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원을 운영하거나,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간혹 제게 접촉을 해옵니다. 교재를 만들어달라는 둥, 프로그램을 기획해달라는 둥 하며 말이죠. 처음에는 저의 생각이 녹아나는 교과과정을 짤 수 있으려니 싶어서 부산서 새벽 기차 타고 서울로 갔어요. 고급 음식점으로 절 데꼬가서 ‘박사님, 박사님...’하며 받들어주니 신이 날 밖에요.
그러나 선 봤다 맺어지지 않는 이들처럼 두어 번 만나보면 서로 시들합니다. 박사인데 탁상공론만 하지 않는다거나, 미국 초등학교에서 가르쳤다는 배경 때문에 학원가에서는 저를 만나고 싶어해요. 그러나 저라는 사람이 매력 없음을 곧 알아차립니다. 시장성도 모르고 떠들거든요. 다시 말해 장사 안 될 소리를 한다는 거죠. 저는 저대로, “내말 안 들을 거면서 왜 날 찾아?”
이유는 이렇습니다. 저는 적은 수의 교재를 두루두루 활용해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주장합니다. 읽기, 말하기, 쓰기, 듣기, 어휘 교재를 따로따로 쓴다기 보다는 동화 한권만으로도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가르치라는 거지요. 그리고 평가를 중시합니다. 일관성 있는 시스템으로 학습자의 향상도를 잘 측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학원 측에서 보자면 말이 안 됩니다. 왜일까요?
첫째, 기본적으로 학원은 교재 판매로 버는 수입이 수익의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수입교재를 쓰는 소위 어학원들은 대개 2달 혹은 3달에 적어도 4권 가량의 교재를 끝내도록 교과과정을 짭니다. 학원에 교재를 공급하는 도매업자들이 드나들면서 학원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재들을 권해줍니다. 교사가 앉아서 교재연구를 하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둘째, 제가 말하는 방법은 교사의 뛰어난 기술을 요한다는 겁니다. 동화 한권을 가지고 여러 가지 기술을 가르치려면 우선 어휘를 뽑아 활용도 높은 문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 좋은 문장을 가려 활용하도록 해야합니다. 그뿐입니까? 동화를 이해했는지 질문지를 만들어야합니다. 과로하는 강사들에게 이는 무리이거니와 그보다 더한 문제는 그런 일을 척척해낼 실력의 소유자들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셋째, 일관성 있는 평가는 더욱 어렵습니다. 자체로 시험을 개발하자면 막대한 비용이 드니 외부에서 시험을 사와야 하는데 학부모들에게 그 값을 물릴 수도 없으니 말이 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평가의 중요성을 학원업자도 학부모도 인지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제가 시장에서 퇴짜를 맞습니다.
학원 얘기를 더 해볼까요? 학원가 사람들은 우선 강남에서 성공을 거둔 뒤, XX어학원이라는 형태로 전국 주요 도시에 분원을 내고자합니다. 더 큰 꿈은 중저가 시장을 겨냥해 프랜차이즈 형식을 취하는 학원사업입니다. 소도시의 골목골목을 차지할 소규모의 학원을 말합니다. 둘을 비교해봅시다.
어학원이라고 할 때는 우선 학원비가 비쌉니다. 외국교재를 너, 서권씩 쓰니 그럴 밖에요. 또 경력 있는 강사를 고용하니 그렇기도 할 겁니다. 이 곳은 특목고대비반과 SAT대비반을 꼭대기 반으로 설정, 3학년 짜리에게도 씨도 안 먹힐 어려운 교재를 들이댑니다. 그야말로 ‘빡시게’ 공부시키는 곳인데 그래야 부모들이 좋아한다고 원장들이 말하더군요.
자, 이렇게 해서 이름을 얻은 학원주인이나, 아니면 스타강사를 영입한 비즈니스맨은 프랜차이즈 형태의 학원을 운영하고 싶어합니다. 물론 좋은 영어교육을 시켜 국민에게 혜택을 주려는 교육자도 있을 겁니다. 이런 형태의 사업은 자체 개발한 교재를 두 달에 한 번 꼴로 지점에 공급해주며 광고를 맡아 해줍니다. 이 때 교재비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막대~ 막대~하다고 합니다 (물론 성공한 브랜드의 경우요).
근래 들어 어학원들이 여러 가지 워크북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만 만들었다는 교재들 가운데는 어리둥절한 것도 있더군요. 도데체 무엇을 목표로, 학습자가 무엇을 배우기 바래서 만든 건지 알 수가 없어요. 걱정입니다. 영어에 관한한 학원 의존도가 높은데 안심하고 보낼 곳은 많지 않아서요.
얼마 전에 상담한 6학년 아이는 유명어학원에 다닌 지 1년 됐는데 지겨워 못 견디겠다는 거에요. 알고 보니 아이의 실력보다 훨씬 수준 높은 읽기, 듣기 교재를 쓰고 있더군요. 5학년 학생 하나는 꽤 큰 지방도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과외선생에게 수업을 받는 영광(?)을 누렸답니다. 읽기 실력이 너무 낮더군요. 미국물 먹은 선생이 쉬운 동화만 가지고 시간을 보냈나봐요.
무조건 외국 교재 많이 쓰는 학원, 숙제 많이 내주는 학원만 선호하지마세요. 그런 과제를 넉근히 해내는 소수의 아이들이 있어요. 그 아이들만 잘 가르치는 학원이 명문 학원은 아니잖습니까? 또 유명 과외선생이라고 열광하지 마세요. 개인교사를 무엇으로 실력을 검증합니까? 궁합 맞은 아이들을 잘 가르쳤는지 몰라도 객관적 평가자료가 없지 않습니까?
학원에 다니든 과외를 시키든 엄마들이 지켜보야야 합니다. 오늘은 무슨 책을 몇 페이지나 했는지, 아이의 영어가 향상되었다는 증거가 무엇인지 교사에게 따져봐야합니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세요. 결국은 내 손으로 가르치는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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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이 글은 홍현주 개인의 경험과 조사에 기반을 둔 것임. 항의나 반박은 쑥쑥에 하지 마시고 홍현주에게 하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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