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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 6일 수요일]
오늘은 수요일, 영어모임이 있는 날.
영어모임의 일원인 보성이네가 이번주에 부산으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송별회 겸 나들이를 계획하였다.
"잡은 날이 장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겨울날씨 그대로였다.
결국은 아이 둘을 데리고 오기로 했던 현수맘이 불참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겨울장갑까지 끼고 오는 완전무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4호선 대공원 역에서 내리니 작은미술관 ?_blank"소풍"프로젝트라고 해서 몇개의 전시작품들이 있었다.
지하철 기둥에 여러가지 종류와 색의 천을 휘휘 둘러 무슨 성황당이랑 아주 약간만 비슷한 분위기를 주는 작품이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더 윗쪽의 천을 만져보겠다면 안아달라고 주문을 해댔다.
그리고나서 저~쪽 벽으로 보이는 작품..처음엔 작품인지 모르고 그냥 다른쪽 통로려니..했는데(정말 길이 터있을 것 같았는데) 알고보니 벽에 그려진 입체적인 설계로 그린 작품.
"어~ 내가 저쪽 문으로 들어가본다~~~"하면서 달려가다가 벽에 탁! 부딪히는 것처럼 하니 아이들이 죄다 달려온다.
유리로 된 창문도 만져보고..
그리고 미술관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올라오는 4번출구의 천장에는 나비떼들이..
어쩐지..아이들이 나비야~노래를 부르면서 올라가더라니..이걸 보고 그랬구나.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는 추상적인 얼굴..대충 그린 듯한 동그랗게 찌그러진 아메바 같은 모양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작품 설명을 보니 투명한 정류장으로 보이는 하늘의 구름과 그림이 오버랩되어 새로운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나?
정말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도 깨끗하고 약간 정리되지 않은 듯한 물감의 느낌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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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드디어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
2000년 10월 말에..그때도 모임엄마들과 함께 이곳에 다녀왔었는데..
그땐 어린이미술관을 볼 때쯤 현지가 잠들어서 그곳은 못보고..아이가 어려서 설명도 많이 안해주고 둘러본 후 대공원에 가서 더 많이 놀았는데 오늘은 그때와는 다른 것 같았다.
내겐 낯이 익은 작품들이었지만 현지는 생소하게 쳐다보았다.
야외조각공원을 올라가면서 singing man이 있었는데 추워서 그런지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웅~~웅~~하면서 노래부르는 소리를 듣고 현지가 무섭다고 그랬었는데..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서 보이는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품.
화려한 영상에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이끌렸나보다.
?_blank"와~ 너무 멋지다~"그러면서 동그랗게 달라붙어 수시로 바뀌는 영상을 바라들 본다.
1층의 외국작가의 작품들이 있는 전시실에서 벌써부터 전시에 지친 듯한 표정으로 빠져나갈 궁리를하는 현지를 데리고 특이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찾아다녔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전시실 안쪽으로 이어진 또 다른 공간에서 본 흔들리는 그림자들..
처음엔 나조차 섬뜩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얇은 동판으로 만든 사람이나 해골..등이 매달려서 선풍기 바람때문에 그들의 그림자가 벽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던 것.
처음엔 현지도 무서워서 도망가더니 직접 보면서 원리를 듣고나서는 안무섭댄다.
2층 전시장에 가서는 흥미를 잃은 것이 표가 확연히 나타날 정도였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의 작품만 골라서 설명을 해주고 말았다.
"너 초등학교 들어가봐. 교과서에서 만나게 될테니 인사나 해둬라" 하면서 권진규의 "마두"라는 작품을 찍어주고, 김기창 화백의 "군마도"(이건 바보천재 운보전에 다음중 갈거라 알려주고), 이응노의"군상"(이것도 이응노미술관에 다녀올 심산으로)... 박노수의 ?_blank"소년과 비둘기"를 보면서 현지가 "엄마 목동이야~ 피리부는 목동" 그런다.
수묵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이 인상적이기도 하고 무슨 추천 비디오목록에 있기도 해서 구입했던 비디오.
피리소리와 함께 은은한 수묵의 번짐과 정결함이 자연속에서 묻어나오는 잔잔한 스토리에 빠져 소중한 보물이라도 건진 듯 기뻐하면서 호들갑스럽게 현지에게 감탄사를 연발했더니 기억에 남았던 모양.
"그래, 피리부는 목동이랑 비슷한 분위기다. 근데 이건 작품 제목이 "소년과 비둘기"래."
"엄마, 여기 비둘기 두마리가 있어"
"그래, 소년이 피리를 불어주나보다.."
박래현의 "노점"도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갑자기 배가 고파서였나..흩어져있던 엄마들이 다 모여서 점심을 하기도 했는데 식당이 1시 몇분까지만 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휴게실에 가서 샌드위치로 대신했다.
이곳에 오려면 도시락은 정말 필수인 것 같다.
그리고 향한 곳이 기획전시중인 ?_blank"미니멀 맥시멀 - 미니멀 아트와 1990년대 미술"(~3월 24일)
아주 조용하고 정말 심플한 전시실.
이곳은 정말 설명없이 훑고 지나쳤다면 후회했을 곳.
보성맘이 "작품 설명은 언제 하나요"하고 물어봐줘서 덕분에 좋은 설명과 작품을 진지(그나마 제대로)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작품들은 아주 단순하긴 하지만 이런 시도가 없었던 때에 시도했던 작품이기에 발상의 전환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돌발사고때문에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것, 밟아볼 수 있는것들을 얘기해줘서 아이들도 긴장을 풀었다..조였다 할 수 있었다.
무조건 못만지게만 했다면 작품 하나는 부서지지 않았을까..그런 끔찍한 상상까지..
인상적인 작품(작품보다는 설명때문에 기억에 남는 듯)은 카달로그에 나와있지 않아 조금 서운.
파랑, 녹색, 노랑 등의 수조가 있었는데 그 안에 다 물이 차있다는 것.
"어머, 진짜 물이 들어있어요? 얘들아~ 이 안에 물이 들어있대~"하는데 갑자기 출렁~~
용훈이가 그 공중에 매달려 있는 수조를 손으로 급작스럽게 팍! 하고 민 것이다.
얼마나 놀랐는지..다행히 아무일도 없어서 "용훈이가 수조안에 물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줬네..얘들아~ 여기 물 출렁거리는 거 보이지?"하며 농담을 던질 수 있었다.
아주 반질반질한 달걀은 진짜 달걀을 계속 문질러서 매끄럽게 만들었는데 '내가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것을 과시하는 작품이라는 것도 웃겼고,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벽..ㅎㅎ
이건 설명없이 들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작품.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고 벽뿐인데..자세히 보면 어느 부분이 반잘반질.
작가가 며칠전부터 와서 그 부분을 계속 문질렀다는 것이다. "내 시간..내 노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정말 다른 벽과는 아주 조금 차이가 나고는 있었지만 정말 오래 걸렸을 것 같은 매끄러움 때문에 "하~"하는 기막힘과 객으로써 보는 허탈함의 탄성이 나왔다.
네온싸인에 색색으로 비춰지는 불빛들이 있는 곳은 화려하기에 눈에 띄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할 뻔 했다.
바로 반대편 벽에 비쳐지는 우리들의 그림자가 그 네온빛에 의해 주황색으로..초록색으로..바뀌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게처럼 그 앞을 걸어가면서 우리의 색색으로 변하는 그림자를 즐길 수 있었다.
다른 작품, 바둑판처럼 생겨서 이곳 역시 알록달록 빛이 비춰지는 곳이었는데 DDR처럼 밟으면 소리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나며 깜빡거려서 아이들이 한참을 뛰기도 했다.
화면 조정할 때 삐~~~하면서 보여지는 색색의 띠. 그 띠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색들이 직육면체 큰 도형으로 나뒹굴어 아이들이 그 직육면체에 올라서기도 하고, 앉아보기도 했다.
직접 체험도 해보며 육면체의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통해 아이들은 재미와 더불어 표현의 무한함을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제대로 설명까지 들었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다시 아까 보다만 2층 전시실로 올라가 마저 둘러보았다.
2층의 맞은편 전시실로 들어가 마주한 김환기의 작품들.
"현지, 엄마랑 환기미술관 갈 건데..여기에 있는 네개의 작품이 바로 김환기 아저씨가 그린거야. 여기서 보고 환기미술관 가서 비슷한거 있나 찾아보자"
짙은 푸른색 빛과 동그란 달이 깊이 남는다.
집에 걸어놓고 싶다는 소망이 진실하게 들 정도로..
3층으로 올라가(3층인지..4층인지..)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들"그림을 보더니 "엄마, 이중섭 아저씨다~ 물고기랑 여기 얼굴이 있어!!"
저번..이중섭 이야기 연극을 본 후 그 포스터를 몇달 동안 냉장고에 붙여놨더니 아이들의 표정만 보고도 이중섭이란 걸 알아낸다.
어떤 작품은 드로잉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현지야, 이건 이렇게 조형작품으로 만들기 전에 어떻게 그릴까..하면서 대충 형태를 그려본 걸 모아놓았나봐. 여기서 이 스케치 중에 거지 있는게 뭔지 찾을 수 있니?"하고 물으니 "응 저거네" 하면서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낸다.
기증작가 특별전시회 공간에서 맘에 드는 또다른 작가를 만났다.
유명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작가에 대해서 정말 무지한 모습)..신순남이라는 작가.
빨강과 검정..그리고 흰색의 조화가 사진처럼 찍히듯 눈에 들어와서 작가의 이름을 외워버리고 말았다.
아이는 관심없고 혼자서 좋아하는 모습이라니..
드디어 현지가 좋아할 만한 어린이미술관.
"이현지 너 저번에 왔을 때 자느라고 여기 못봤어. 언니, 오빠들이 재미있게 그린 그림들이 많아"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정말 놀랍다.
머리속에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꽁꽁 묶어서 기억해 써먹어보려 해도 메모를 해놓지 않는 이상은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남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것도 머리가 좋아야하는 모양이다.
아마..내가 병뚜껑이나 재활용품들을 모았던 것도..지난번 이곳에 다녀간 후 부터였지 않을까..
나중에 현지랑 꼭 해봐야지...하면서.
모임에서 해보았던 방법들도 있어서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현지에게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이렇게 질질 끌려다니기도 하다..엄마 혼자만 보기도 하다..같이 놀기도 하다 하는 전시실 정복사를 마쳤다.
몇번을 다녀와도 다시 와봐야 할 것 같은 곳이다.
'현지야, 큰 일 치뤘다~'
밖으로 나오니 입을 닫고 있던 노래하는 사람이 노래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또 한번 원숭이처럼 흉내쟁이가 되어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들른 다음, 대공원에 가 동물들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4시간이 차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거니와 날씨도 추운지라 그걸로 마무리를 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전혀 분위기를 잡을 수 없었던 코끼리 열차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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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맘 집앞에서 저녁을 뽀지게 한 후 2차로 보성이네 집에 놀러가 아쉬운 송별회를 해야했다.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
아이들은 아는지..모르는지..가볍게 인사를 하며 신발을 얼른 신기도 하고, 더 놀겠다는 아이도 있고..보성이는 가지 말라고 울먹거린다..헤어지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아..이제 가면 언제 또 보게 될것인가..ㅠ ㅠ
하루가 가는 것도 아쉽고...이별도 아쉬운 날이네..

김환기 - 여름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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