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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개월+1]바보천재 운보그림전

  • 김상민
  • |
  • 2002-04-01

1!@#$
[2002년 3월 19일 화요일]

덕수궁미술관에서 2월 6일부터 전시중(~4. 7 일)이다.
전시약력이 많아보이는데 난 처음이었다.
어쨋든 한국화의 대가, 한국의 천재화가 작품을 이제라도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어제부터 황사가 무척 심했다.
원래 계획에는 미술관순회버스의 다른 코스를 타고 돌려고 덕수궁과 호암미술관을 예정에 두었지만 황사도 그렇고, 몸이 자꾸 축나는 것 같아 자제하기로 했다.
아이 아빠가 자기도 밖에 나갔다오니 목이 한참 안좋은 걸 느끼겠는데 밖에 있다는 소릴 듣더니 길길이 뛴다.
가고 싶을 때 가야겠는 걸 어떡하냐구...

교보문고에 들러 "장애를 딛고 일어선 천재화가 김기창"이란 책을 샀다.
이 책 역시「어린이미술관」에서 나왔는데 나온지 한달이 조금 넘은 신간이다.
인터넷에서 한권만 주문하기도 그렇고..해서 좀 일찍 가서 서점에서 책도 읽고 조금이나마 낯을 익히고 가니 관심을 유발하기는 쉬웠다.
책 표지의 그림을 보더니 맨처음 현지가 하는 말 "엄마, 나 이거 미술관에서 봤던거에요. 말!"
국립현대미술관에 갔을때, 이곳전시에도 올 것을 생각하여 강조를 하며 보여주었던 군마도가 바로 이 책의 표지그림이었던 것이다.
책을 보고 만원짜리 화폐의 세종대왕 그림이 운보김기창이 그렸다는 걸 알았다.
얼른 만원짜리를 꺼네 보여주며 "이거 운보김기창 할아버지가 그런거야. 봐, 책에도 나와있지?"

................................................................................................................................................

덕수궁에 들어가니 우리를 반겨주시는 세종대왕님~
얼른 만원짜리를 꺼내든 현지 "엄마, 저 사람이 이 세종대왕이지"
"그래, 이 세종대왕은 현지가 지금 보러가는 운보김기창할아버지가 그린거지~"

전시는 총 4전시실로 나뉘어 있었다.
제1부는 입체파적 풍속화.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 본 피카소의 얼굴조각그림을 설명해주며 입체파를 설명해주려했지만, 나도 뚜렷이 기억나는 것도 없고해서 그저 단순화시켜 표현한 그림이라고만 얘기해주었다.
'군상'이나..'과일바구니를 인 처녀들'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연상시킬 만큼 내가 아는 한계의 입체파에 닮아있었지만 다른 작품들은 운보만의 개성있는 작품인 것 같다.
"엄마, 왜 이 사람들은 눈이 없어? 왜 얼굴만 있지?"하고 묻는 현지의 말에 "이렇게 생략도 하고..자세하게 안그리고 간단하게 그려도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있도록 일부러 단순하게 그린거야. 김기창 할아버지가 한동안 이렇게 그림을 그렸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그려서 이 전시실에 있는 작품들을 입체파적 풍속화라고 이름붙였대. 현지도 그림그릴 때 꼭 눈코입 다 그려야 할 필욘 없어. 가끔은 안그려도 사람처럼 보이면 그렇게 하면 되는거야. 김기창 할아버지처럼.."
오늘 산 책에 나오는 그림과 똑같은 그림이 몇개 나와 집에가서도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아 보였다.
첫 전시실이라 그런지 꽤 얌전하게..입구를 지키는 언니가 불러서 사탕까지 쥐어줘서인지 착하게 잘 둘러보았다.

제2부 예수의 생애
예수님에 대해 아직 모르는 현지..뭐 집안이 불교라 나무아미타불만 잘 아는 현지에게 좀 낯선 곳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금방 친숙해지는 것이 예수의 일생이 아닐까 싶다.
예수의 탄생부터, 일련의 사건들..예수의 일생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무슨 동화나..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받았는지 그림에 대한 설명을 스스로 계속 물어왔다.
내용에 대해 슬퍼하기도 하고..나쁜사람이라고 화도 내고..
특히 기억에 팍 남았는지 '헤롯왕의 아이들 학살'이란 작품을 보면서 나쁜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켜서 친구들하고 할머니를 못살게 굴었다며 화를 내더니 나중에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예수가 부축하고 있으니까 얼른 헤롯왕 그림으로 가더니 "이 사람들이 아프게 해서 이렇게 된건데 예수님이 도와주는거야" 그런다.
예수의 힘을 그림으로 느꼈던 것일까..'어린이들을 축복하다'라는 그림앞에서도 또 헤롯왕 그림을 들먹거리며 "아까 친구들이 다 아팠는데 예수님이 다 낫게 해주셨지~" 그런다.
그림들이 비단에 아주 정교하게..우리 민속화로 표현되어서인지 친근하고..온화한 느낌을 주었다.
감탄사만 나올 뿐이었다.

제3부 바보산수, 바보화조
개인적으로 운보의 그림 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부분이다.
특히 굵고 힘찬 선과 은은하게 채워진 채색기법이 오페라를 감상할 때 느껴지는 감동을 그대로 느껴지게 할 만큼 난 운보의 그림에 빠져있었다.
햐~ 진짜~ 그러면서..
아이도 덩달아 "엄마 너무 멋지죠?" 하는 걸 보니 내 모습이 좀 과장되어 보이긴 했나보다.
과장은 아닐진대..
'강호' '낚시'라는 작품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있었다.
현지는 꽃이다~ 새다~현지도 붓으로 그림그려봤었는데..하며 그림속 새처럼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비디오상영실에서 잠깐 운보의 작품세계를 엿보는데 그만 현지가 잠이 들었다.
결국 제 4전시실은 자고있는 아이를 잠깐 놔둔채 둘러보아야 했다.

제4부 문자추상, 점과선.
문자도라지만 내눈엔 모두 사람의 형상으로 끌어당기는 작품들.
대범한 작품들 앞에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좀 어리둥절 하긴 했지만..이 역시 대단하게 느껴졌다.
적색 종이에 수묵으로 그려진 문자도자 확 눈에 들어왔지만 자고있는 아이에게로 얼른 돌아왔다.
도록도 사고..'아악'이라는 그림의 포스터도 한장 구입했다.

................................................................................................................................................

집근처에서 초밥을 먹으러 들었는데..현지와 도록을 보던 중 식당 주인이 오더니 잠깐 도록을 보고 싶다고 해서 보여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덕분에 눈이 환해졌다"며 초밥을 그냥 싸주는 것이다.
"현지야, 아주머니가 현지 미술관에서 전시 잘 관람했다고 선물 주시는거야. 아주머니도 운보김기창 할아버지 그림을 참 좋아한대"하면서 초밥을 들려주니 의기양양해한다.

집에 와선 줄곧 얘기한다.
"엄마, 이 할아버지가 이름이 뭐라구?"
"엄마, 이 세종대왕을 누가 그렸다구?"
"엄마, 이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가 여기(도록을 가리키며)에 나오는 그림 그린 할아버지랑 똑같지?"
현지방에 붙여준 포스터를 보면서도 역시..질문공세.
이렇게 현지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깊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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