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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월+1]조용하고 여유로운 성곡미술관

  • 봉황
  • |
  • 2001-06-22

[6월 19일] 성곡미술관에 다녀왔다. 쌍용그룹 창업주의 옛 자택이란다. 내심 궁금했다. 기업의 창업주는 어떤 곳에서 살았을까..듣기로는 1,000평이 넘는 정원(조각공원)이 있다던데.. 1,000평이면 얼마나 넓은거지? 미술관을 찾아서 들어가는 길은 그냥 골목길이었다. 골목의 언덕 위에서 찾은 성곡미술관. 아프리카 쇼나부족의 현대조각전(2001년 5월 9일~6월 30일)이 전시되는 중이었다. 이 아프리카 조각은 나중에 야수파, 입체파, 다다이스트, 초현실주의의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특히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처녀들의 얼굴에 아프리카 마스크의 이미지를 접목시켰다고 한다.-전시도록에 있는 내용 입구에서 느껴지는 단정함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람을 주제로 한 작품이었고 이 모든 작품들은 돌로 만들어졌다. 화려하게 꾸민 작품은 아니었지만 반추상적이면서도 주제를 확실히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쇼나부족의 감각이 너무도 세련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돌로 저렇게 다양한 조각품이 나올 수 있을까..같은 돌덩이일텐데 돌의 각 부분의 특성에 따라 꼭 따로 만들어 갖다 붙인 것 처럼 주제를 이끄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잠깐 쇼나부족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습을 읽었는데 스케치를 해서 형태를 잡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돌이 주는 느낌을 받아서 기본적인 도구들로만 형태를 따라간 다음 마무리 작업은 모두 사포르만 문질러서 완성을 한다는 것이다. 재료로 쓰이는 돌들도 다양하고 신기한 돌들도 많았다. 난 작품에 젖어 감탄을 하면서 보고 있는데 현지는 같이 간 세훈엄마를 따라다니며 분주하게 방해를 한다. 살살 꼬셔서 인물의 표정을 같이 흉내내면서 보여주니 재미있는지 몇분 따라다니며 관심을 보이다 금새 또 빠져나가버려서 혼자서 좋은 시간 보내는 걸로 만족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직선적이면서 서로 다른 느낌의 돌이 만나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작품이다. 내가 발견한 작품은 "태양신과 나" "나의 영혼" "나뭇잎 얼굴"이었다. 특히 "나의 영혼"은 심플 그 자체. 기교로 작품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느낌이 드는 질감의 돌로 나와 영혼을 반쪽씩 표현한..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반쪽씩 있는 얼굴을 붙여놓은 스타일의작품이지만 약간의 엇갈림과 묵직한 돌에서만 느낄 수 있는..나의 조용한 영혼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많은 작품들 속에서 유독 그 작품은 자꾸 기억에 남는다. 2층의 톱밥 위에 전시해 놓은 아기자기한 작품들 속을 걸어다니다 보면 비록 현지가 작품 하나하나를 느끼지는 못햇을지라도 전체적인 느낌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작품들에서 나오는 힘이 느껴지는 전시였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전시회다. 쇼나부족의 전시를 뒤로 하고 별관으로 가서 내일의 작가전에 참여하고 있는 전준호전(2001년 6월 7일~6월 30일)을 감상했다. 1층에 들어가니 빵빵한 에어콘과 함께 스크린에 비춰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동영상폭포를 소리와 함께 들었다. 1층은 폭포의 밑부분을 2층은 폭포의 중간부분을..3층은 폭포의 윗부분이라 모아져서 퍼지는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카달로그에는 분명 다른 작품들도 있는데..왜 층마다 다 폭포만 있는거지..?^^; 알고보니 폭포 안쪽을 계속 따라 들어가면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작품들의 발상 또한 기가 막힐 정도다. "우울한 물"은 동그란 구조물이 유리관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그 안에서 습기가 차오는 것으로 우울한 물을 표현했고, "무거운 물"은 빨간색 점퍼와 짙은색 바지(작가의 작업복이었댄다)를 걸어놓고 위에서 물이 계속 흘러 옷이 젖으면서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었고. 3층은 "잠자는 물"..잠자는 물이라..바로 얼음이었다. 얼음(물)이 스테인레스 관 안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었다. 발상이 재미있고 현지도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물이 잠잘때 꽁꽁 어는가보라며 엉뚱한 얘기를 해줬더니 그렇구나~ 하면서 동조를 한다. 전시를 다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아주 작은..까페..에 앉아 정취를 감상하며 아이들과 쿠키도 먹고 아이스코코아를 주문해 반반씩 나눠주고..세훈엄마와 나는 녹차빙수를 먹었다. 향긋한 녹차향과 선선하게 부는 바람..날씨도 햇빛이 거의 없어 오늘은 나들이 하기에 금상첨화인 날이었다. 아이들도 야외에 앉아 맛잇는 쿠키를 먹는 것이 내심 즐거워보였다. 그리고는 1,000평이나 된다는 정원을 둘러보았다. 조각공원이라지만 조각공원 같지는 않앗고..길을 따라 걸으면서 보이는 조각작품들 몇개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나무와 풀과 나비를 따라다니며 한가롭게 산책을 했다. 돌아오는 길 미술관 바로 옆의 축구회관에 들러 예전에 축구공 대신 갖고 놀았다는 돼지 오줌보를 보면서 좋아했고, 그냥 돌아오기 아쉬어 바로 앞 사직공원에 있는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다가 집에 돌아왔다. 얼마나 줄겁고 기분좋은 하루였는지.. 현지는 뭘 안다고 "엄마 현대조각봤지"그러면서 주워들은 얘기를 자랑한다. 조용하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정말 맘에 드는 조각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5,000원을 투자해 산 도록은 현지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도록 그 기억을 잡아줄 수 잇을 것이다, 내내 그 도록을 들추면서 "이것도 봤지" "이건 이렇게 하고 있었지" 하면서 표정을 흉내 내본다. 전시장에선 분위기를 느꼈으니 도록으로는 하나하나 작품의 느낌과 표현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월말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가보고 싶은 전시였고..미술관이었다. 이 고요한 분위기가 맘에 들어 다음에 열리게 될 다른 전시회에도 꼭 가보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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