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맞고만 있어? 같이 때려!
가해 학생에게 육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에게 사람들은 말합니다. 맞았으면 같이 맞서서 때리지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냐고, 너도 때리고 덤비라고, 자신의 자녀가 맞고 집에 들어왔을 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사실 아이는 부모의 이런 말조차 답답해하고 오히려 부모님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왕따의 일반적인 속성상 일대일로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왕따란 항상 용기 없는 겁쟁이 한 명이 시작하고, 그 아이의 행동이 잘못임을 알면서도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하는 주위의 수동적인 겁쟁이들이 동조해서 함께 상대를 괴롭히는 형태로 발전하게 마련입니다. 이렇듯 두세 명 이상이 모여 약한 아이 한 명을 육체적으로 괴롭히는 상황에서, 맞서 때리지 못했다고 탓하는 자체가 큰 모순입니다.

아마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이야말로, 겉으로는 용감한 척하지만 속은 진짜 겁쟁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그런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발 벗고 나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어야 진정용기 있는 어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현실적인 답을 주지 못하면서 “왜 같이 때리지 못했느냐”고 말로만 다그치는 어른들에게 주눅이 들거나 스스로를 용기 없는 사람이라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말은 쉽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다수를 상대로 혼자 싸운다는 것은 영화 속에서 나오는 설정이지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그 말을 하는 어른 자신도 잘 알 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 중 어느 누구도 그런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 누구에게든 어떤 형태로든 육체적인 고통을 주면 안 된다고 가르쳐왔습니다. 어쩌면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어른들이 가르쳐준 교훈을 묵묵히 잘 따르는, 그러므로 도리어 칭찬받아야 할 아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같이 때리지 못했냐고 묻는 어른들에게 피해 학생이 “왜 우리가 처음부터 맞지 않아도 될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셨나요? 라고 되묻는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답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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