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영어를 본격적으로 하여 아이들의 미래를 빛나고 찬란하게 만들고 더불어 나도 그 덕 좀 보리라 두주먹을 불끈쥐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읽진 않지만 책사서 집에 쌓아두는 것이 제 취미인지라, 무슨 일을 벌이면 그 시작점에서 가장 우선 순위는 서점을 향하는 겁니다.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쉽게 익히고 게다가 생각안날 때 컨닝하기에 매우 용이하게 분류가 잘 된 그 유명한 책~! hello 베이비, hi 맘을 가장 먼저 딱 집어 들었습니다. 그것만 사기엔 왠지 모자란 거 같아 영어 동화책까지 덤으로 몇권 사서 의욕에 불타오른 상태로 집으로 뛰어 들어와 책을 펼쳤습니다. 아무 커리큘럼없이 저녁 몇시간 무작정 가르치는 것보담 생활영어를 늘려 가정을 국제화 시켜야겠다고 맘 먹었죠. 책을 딱 펼쳐 술술, 그야말로 술~술~ 넘어갔더랬습니다. '음.. 쉽군.. 다 아는 단어에다 낯 익은 문장들이 많군.. 음하하.. 그래! 이 정도쯤 잘 할 수 있어..' 자신이 있었죠. 이 책을 통째로 외우셨다는 분도 있다고 하던데, 나도 그래야겠다고.. 당근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대충 훓어보니 만만(!) 하더군요. 애들 재우고 드라마 볼 거 다 보고 더이상 볼거 없어질 즈음~ 여유를 부리며 cd를 틀었습니다. 처음엔 옆에 앉은 신랑보기 민망하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우물거리더니 시간이 지나가고..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기어이는 호들갑을 떨며 거실을 왔다갔다,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내 모습을 인지 하게 되었습니다. 신랑보기도 민망함에서 뻔뻔함으로 바뀌더군요.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자기애들한테 baby라고 쓰면 안되, 미국에선 앞에 my를 붙여야 되. 주절주절~" 잘난척을 해대며 신랑에게 설명을 하더군요.. 제가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나 있었던 지식인 것 마냥.. 어쨌거나 처음시작치곤 대단히 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번에 나의 오만방자한 만만함과 자만심의 기세만큼 진도가 많이 나갔습니다. 20개하고도 몇개나 더 많은 cd트랙속의 내용을 머릿속에 쐐기를 박아 넣고, 것도 모자라 잠자리에꺼정 책을 품고 잤습니다. 말은 안해도 신랑은 분노를 했을겝니다. 담날, 눈을 딱 떠서 큰놈 귀에 대고 매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 'good morning, sweetheart. It's time to get up. The sun is up.' 그런다음 궁뎅이를 톡톡 두들긴다.. 이럴 예정이었습니다. 근데.. 아이가 먼저 깼습니다. 이건 아닌데.. 싶었지만, 좌우당간 머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입을 열려는 순간... " 어서가서 양치해야지.. 어서어어~~ 게으름 부리지 말고~" 아차.. 내 입에서 왜 이런말이 나왔던걸까요.. 분명 아름답고 투명하고 끈끈한 애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good morning.. 어쩌구~ ' 이리 나와야 되는데.. 내 의지를 미쳐 인식하기도 전에, 무반사적 행동양식이 어김없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 패배감.. 이미 때는 지나갔고, 아이를 다시 침대에 눕혀 눈을 감길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음 타이밍을 기다리자.. 싶었습니다. 바로 아침식사시간이죠. 식사라고 해봐야 아침엔 간단한 우유, 빵 이런거지만, 활용할 것은 무한했었습니다. 'It's time for breakfast. come and eat. (이 부분에서 약간 호들갑 떨며) It looks good. Ummmmm, yummy.' 이럴 예정이었습니다. 헌데, 애들 얼굴을 본 순간, 나의 뇌세포가 급작스럽게 단순, 무식, 표백이 되더군요. 혀꺼정 굳어가고 있었습니다. 입술에 끈적한 본드가 묻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내내 애들 입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우유컵과 빵조각만 껌뻑 거리며 쳐다보았습니다. 저녁시간마다 아이들과 영어놀이(?) 할 때, 처음 책을 펴고 cd를 들을때, 호들갑을 떨며 혀를 꼬았을 때, 그리고 아주 도도하고 잘난 척 신랑한테 원래, 이건 이런거야~~ 가증스럽게 아는 척 했을 때 가졌던, 바로 전날밤의 그 만만함과 기세등등함은 순식간에 와창창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아침부터 온통 생활영어로 도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날, 저는 애들이 양치할 때도, 식사할 때도, 옷 입을때도, 머리 묶어줄때도, 신발을 신을때도 타이밍을 놓치고 휑하게 바람지나가는 소리 들리는 머리통을 쉴새없이 굴리려고 노력했지만, 딱 한마디.. bye, bye~! 이거만 성공했습니다. ㅠㅠ 제발,, 신이시여.. 난 우짜면 좋답니까.. 그래도 이 사람은 오늘도 책을 듭니다. 그리고 각본을 짭니다. 좀 더 치밀하게.. 첫장면 : 애들이 잠자는 데 가볍게 달려가서 ' good morning, sweetheart. It's time to ~~~' (궁뎅이 두드림) 다음 장면 : 애들이 일어난다. 나는 말한다. ' 솰라솰라~~' 또 다음 장면 : 애들이 우유를 먹는다. 나는 말한다. ............................... ............................... 머.. 언젠간 성공하겠죠..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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