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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12]인사동 전시회 둘러보기

  • 김상민
  • |
  • 2002-03-04

1!@#$
[2002년 3월 2일 토요일]

원래의 목적은 인사아트센터에 들러 전시를 둘러본 후 가나아트센터에 가는 것.
그런데 변화에 맹한 탓인지 토요일과 일요일만 약간 수정된 미술관순회버스 시간과 장소를 계산하지 못하고 번번히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인사동로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벌써 간건지..내가 시간을 잘못 알았는지 잠시 주춤하다 인사아트센터로 다시 내려오는 도중 "종이로 접은 시"展(~3월 5일)이라는 아이의 호기심을 끌만한 제목과 포스터를 발견했다.
가나아트스페이스 지하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매번 지나다니면서도 그곳엔 처음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는 걸 인터넷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연령이 안맞아 별로 눈여겨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쨋든 내눈에 확 띈 포스터 때문에 전시를 보러 들어갔는데 단촐하고 조금은 썰렁한 듯한 분위기였지만 반짝이는 보라빛, 은빛, 파란빛, 초록빛의 종이로 만든 상상속의 동물들이 하늘에 땅에 날거나, 발을 딛고 있었다.
언뜻 보아서는 겨우 헝태만 알아볼 수 있겠지만 머리하나..발..꼬리를 하나하나 짚어보면 그제서는 제대로 전체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현지는 종이라는 사실에 대해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
아마 아이가 알고 있었던 종이와는 다른..색종이와도 다른 반짝이는 뭔가가 종이가 아닌, 다른 재료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
"이거 종이로 만든거야, 반짝이는 종이야. 만져봐. 이건 반짝이는 보라색 종이로 만든 용이야."
"종이야?"
"그래, 반짝이는 종이. 이건 서양용이래..서양용은 슈렉에서 본 것 처럼 공룡처럼 생겨서 몸통도 크고 목하고 꼬리도 길어. 동양용은 뱀처럼 길게 생겼어. 유니콘 찾아볼래? 유니콘은 말처럼 생긴 상상속의 동물이야. 날개도 있고..머리에 뿔도 있어"
"여기 뿔 있는데?"
"그래, 뿔있는게 유니콘이다..봐, 날개도 있지? 유니콘하고 봉황하고 용하고 모두 실제로 있는 동물이 아니라 마법의 세계나, 꿈에서나..현지의 상상으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이야"
종류는 서양용과 동양용, 봉황과 유니콘 네종류였지만 위치와 포즈가 서로 다른 여러개의 작품들이 있었다.
너무 복잡해서 이런걸 어찌 만들까..지성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지는 날아다니는 것처럼 매달려 있는 용을 모빌이라도 본 것처럼 흔들려고만 했다.
대충 눈짐작으로 어디가 발일까..하면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는 하는데 확실하게 형태를 잡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
전시장에 마련되어있는 사탕을 보더니 금방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이건 전시된 작품을 아주 잘 본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이야"
"그럼 나도 공연(전시회에 다녀와도 꼭 공연보고 왔댄다) 열심히 다 보고 나서 사탕 먹을께요~"
"그래, 저기 아저씨가 종이로 용도 만들고 유니컨도 만들었어. 가서 악수하고 올까?"
하긴..나도 선뜻 작가와의 만남에 나설만한 요량도 없었거니와..현지도 부끄러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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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지나 1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와 판매되는 공예품들을 보았다.
그곳에서 또 하나 멋진 발견.
"여기 아씨방 일곱동무가 만든 것들이 많이 있네? 일곱동무 중에서 현지는 골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니? 책에서만 보고 직접 본 적은 없지? 봐~ 이게 골무야"
아주 예쁘게 수까지 놓여있는 골무를 본 것이다. 천으로 손수 만든 반짇고리까지 너무 예쁘다.
"골무가 언제 쓰는건지 아니?"
"응..바느질할 때 손 아프지 말라고 끼는거잖아"
"그래, 여기 엄지손가락에 바늘이 따가우니까 찔리지 말라고 끼는거야"
"나도 껴보자 엄마.."
눈치가 보여 오래 만지작거리지는 못했지만 골무를 껴본 후 현지는 왼손으로 고리를 만들어 엄지손가락에 끼우며 "엄마, 나 골무꼈네" 하면서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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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판화전시장에 가서 작품들을 둘러보았는데 종이로 만든작품, 실크스크린, 석판화..다양한 기법의 판화가 있었지만 별로 관심을 주질 않는다.
끝부분에 미로의 작품 두점이 있길래 "로댕갤러리에서 엉덩이 볼록 튀어나온 조각 봤었지? 현지가 엉덩이 톡톡 두르려 줬었잖아"
"응, 이렇게(엉덩이를 쑥 뺀다)"
"그래, 그거 만든 아저씨가 이것도 그렸어. 판화라고 현지 찍기놀이 해봤지? 그런 것처럼 찍어서 그린 그림이야. 미로 아저씨는 현지가 좋아하는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이쁜 선명한 색을 좋아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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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우크라이나 회화 Ⅱ(3월 1일~3월 12일)
대부분 풍경 위주이거나 몇점은 인물인 유화작품들이었다.
우크라이나 작가가 그렸다고는 하나 풍경이 낯설지가 않은 시골풍경이 많았다.
겹쳐 칠해도 밑색이 우러나지 않고(감춰지는 미학이라고나 할까..), 물감을 나이프로 문지르며 생겨난 물감의 덩어리나 두께를 보면 묘한 동요까지 일어나리만큼 유화를 좋아하기에 반가운 작품들이었다.
현지는 지루한지 보기 싫다고 떼를 부린다.
그런 현지와 재미있게 작품을 본 방법.
"현지야, 가까이서 봐봐..이게 뭐지? 아저씨가 점을 찍어놨나? 그런데..이렇게 뒤로 와서 보니까..아하~ 나무랑 들판이구나.."
"엄마 또 가까이 와봐"
"어? 이건 뭘까..? 가까이서 보니까 엄마는 잘 모르겠다"
"그럼 뒤로 와서 봐, 저건 풀이야, 풀!!"
"그래, 현지는 엄마보다 잘 아네?"

"현지야, 이건 유화라는건데..현지가 쓰는 물감을 물에 타서 쓰는 물감이지? 이 물감을 기름으로 만든 물감이야. 여기 줄무늬처럼 무늬가 보이지? 이게 캔버스라는 천인데..여기에 기름 물감으로 그림을그린거야. 그런데..이것봐라? 물감이 덩어리 져서 그래도 있네? 아, 이래서 멀리서 보면 더 입체적으로 보이고 그러나보다..그치?"
내가 뭐라고 떠들어도 아이는 물감이 그대로 달라붙어 말라있는 모습에 자꾸 손을 갔다대본다.
액자라 만져지지도 않는구만..
현지의 지루했던 시간은 끝나고..또 새로운 일을 찾는 듯한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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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아트센터로 오니 내가 오늘 이곳에서 보려했던 "石男이 그린사람들"展(2월 20일~3월 3일)이 전시중이었다.
石男 이경성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수묵으로 그린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보게 되었는데 전부 사람의 형태를 습작처럼 붓으로 그어댄 작품이었다.
네모에 갇힌 두사람..선 하나로 그어진 땅 위에 서있는 단순하지만 갖가지 표정이 들어있는 사람들.. 그 자리에 빠지지 않는 강아지까지.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형태도 호리병같이 생긴 그림앞에서 현지와 나는 얼굴표정을 갖고 그림을 흉내내며 한참을 웃었다.(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듯 싶은 분위기라 절대 소리 안내려고 킥킥대며 웃음을 참기도 하고 현지의 웃음소리를 막느라 눈치도 보면서..)
네모난 틀에 들어있는 작품을 보면서 현지와 볼을 문지르며 또한 흉내내기도 하고.
"현지 공주할머니 집에서 벼루 봤지? 그 벼루에 물을 붓고 먹으로 갈면 물이 까맣게 되거든? 그걸 붓에 묻혀서 이렇게 쉬익~ 그림을 그린거야. 현지도 간송미술관 갔을 때 먹물 묻혀서 이현지 이름 써봤지? 그렇게 그린거야."
"엄마 근데 너무 어려워"
"그래, 사람이 앉아있는 것처럼도 보이고..ㄱ래도 아주 간단하게 그렸는데도 사람같아 보이잖아. 이건 무슨 그림인지 엄마도 잘 모르겠다"
"이건 축구하는 그림이잖아~"
"아..현지는 그렇게 보이는구나..엄마는 너무 복잡해서 몰랐어"
비슷한 패턴으로 그린 그림인데 검정색 사람..빨간색 사람..파란색 사람의 느낌은 참으로 달랐다.
색으로 나타내어지는 기분탓인가보다. 작가의 의도도 그러했겠지만.
아이의 눈에는 죄다 검은색..(크레파스로 그림 위에 덧칠한 듯한 작품도 더러 있긴 했지만..)의작품들인지라 나중에는 "똑같은거"라고 몰아붙인다.
그래도 내눈엔 서로 다른 모습과 표정들이 모두 볼거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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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전시실에서는 "석남미술상 수상기념전-서혜영"(2월 20일~3월 3일)이 진행중.
2층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볼록볼록한 하얀 알들..
"엄마, 타조알이야~~~~"
공주할머니댁에서 타조알이 계란하고 똑같다며 열심히도 먹고..할머니가 아주 조심스럽게 보관해놓은 타조알을 쫘악 쪼개놓아서인지 타조알에 대해선 확실히 아는 모양이다.
"저기 모니터에는 현지랑 엄마가 보이네? 어떻게 보이는지 아니? 타조알 끝부분에 까만 점 보이지? 그게 카메라 렌즈야. 그걸 통해서 모니터에 우리 모습이 보이는거야"
"엄마, 여기도 현지..와 신기하다~"
정말 멋진..하얗고 다부지게 생긴 알들이 엠보싱처럼 튀어나와 우리 모습을 비추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전시는 너무 재미가 없었다.
생각없이 봐서인지..눈이 바래서인지..아니면 네가 기호나 공간도형에 약해서인지..현지조차 나를 닮은 탓일까.
산책하듯 휙 돌아 나와 우리는 다시 타조알카메라 앞에 서서 한참을 그곳에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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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전시회라고 해서 구석구석 갤러리를 찾아다닐 만큼 열의가 있지 않아서 인사아트센터와 가나아트 스페이스의 전시로 마무리했다.
근처가 지난번에 다녀온 떡까페인 질시루인 걸 알기에 현지에게 떡 애기를 했더니 깨떡하고 차가 마시고 싶댄다.
바로 찾아가는 길도 열번을 가야 겨우 감을 잡을 만큼 길치인 내가 인사동에서 거꾸로 그곳을 찾아가려니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인사동지도와 안내서의 지도, 그리고 질시루의 명함을 죄다 꺼내놓고 거슬러 가니 질시루가 보였다.
별로 멀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그곳에서 처음보다 훨씬 정숙하게(아이가 정숙해봤자..큰소리를 내지 않고 돌아다니지 않았다는게 전부지만) 앉아 쑥차를 좋은 냄새가 난다며 홀짝홀짝 마시고..떡도 엄마보다 많이 먹는다.
지난번보다 떡이나 한과가 종류가 많아 다양하게 고를 수도 있었다.
서비스라며 백설기같은 떡을 경단만하게 뗴어내어 엿을 고아 튀겨냈는지 떡으로 만든 맛탕을 세개 주었는데 온기가 남아있는 것이 너무도 맛이 있었다.
별로 돌아다닌 것 같지는 않은데 많이 본 것 같기는 하다.
이젠 길을 알았으니 인사동에 나갈 때 질시루에 한번씩 들려도 되겠다.
점점 단골집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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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버스로 갈 수 있는 미술관 전시일정
인사아트센터
손문자展(3월 6일~3월 12일)
기하학적인 선과 색채로 사람의 형상을 추상화한 작품들. 탕원형과 반타원형으로 그의 그림이 지향하고 있는 포근함으로 대변되는 평안을 가져다 준다)-서울아트가이드 내용 일부 옮김)

환기미술관
1, 2층 ‘한지에 유채’ 작품 ‘십자구도’ 유화작품/3층 1950년대의 드로잉 40여점(~3월 31일)/

가나아트센터
平和이항성 5주기전(2월 1일~3월 10일)
한국 고판화의 기법을 근간으로 서양의 추상미학을 아우르며 자신만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이끌었다. 그의 예술은 바탕이 한국의 전통, 예를 들어 고인쇄나 민예같은 고미술을 터전으로 하고 있다.


덕수궁미술관
운보김기창展(2월 6일~4월 7일)

호암갤러리
근대의한국미술-격조와 해학(3월 1일 ~5월 12일)
추사 김정희, 이상범,변관식,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이중섭, 김기창 등 우리나라 근대를대표하는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수 있는 자리(포스터 글 옮김)

가나아트센터
최영림유작전(3월 15일~4월 7일)
모래와 흙을 혼합한 독특한 질감으로 작품을 표현했다. 관객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기법의 작품들과 유품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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