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자주 보여줄 만큼 내 생활이 정리가 되지 않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쨋든 대학 때 아빠에게 선물받은 세계미술전집이 있기에 그 두꺼운 책들을 꺼내 놓고 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는 편이다. 화가이름과 그림을 그린 기법, 그리고 아이가 반추상이던 추상적인 그림이던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지도 얘기해보고 똑같은 사물이라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얘기해준다. 하지만 지금껏 색을 구분지어 여자색, 남자색, 따뜻한 색, 차가운색..이런식으로 분류해서 애기를 한 적은 없다. 단지 파란색이든, 하늘색이든, 진한 하늘색을 하나하나 이름을 얘기해주기보다는 파란색계통이라고만 얘기해줬을 뿐이다. 아이가 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엄마 이 차는 무슨색깔이지?" "저건 아빠차랑 똑같은 색이네? 무슨색이지?" "엄마옷이랑 현지옷이랑 색깔이 똑같네?" "엄마 내가 똑같은 색 찾아볼꼐" 채 한달도 안되었을 것이다. 26개월을 넘기면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면서 색에 집착을 하는 것이 조금씩 느껴졌지만 특별하게 표현을 안했기에 이 시기가 그럴때인가..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요즘은 특별하게 달라졌다. 유아용으로 나온 큰 블럭이 있다. 혼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엄마 완성집 만들었어요~" "와우~ 누구 집이 그렇게 멋있어?" "이건 엄마집, 이건 아빠집이지~" 노란색과 빨간색으로만 블럭으로 쌓아놓고 그 위에 사람블럭 중 빨간옷 입은 사람블럭을 꽂아놓고는 그것이 엄마집이고, 녹색과 파란색만으로 쌓아놓고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블럭을 꽂아놓고는 아빠집이란다. 유아용 큰 블럭과 작은 블럭, 그리고 색색의 도형들을 맞추는 장난감들.. 모처럼 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분주하게 놀이방과 거실을 드나들면서 장난감을 옮기는 것이다. 그러더니 아빠 옆에는 파란색과 녹색의 장난감들을 모두 모아놓고는 "이건 아빠꺼야" 엄마 옆에는 빨간색만 다 모아서 갖다 놓고는 "이건 엄마꺼야" 그리고 자신은 노란색을 다 갖고서 현지거야~ 한다. "현지야~ 녹색과 파란색이 왜 아빠건지 얘기해줄래?" "아빠꺼잖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지만 머리로는 자기 나름대로의 구분을 갖고 그렇게 분류한 모양이다. 이렇게 분류를 시작하고부터는 무슨 물건이든 노란색은 무조건 현지색깔이다. 심지어 수업받으러가서 갖고 노는 공까지도 친구가 그 공을 갖고 있으면 끝까지 노란색 공을 갖어야 할 정도로.. 크레파스를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이것도 비슷한 시기에 바뀌었을 것이다. 온통 스케치북이 직직 그은 선이나 계속 반복해서 그린 동그라미, 간혹 뭉개진 부분이 띄는 그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젠 스케치북이 새까매질 때까지 화면 메꾸기를 한다. 그것도 차가운색 계통만 사용해서 어느 한면은 채우고..따뜻한 계통의 색만으로 다른 반대편 면을 채우고.. 자기가 갖고 있는 옷을 입을 경우에도 남색이나 회색이나 차가운 계통의 옷은 무조건 희웅이(동서 아이) 옷이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가운 색은 남자색으로 따뜻한 색은 여자색으로, 그리고 밝은 톤의 색은 자기색으로 구분을 지어 놓은 것 같다. 단편적으로 색을 구분짓는 것 같아서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았다. 오렌지를 그리면서 밝은 노란색부터 주황색 빨간색까지 다섯개 정도의 크레파스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엄마, 이건 뭐야?" "오렌지 그리는거야" "이건 오렌지 색이지.. 그럼 이건 무슨색인데?" "응, 오렌지는 오렌지색이지? 그런데 그게 한가지 색으로 보여도 사실은 한가지 색이 아닐 수도 있어. 비슷한 계통의 색을 모아서 이렇게 밝고 어둡게 표현하면서 그리는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여기에 노란색으로 그림을 그려도 다 그리고 나도 전체적으로는 오렌지 색으로 보이게 되는거야. 그 대신 입체적으로 보이겠지." "엄마, 무슨 소린지 못알아 듣겠어" "그래, 괜찮아. 그냥 오렌지색처럼 보이는 크레파스를 골라 전부 다 사용해서 오렌지를 그려보는거야." "그래" 색에 관심을 보이고 기본적인 색의 이름도 많이 알고, 색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니 무심히 그림을 그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경우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은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을 스스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젠 비슷한 계통의 색만을 모아 그림을 그리게 하므로써 비슷한 계통의 색으로 구분지을 수 있도록 도화주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크레파스에서만 구분지었던 비슷함의 기준을 크레파스와 색연필, 색종이, 물감 등을 이용해 느낌은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계통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이가 미술을 전공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내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색이라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에 빛을 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기본적인 느낌을 키울 수 있는 머리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색에 대한 기준을 잡기 시작한 만큼 꾸준히 색의 개념을 넓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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