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아이(7세, 1학년)가 6살 무렵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본격적인 수학을 가르쳤습니다. 그 이전에 제 아이는, 유치원에서 들은 풍월로 "하나, 둘, 셋..."하는 것이 10을 넘지 않는 정도 였고, 수 쓰기도 유치원에서 배우는 정도 였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수를 가르치게 된 것은, 6세 초에 아이로 부터 "더하기 좀 가르쳐 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난 이후 입니다. 그 동안 종합학습지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수학 부분은 아예 하지도 않았지요. 제가 보기에 학습지가 너무 어려웠어요. 학습지 문제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원한다 싶어서 아이가 안 하더래도 야단치지 않았고, 제가 나서서 무리하며 가르치려고도 안 했습니다. 그냥 죽 모아 두었어요. 언젠가 할 때를 위해서. (나중에 다시 하려고 펼쳐 보니, 이제는 너무 쉬워서 할 게 없더군요^^) 아이 입에서 더하기 가르쳐 달라는 말을 듣고, "너, '더하기'라는 말은 아니?"하고 물었지요. 고개를 끄덕끄덕.... 그 다음에 본격적인 학습을 하였는 데...사실 별로 고민 안해도 되는 정도로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 되었습니다. 지금도 학교(1학년)에서 하는 수학을 재밌어 하고 난이도 있는 응용 문제도 끙끙대면서 어느 정도 해결하는 편입니다.(참, 배운지 이제 5개월에 접어 든 영어공부도 너무 재밌어 합니다. 제가 회화를 잘 못하니까 그 대신 영어 단어 끝말 잇기를 하자고 하는 데...제 머리에 쥐가 나더군요^^;;;) 또한 학교 친구들을 데려와서 같이 수학공부 하자고도 하구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아이가 6세가 될때까지 '수'에 대한 것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수학적인 사고'를 형성시키려는 노력은 나름대로 많이 했습니다. '수학적인 사고'라고 불리는 것은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저는 "논리력과 비판의식과 창의력"에 비중을 많이 둡니다. 1. 논리력과 비판의식의 함양을 위하여 우선, 아이와의 약속을 꼭 지키려고 했어요. 약속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가 형성된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부득이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는 그러한 이유를 대는 과정에서 말이 앞뒤가 맞아야 했고, 제가 먼저 논리적인 비약(엉터리로 우격다짐)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것은 제가 보기에 수학의 첫 걸음으로서 상당히 중요한 것입니다.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수학을 얘기한다는 것은, 수학의 수나 도형적인 부분만 보고 보다 크고 넓은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 한글을 가르칠 때는 글자조합을 통한 '문자와 소리의 규칙'관계를 알아차기를 바랬어요. 규칙이라든가 패턴등은 일상 속에 무수히 널려 있으므로 가끔 그것을 그런 쪽에서 볼 수 있게 '조언'을 하는 것이 전부 였구요. 2. 창의력의 함양을 위하여 또한, 수학적인 사고에는 '창의력'도 들어 갑니다. 사실 창의력이라고 하는 것이 사고가 자유로와야 가능한 것이고, 사고가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권리를 인정 받아야 가능한 것이지요. 이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영국의 서머힐 학교 교장님은, "권리를 인정 받는 것에서 부터 창의력이 생긴다"고 하셨는 데,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자기 권리를 인정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생각이 자유롭기가 힘들겠지요. 따라서 저는 아이가 나름대로 자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지금도 학습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택권을 아이에게 일임한 상태입니다. 가끔 마찰(갈등)이 일면 각자의 의견 중에서 설득력 있는 쪽이 선택 되는 거지요. 수학에서의 증명이란 것도 사실은 수학적인 언어를 써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사에 그냥 우격다짐을 하는 경향은 수학을 공부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3. 수학에 대한 부담이 없게 하기 위하여 또한 저는, 아이가 본격적으로 수학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학문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길게.....일생동안 계속 되는 것이기 때문에 6세에 벌써 공부를 힘들어 하면 앞으로 사는 게 괴롭지 않을까 싶어서요. 특히 겉보기의 수학은 학교 시험을 통해서만 나타나지만, '수학적 사고'는 일생 전반에 걸쳐서 작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체질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수학시험이 끝났다고 '수학적 사고'가 끝나는 건 아니지요. 수학은 생활 방식이고 사고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생각하는 태도)은 일상 생활에서 길러 지는 것이지 학원이나 학습지 선생이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수학을 싫어 한다 싶을 때도, 진짜로 수학이 싫은 건지 '쓰기'가 싫은 건지, 엄마의 잔소리가 싫은 건지 공부가 싫은 건지, 겉으로만 보고 엄마가 먼저 '우리 아이는 수학을 싫어한다'고 오버하는 건지를 곰곰히 따져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이 싫을 이유는 수학 자체에서라기 보다는 '수학을 둘러 싼 환경'이 수학을 싫어 하게끔 만드는 경향이 다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었습니다. 또한, 6세 정도면 수학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수학을 싫어 하는 게 정착되기도 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무엇 보다도 길게 넓게 보기를 바라고, 조급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4. 유아 수학에서 대학 수학까지 6세 정도면 아이들이 본격적인 학습에 들어가는 길목이라고 봅니다. 아직 학교에 들어 간 것은 아니지만 유아기 때 와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실, 유아 수학, 초등 수학, 중 고등 수학, 대학 수학, 전문가 수학은 다 다릅니다. 각 단계는 그 접근 방법과 목적도 다릅니다. 유아하고 초등은 활동 위주의 '경험 수학'을 표방하지만, 중등으로 올라가면 비로소 '공리적(연역적 수학-증명을 중요시 되는)수학'에 들어 갑니다. 중 고등 수학은 척 보기에 복잡한 식과 계산 문제로 가득찬 것 같지만 그 뿌리를 들여다 보면 대학 수학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냥 초등보다 '좀 더 어려워 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 자체가 틀린 것이지요. 따라서 초등의 공부 방법에 젖어 있던 아이들은 중 고등 과정(특히,경시대회)에서 많은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에서도 수학을 응용의 수단으로 취급하는 학과가 있고, 수학 자체를 연구하는 학과가 있지요. 따라서 학과에 따라 수학을 보는 눈도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유아에만 통하는 수학, 초등에만 통하는 수학으로 접근을 하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순간 순간의 고비를 맞게 됩니다.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각 단계마다 추구하는 목적과 방법이 조금씩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것이 또한 수학의 특성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안목으로 수학을 공부해야지, 각 단계에만 초점을 맞추면 단계가 올라가서는 그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5. 결론 저는, 수학에 대해 길게 멀리 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다 수학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너무 어려서 부터 수(도형)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수학을 통해 공부하는 즐거움, 생각하는 즐거움을 갖기를 바란다면, 수학에서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생각하는 태도)은 하루 아침에 길러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써 놓고 보니 제가 수학에 통달한 사람 같습니다.^^;;; 주변에 보면 유아 교사는 유아만, 초등 교사는 초등만, 중등 교사는 중등만, 대학 교수는 대학 과정만 고민하시는 것 같아서요. 각 단계가 구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은 자라면서 다 배우잖아요. 따라서 하나를 관통하는 일관된 수학교육이 있어야 아이들이 덜 힘들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중에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또한 제게 "그렇게 키우는 당신의 아이가 그렇게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냐?"고 묻는 다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제 아이가 그렇게 자라기를 바라면서 제 나름대로의 수학교육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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