 좋은 관계를 맺으시려면 반드시 첫 걸음을 디디셔야 합니다. sky포기입니다.
sky포기하고 아이에게 공부시키지 말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 공부하도록 도와주되 부모님 마음 속에 sky를 지우시면 저절로 행복한 가정이 되지 않을까요. 어머님 아버님 함께 sky를 지우시면 좋지만 어머님 혼자라도 먼저 지우시고 아버님은 시간을 두고 설득하시기 바랍니다. 어머님이 변하시면 아이가 긍적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를 잘 감지하여 천천히 조금씩 이끌어주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사례도 많습니다. 대안학교 다니면서 완전 다른 사람이 된 학교부적응 아이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한 학생은 중학교때 왕따당하고 자살도 생각하고 학교성적은 형편없고, 부모와의 관계도 갈수록 엉망이 되었죠. 제 옆에 계신 선생님과 함께 주말마다 그 부모님과 술자리 하면서 교육에 대해 말씀드리고, 아이가 시간 날 때마다 불러서 얘기들어주고 했더니 아이가 바뀌더군요. 아이의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니까 왕따에서 벗어나더군요. 무엇보다 그 학생의 부모님들이 스스로 바뀌시려고 노력하셨던 게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학생 지금 재수하고 있습니다. 고3때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에서 성적이 가장 많이 오른 학생이었으나 겨우 in Seoul 정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네요. s는 안되겠고 ky를 바라보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수학이 약해서… ky 다음 대학은 가능하리라 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제 생각을 다시 정리합니다. 만약 댁의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sky간다면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아이를 가르치시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될 때 sky를 목표로 삼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아이는 sky의 반대방향으로만 움직이거나, 설사 그 방향으로 가더라도 너무나 느리게 가고 있는데 부모가 끝까지 욕심을 부린다면 어떤 일이 발생합니까? 과외비, 학원비로 수천만원 쏟아 붇고 결국 남는 것은 가정파탄 뿐이죠. 너무 극단적인 말인가요?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많은 아이들은 극소수의 예외인가요? 너무 많아서 이젠 언론에서 보도조차 않습니다. 주변을 한번 둘러봅시다. 아이 성적 때문에 자주 다투는 부부들 많이 보셨죠. 심각한 수준에 이른 집안도 많고요. 모두 sky때문 아닐까요? 우리 마음 속의 sky가 조바심을 만들고, 조바심이 극단적인 경우 아이들을 죽음에 까지 몰고 갑니다. 우리 모두는 살인공범이거나 적어도 살인을 방조했다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가요?
주제가 수학재능이었는데 많이 벗어났네요.
Sky뿐 아니라 그 다음 10여개 대학도 입학전형에 수학이 포함됩니다. 다만 어문계열 중에는 수학비중이 낮은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예> 서강대 어문계열, 08학년도) 학교수준을 조금 더 낮추면 수학을 선택과목으로 돌린 경우가 있구요 (예> 국민대, 카톨릭대 2008). 이대 숙대를 제외한 다른 여대들은 수학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예체능계는 수학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고등학교, 요리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등은 수능과 무관합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군요. 수학이 약한 아이들은 어쩌라는 질책과 대안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대한 답변 글이 길어졌습니다. 짧게 정리하면 배움이 아주 느린 아이도 많다는 것 이해하시고 마음을 비우시라는 두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 적은 내용 외에 또 다른 대안은 다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 글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이전 글과 모순되는 부분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행여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셨다면 꼭 지적해주시기 부탁 드립니다. 교육은 아주 복잡해서 여러 분야를 다루면서 완벽히 일관되게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루소의 에밀도 모순투성이라는 지적을 받으니까요. 앞으로 써나갈수록 일관성을 유지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걱정되네요.
쑥쑥 회원님과 눈팅하시는 분들 집안에 모두 건강과 평화, 사랑이 넘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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