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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아이가 왕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떻게 얘기를 꺼낼까요?

  • 이원진
  • |
  • 2015-11-26

아이가 왕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떻게 얘기를 꺼낼까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받게 되는 큰 상처 중 하나는, 이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이 겪는 고통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못하리라는 그릇된 선입관에서 비롯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아이는 더 외롭고 외진 곳으로 자신을 몰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가 안다 해도 어떻게 해주지 못하리라는 막막함, 그들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을 혼자 짊어지고서, ‘내일은 조금 나아지겠지’하는 공허한 바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곧 아이들이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꿈꾸는 것은 어느 누군가가 나서서 “정말 힘들었지, 내가 도와줄게, 내가 다 해결해줄게”하며 자신을 그 고통의 시간에게 구출해주는 것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내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는척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더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주저하게 된다는 말은 엄밀히 따지자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아이는 지금까지 계속 상처를 받아왔고, 지금 이 시간에도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부모의 침묵 속에서 내일은 더 큰 상처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는척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 두렵다는 핑계로, 아이가 받을 더 큰 상처를 방관하게 될 수 도 있습니다. 아이가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절대 묵인해서는 안됩니다. 부모가 확실히 알고 기억해야 할 것은 왕따는 친구들 간의 단순한 싸움이나 다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린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의견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싸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싸움이라면 부모가 일일이 나서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앞뒤 사정을 꼬치꼬치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알아도 모르는 척, 아이가 친구와의 다툼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었기를 바라고 기다려주는 것이 부모로서 바람직한 역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친구들 간의 다툼과 왕따 문제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조차 이미 짓밟혀버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신의 주관을 무참히 짓밟힌 채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그 상처는 가해 학생만이 아니라, 주위에서 자신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아이들로 인해 더 커지기도 합니다. 심하면 결국 세상 모든 사람을 두려워하고 불신하는 심각한 정신적, 정서적 불안 상태까지 이어지게 되고, 깊은 우울증 증세로 자살까지 생각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는척을 해야 합니다. ‘할까 말까’선택의 여지가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아이가 부모를 더 신뢰하고 마음을 열수 있을지,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고민을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합니다.

 


자녀가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놀란 나머지 솟아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짜고짜 “너 도대체 이제까지 왜 엄마 아빠한테 아무 얘기도 안 했어? 네가 바보야? 왜 당하고만 있었어? 네가 뭘 잘못했다고 그 아이한테 맞고 다녔다는 거야? 당장 그 아이가 누군지 대!”라는 식으로 아이를 몰아세운다면, 아이는 정말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 괴롭힘을 당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자책감에 빠져,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부모를 향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버릴 수도 있습니다.


“00 야, 이리와 앉아봐. 오늘 엄마(아빠)가 우연히 네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게 되었어. 엄마는 네가 학교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엄마가 너무 무심했나 봐. 정말 미안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니? 진작 엄마가 알았으면 네 편에 서서 네가 이렇게 까지 힘들지 않도록 도와줬을 텐데, 너는 엄마한테 세상에서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들(딸)이야. 이제 엄마가 도와줄께. 엄마를 믿어줘. 그리고 엄마가 너를 도와 줄 수 있는 있도록 너도 엄마를 도와줘. 그래 줄 수 있지?”라고 침착한 어조로 말을 건네야 합니다. 아이가 겪어온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는 부모의 진정한 마음을 담아 아이에게 다가간다면, 아이는 이제껏 혼자 견뎌내야 했던 아픔과 고통,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부모에게 기대올 것입니다.


왕따의 피해자가 되어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을 자녀에게 오늘, 지금 바로 아는척하십시오. 그러셔야 합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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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유 love
  • |
  • 2016-01-25 11:26
답댓글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분노로 아이를 다그치게 될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지 못했다면 말이죠..

침착하게  아이와 마음을 터 놓고 대화를 하는게 제일 좋겠지만..그것도 참 어려운 거죠..

아는척 한다는것이 아이에게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말... 마음 깊이 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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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진
  • |
  • 2016-01-26 11:32
맞습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내 자식이기 때문에.. 자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제일 먼저 우리 안에 생기는 감정이 분노이고, 또 그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서던 자녀와 마음을 터 놓고 대화를 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의 훈련(?)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닌데, 마음 속에 분노를 누르고 침착하게 아이와 대화를 나눈 다는 것은 그만큼 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더 큰 노력이 필요할거구요..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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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군마누라
  • |
  • 2015-11-30 10:37
답댓글

지난번 괴롭힘에 대한 글도 참 마음에 새기게 되었는데 이버 글도 다시한번 새기게 되네요. 아이의 입장에서... 침착하게...

부모가 된다는게 참 어렵다는겅 다시한번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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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진
  • |
  • 2015-11-30 14:24
네.. 부모가 된다는 것.. 특히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갈등하고, 도전하는 노력이 저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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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정
  • |
  • 2015-11-28 11:20
답댓글

항상 감사히 읽고있습니다.

늘 아이의 편에서 써주시는 글.

다시한번 아이를보고. 나를 보게됩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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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진
  • |
  • 2015-11-30 14:27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나에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인가..' 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다시 한번 아이들의 입장에서 항상 돌아 보고.. 또 제 자신을 돌아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따뜻한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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