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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5일 화요일]
갈 때마다 아이의 반응이 다른 곳.
특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도 없고 그저 가서 같은 곳 돌면서 놀다오는 것 뿐인데도 아이의 반응은 조금씩 다르다.
처음..2년 전 가을..20개월쯤 되었을 때..그리고 22개월 때..
두달 간격으로 다녀온 때여서 그런지 제법 아는 체도 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처음보단 관심있는 곳에 붙어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때 적어놓았던 일기를 보니 "우리 아이들의 연령대가 낮아서 모두 참가할 수 없다는 아쉬움과 이곳의 대상이 말 그대로 어린이였기에 우리 아이들에겐 좋은 경험 이외엔 많은 놀이를 직접 해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라고 적혀있다.
1년이 지난 지금..아이가 무척 많이 자랐음을 느낄 수 있는 비교체험이 되었다고나 할까.
아직도 부족한 나이이기는 하지만 설명을 해주면 알아듣는 것은 물론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도 잘하고, 직접 버튼을 누르고 움직이며 관찰을 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사물을 만들거나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했다.
제일 먼저 들어간 곳은 "박쥐의 세계"
동그란 원판을 그저 돌리기에만 급급했던 예전과는 달리 흡혈박쥐는 누구 피를 빨아먹을까..하면 사물을 보며 대답도 하고 과일을 보면서 "그럼 이건 과일박쥐야?"하며 박쥐이름을 때려맞추기도 한다.
"이건 박쥐소리인가보다..근데 잡음처럼 들리네..박쥐는 거꾸로 매달려서 잠을 잔대. 모니터 볼래 봐.현지가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날개까지 있으니 정말 박쥐같아.."
"아트갤러리"엔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보성이가 먼저 와서 마네가 배에 올라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배 속에 올라가 스케치북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었다.
"현지야, 여기 그림은 모네아저씨가 그린건데 배에 있는 사람이 마네아저씨야. 모네의 정원이라는 비디오 봤던거 기억나니? 그 아저씨가 그린거야..마네 아저씨가 배에 올라가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모네아저씨가 그모습을 그린거래"
근데 나도 모네, 마네..하면서 자꾸 헷갈린다..
현지가 확실히 기억하는 "뭉크"의 절규방에 들어가 우리는 원없이 소리를 질렀다.
이러다 가뜩이나 큰 목소리가 맘놓고 커지게 되는 건 아닐까..ㅎㅎ
드가의 작품은 언제봐도 환상에 빠져들만큼 아름답고 뽀얗다.
"현지야, 드가 아저씨는 이렇게 발레하는 모습 그리는 걸 좋아했나봐. 정말 아름답지? 현지도 여기서서 발레해보자~"
발레는 보는 것도 흉내내는 것도 좋아하는 현지이기에 키가 낮아 닿지도 않는 머리를 모형에 들이밀고는 깨금발을 들면서 "나도 발레한다~"하며 소리를 지른다.
마티스의 나뭇가지무늬를 체험하는 부분은 드디어 이것이 진득하게 붙어서 완성이란걸 경험하는 순간이엇다고나 할까..끝까지 앉아서 칸칸히 무늬를 다 채운 후 "완성"하면서 자기의 작품을 자랑스럽게 들어올린다. '그래..슬쩍 해보고는 맨날 그만두더니 이젠 컸다고 완성도 해보는구나..'
피카소의 그림도 거울을 보며 갈라진 거울속에 여러개의 눈과 입이 나타나는 것을 그려보기도 하고..
체험공간이란 말을 이제야 비로소 실감을 할 수 있었다.
그곳을 나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복합구조물이 있었는데 난 예전 생각만 하고는 "현지야, 여기는 언니, 오빠만 들어가서 노는 곳이야"하고 윗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제 현지도 놀 수 있는 나이였건만..
3층에 올라가 먼저 들른 곳이 어린이 방송국.
아이들이 앉아서 장구를 치는 걸 모니터로 지켜보고는 소고나 북, 꽹과리와 징을 한번씩 쳐보더니 그래도 장구가 제일 탐이 나는가보다.
그 아이들이 장구를 놓고 자리를 뜨니 얼른 차지하고는 아기양 의상을 머리에 쓰더니 장구를 안고 앉아 열심히 장구를 친다.
정면으로 보이는 텔레비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품은 채..아주..열심히..
3층은 과학탐구와 인체탐험을 할 수 있는 곳.
보성맘 말마따나 이곳에 오면 먼저 머리부터 아프다.
손도 대기 전에 방법을 찾을 생각도 안하고 박물관에 온 것처럼 슬쩍 지나치려 하게 되니..
아이랑 같이 갔으니 물론 하나하나 해봐야했기에 몇번 만져보니 공이 빠져나가는 원리..복잡한 기게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일정한 흐름이 있는 단순한 원리도 알 수 있는..재미있는 곳이었다.
이 부분은 현지가 너무 어려서 자유자재로 손을 움직이며 머리를 쓰지 못했지만 엄마와 같이 참여해보니 오락을 하는 것 같아보였는지 오락실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듯 마구마구 잡아끌며 맘먹은 대로 되지않아 짜증도 부리곤 했다.
어항의 안쪽에 들어가 그 안에서 바깥쪽을 보기도 하다 "엄마, 카메라 가져왔어? 나 사진찍고 싶은데.."하며 다른 아이들이 사진찍는 것이 부러워 잠시 시선을 멈추기도 했다.
엄마 뱃속에 얼른 달려들어가더니 나보고 머리를 내밀어보라고 요구도 먼저한다.
아기가 태어나는 걸 몇번 보고 들은 터인지라 이젠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자라면 나처럼 엄마배에 앉아있다가 쏙 하고 이렇게 나오는거지?" 하며 쏙 나온다.
너무 많이 아는군..
혀에서 느끼는 음식의 맛도 설명해주기가 쉬웠다.
4층의 "자유표현" 공간.
사람이 적은 듯 하여 한산했다.
대형발판 피아노에 아이를 올려놓고 안아주며 "산골짝에 다람쥐~"를 연주해보기도 하고, 핀을이 모여있는 곳에서 얼굴이며 손이며, 발까지 이단옆차기를 해서 찍은 다음 엄마얼굴찾기..현지얼굴찾기..발자국찾기를 하며 즐거워했다.
여러가지 모양을 핀에 꽂아 모양을 만드는 곳에 가더니 열심히 집중을 하며 뭔가를 만들더니 "엄마, 이건 기차야~ 기차 바퀴가 굴러갑니다~~~"하며 노래를 부르더니 바퀴를 빙글빙글 돌린다.
"이건 꽃바퀴고, 이건 구름바퀴네?"
"그럼, 엄마는 연기 올라가는 거 만들어줄께"
"와~ 멋진 기차다~ 나도 기차타보고 싶다.."
"현지타는 지하철도 기찬데 뭐.."
칠교놀이 하는 곳은 예전엔 뭐가뭔지 몰라 조각들만 이리저리 옮기다 그만둔 기억이 있는데 집에서, 모임에서 많이 해봤던 것이어서 그런지 만들어진 모양을 보고 도형을 잘도 골라 맞춘다.
칠교판마다 현지가 요구하는 모양을 같이 맞추고 노니 이젠 다른 모양까지 주문을 한다.
'미안하다..엄마의 한계다..'
바로 옆의 고무줄로 모양을 만드는 곳에서 내가 여우와 나비를 만들어주니 이리저리 고무줄을 겹치며 만든 뭔가를 보여주며 "이건 아기캥거루야" 그런다.
전혀 아니었지만.."현지가 만든 캥거루는 다른 캥거루보다 멋지게 생겼다"하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사회와 문화비교" 방에 들어가니 제일 먼저 한옥집으로 달려가 신을 벗고 들어가 꽃신도 신어보고 다시 내려와 가마솥도 들춰보고 멧돌도 돌려본다.
성에 들어가 왕좌에 앉아 "엄마 사진 찍어주세요~"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 "엄마 사진 찍어주세요~"
오늘 카메라를 들고오지 않은게 미안할 정도였다.
버튼을 눌러 얼마전 모임에서 했던 "Mama, do you love me?" 를 얘기해주며 이뉴잇이 사냥을 나갔다 잠시 집을 짓고 사는 곳이라며 이글루도 보여주고 우리나라와는 다른 다른 나라들의 국기와 집을 연관시켜 설명해주었지만..전통적인 집이야 어떨런지 몰라도 지금은 형태가 많이 달라져있는 현대인지라 설명해주기가 애매하기도 했다.
제일 붙이기 쉬운 설명이 "옛날의 일본사람들은..옛날의 우리나라 사람들은.."이 될 수 밖에..
얼마 놀지도 않은 것 같은데 몇시간이 훌쩍 지났다.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해보아서인지 아이도 지쳐보이고 나도 지쳤지만 보람있게 이곳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장난 기계가 1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그나마 됐던 것도 고장난 경우가 있어서 아쉽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느낀 것은 아이가 어렸을 적에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은 그저 경험쌓기로 만족해야할 부분이고 이제 4살이 된 아이(5살이나 마찬가지니 더 어른인 셈이다)에게는 만족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뭔가 하고자 하는 욕구와 의지,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씩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삼성어린이 박물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자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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