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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개월+26]방귀소리만 요란했던 뿡뿡이 음악회

  • 김상민
  • |
  • 2002-04-18

1!@#$
[2002년 4월 13일 토요일]

"방귀소리 들리면~ 내가 달려간다네~~ 요리 뿡~ 죠리 뿡~~~~"
처음 뿡뿡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뭔 방귀타령이여..하며 지나친 적이 있다.
캐릭터도 만화 손오공에 나오는 삼장법사처럼 생겨 영 내 취향이 아닌데다가 보푸라기 일 것 같은 오렌지 천감도 촌스럽게만 느껴졌었다.
어느날..EBS 채널을 틀어놓다가..흘려보면서 그 프로그램을 보았는데..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은 후 아이와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물론 아이와 같이 보면 피곤한 날이 많다.
"엄마 , 나 이거 할래..나도 할래.."
그래서 준비성은 없는지라 프로그램이 시작하면 후다닥~~거리며 재료를 구해 노는 형식이었다.
그냥 다음에 하자..하며 눈으로만 본 적도 대다수였고.
어쨋든 뿡뿡이를 너무 좋아해서 까르푸가서 작은 뿡뿡이 인형도 사주고..
뿡뿡이 음악회 소식을 들었을 때 '와, 현지가 뿡뿡이 직접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나도 TV에서만 보던 좋아하는 연애인 우연히 보기라도 하면 너무 신기하고 좋던데..' 해서..꾸러기 음악회는 맨날 C석으로 끊으면서 뿡뿡이는 조금더 가까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이번엔 앞부분으로 끊어주었다.

어린이집에서 현지를 데리고 양재역으로 향했다.
빠듯하게 다니다 오늘은 30분정도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출발을 했다.
양재역을 나오니 꽃길을 연상시키듯 화사한 화분들이 꽃가게 앞을 자리잡고 있었다.
"이건 로즈마리다~ 이건 라벤다야~ 어머 이건 노란 꽃인데..어디선가 본 것 같다~ 현지 기억나니?"
"어디서 봤지? 엄마가 해봐"
"트위니스에서 알뿌리를 심~었네~하며 노래 불렀던 거 기억나지. 노래 불러보자~"
"♪꽃밭으로 나가서 알뿌리를~ 심었네~ 심었네~~♬"
"알뿌리에서 뭐가 나왔지? 어떤 꽃이 피었더라.."
"수선화!!!"
"그래, 여기 히야신스도 있다. 텔레비젼에서 본 꽃들이 다 나오네~ 진짜로 보니까 너무 예쁘다 색깔도 노~랗고. 그치..화분 볼래? 여기 진짜 알뿌리가 있네..알뿌리에서 진짜 수선화가 피었네~~"
화사한 꽃들이 봄햇살처럼 따뜻하기만 했다.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 길..꽃들에게서 받은 화사한 마음에 반해 어지럽게 늘어선 줄들이 보였다.
07-2번이었나..
30분이나 일찍 출발했음에도..버스를 기다리는 데에만 15분이 걸렸고 타고 도착해서 문예회관까지 거의 뛰다니시 해서 가는데에 15분이 걸렸다.

................................................................................................................................................

두시에 늦을까봐 얼마나 빨리 뛰었는데..두시가 넘어도 여전히 웅성웅성하고 돌아다니고..전혀 공연이 시작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현지야~ 죠기 매달려 있는 풍선 보이지? 그안에 사탕 들어있는 것 같아. 음악회 끝나고 풍선 떨어지면 현지가 잘 받아~ 알았지?"
"엄마 뿡뿡이 언제나와?"
"이제 나올거야. 뿡뿡이 나와도 얌전하게 음악 들어야해.."

10분이 지나서야 겨우 시작된 음악회..
뿡뿡이가 나오자 현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뿡뿡이와 쨔잔형이 나왔지만 무대가 너무 커서였을까..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어쨋든 나조차도 반가운 마음에 뿡뿡이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앳된 진행자가 나와 뿡뿡이와의 음악여행은 시작되었다.


ⓐ Are you sleeping 멜로디의 "노래해"
뿡뿡이와 쨔잔형이 하니까 아이들이 잘 따라했던 것일까.

ⓑ 모짜르트의 작은별 변주곡
이 곡은 집에서도 들을 때 현지가 트윙클~~을 따라부르다 곡이 약간 바뀌면 좀 이상해하다가도 차츰 익숙해져서 어떤 연주로 이 곡을 연주하던 노래를 잘 맞추게 된 곡이었다.
모짜르트가 처음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작은별 피아노곡은 사실은 ?_blank"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 라는 프랑스 민요의 변주곡이라고 한다.(누군가 이 곡을 들려주는데...제목이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여서 이유가 궁금했었는데..이제야 알게되었다)
피아노언니가 들려주는 아름답고 경쾌한 소리와 익숙한 멜로디를 여러 형태의 반주로 들으니 색다른 맛을 느낄수 있었을 것이다.

ⓒ 도레미 놀이를 할 수 있는 "도레미 노래"(이노랜 나중에 지하철 층계를 다닐때 현지와 써먹으니 재미있었다. 내려갈땐..♪도시라솔파미레도..올라갈땐.♬도레미파솔라시도..)
근데..이때 "손수건 못받으신 분~~"하면서 돌아다니던 도우미의 정체는 도대체 뭐였을까..진작 잘 나눠주던지..연주 도중 버젓하게 서서 돌아다니다니..에구..

ⓓ 플루트 언니가 들려준 고섹의 가보트(맨 윗쪽 스피커르 누르시면 음악이 들려요~)는 아주 익숙한 곡. 물론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곡 전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거나 쉽게 접할 기회가 있었던 곡이긴 했지만..플릇소리의 가보트는 새가 총총 뛰노는 듯한 느낌이었다.

ⓔ 바이올린오빠의 연주로 들었는데 바이올린 선율이 아름다운 드로르의 위모레스크는 미리 나누어줬던 노란 손수건으로 양손에 번갈아 넘기며 리듬을 맞춰보는 놀이를 보여줘서 현지는 이 음악 내내 음을 경청하듯 귀를 약간 기울여 물을 건너뛰는 듯어깨를 들썩이며 손수건을 조심스럽게 이손, 저손으로 옮기고 있었다.

ⓕ 고향의 봄은 여러가지 반주로 들어보았는데 단조의 슬픈 고향의 봄과 부드러운 고향의 봄..그리고 단조로운 고향의 봄 등 반주에 따라 틀려지는 곡의 느낌을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 현악 4중주로 들은 모짜르트의 작은 소야곡 1악장(맨 윗쪽 스피커르 누르시면 음악이 들려요~버퍼링 시간이 좀 오래 걸리네요.)
연주자들과 음악만을 감상했다면 좋았을 것을..웅성거리고 자제가 안되는 듯한 어수선함에 잠시 기분이 상했으나 음악이 괜히 좋은게 아니었다. 음악만 들으려고 하니 나름대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조절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
끝까지 현지를 무릎에 앉혀놓고 몸을 조금씩 흔들어 주었더니 잘 듣는다.


1부가 끝나고 나와 팜플렛을 살 때 준 뿡뿡이 케익을 열명에게 준다는 응모권을 집어넣으면서 머리를 좀 써서 네군데 모서리를 두번씩 접고..대각선으로 볼륨을 주어 집어넣었다.(평범하면 확률이 낮아질테니..)
그리고는 당첨을 확신이라도 하고 현지를 유혹했다.
?_blank"현지야, 다른 아이들처럼 안돌아다니고 조용히 음악 들으면 쨔잔형이 뿡뿡이케익 선물로 준대~"
2부가 시작되었는데 분위기가 1부보다 많이 어수선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쉽게 흐름을 타나보다.
얌전히 있던 현지가 자꾸 몸을 비틀고 일어서서 움직이고 싶어해서 달래느라 힘이 들었다.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말로만 타이르는 부모들의 방관적 태도도 거슬리고..
확실히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어른들이 듣는 음악회에선 조용하던 애가..이곳에선 덩달아 나대려고 했으니 말이다..

2부가 시작되자 무대에는 작은 오케스트라가 모두 자리를 잡고 있어서 1부보다는 풍족한 무대가 될 것 같았다.
ⓐ 2부 첫곡으로 연주된 곡은 여러개 이어서 편곡된 행진곡들.
요한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과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 그리고 모짜르트의 터키행진곡과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었다.
다행히도 아는 곡들이어서 현지에게 곡이 연주될때마다 설명을 해주기가 쉬웠다.
?_blank"현지 저거 로댕갤러리에서 들었던 행진곡이다..요한스트라우스꺼..저건..보성이랑 예술의전당 어린이집에서 놀때 엄마랑 보성이 이모랑 오페라 봤었지? 라다메스~~나오는..그 오페라 "아이다"에 라다메스 장군이 전쟁에서 이겨서 돌아올때 울려퍼지던 곡이 저 곡이야..개선행진곡..지금 나오는건 현지 조지 비디오 볼때 조지가 소방서에 장난전화해서 도망다닐 때 나오던 곡이네..트윙클트윙클 작곡한 모짜르트 아저씨가 만든 터키 행진곡이야..아..저건 꾸러기 음악회에서 몇번 들었던 곡이다..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아는곡 나오니까 너무 신난다~~행진할 때 울려퍼지는 곡이야..개미들이 행진할 때 바니에서 노래부르는 것처럼.."

ⓑ 악기들의 모양과 소리를 배우는 시간.."내 이름은"이라는 노래에 맞추어 연주자들이 악기를 들고 일어나 악기도 보여주고..짧은 독주도 해주어 소리와 악기를 연결시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는..기억이 잘 안나네..

ⓓ Yesterday와 여인의 향기(전곡 다 들어있으니 재생목록 중 클립 7번 ?_blank"Por Una Cabeza"를 선택해서 들으세요)를 편곡해서 들려주었는데..아마도 부모님들을 위한 시간이 아니었나..싶다.

ⓔ 디즈니만화영화 주제곡들 중 미녀와 야수의 Beauty and the Beast, 라이온킹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인어공주의 Under the sea(조금 기다려야 음악이 나오네요)..가 이어서 연주가 되었다.
현지는 세편 중 하나도 보질 못해서 만화음악이라는 유혹짙은 말에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_blank"엄마 저게 만화음악이야? 둘리노래 아닌데.."
"저건 미녀와 야수 음악이고..어 언더더 씨다~ 바다속에 있는 친구들이 노래하는 거야.인어공주에 나오는거..엄마가 현지 조금 더 크면 디즈니 만화 보여줄거야.."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 오빠가 퇴장을 해서 오늘의 연주는 이렇게 끝이 났다.

ⓕ 박수소리도 시원치 않게 났지만 어쨋든 쨔잔형과 뿡뿡이가 지휘자 오빠를 데리고 나와 마법의 성이 앵콜곡으로 연주되었는데 이 곡이 연주되는 중간에 공중에 매달려 있던 풍선이 떨어지니 엄마들이 마구 달려들기 시작했다.
연주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풍선을 떨어뜨린 행사진행자들에게도..뒷부분에도 엄연히 풍선이 매달려 있었는데..앞부분에 떨어진 풍선을 받으려고 번개처럼 달려드는 아줌마들..풍선 바로 밑이라 죄다 우리밑으로 떨어지는 거북한 풍선들..여기저기 뻥뻥대며 터지는 풍선 소리들..
?_blank"엄마, 난 한개만 있으면 되요" 하는 현지가 기특하게 여겨졌을 정도다.
"현지야~ 앉아서..계속 음악 듣자~~"하며 허밍으로 멜로디를 잡아주었다.
그때 응모권 당첨이 시작되었고.."이현지~ 케익받아가세요~~~"하는 쨔잔형의 목소리를 들은 현지..감격스러운 목소리와 떼거지들처럼 몰려있는 앞부분을 보며 저곳을 어떻게 헤쳐나가 쨔잔형이 주는 케익을 받을 수 있을까..암담해서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엄마,쨔잔형이 케익 받아가래요~~~"
"그래..케익은 나중에 밖에 나가면 받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말고 앉아있자.."
로비로 나와 케익을 받고나서 현지 하는 말.
"엄마, 나 근데 말잘 안들었는데 왜 쨔잔형이 케익을 주지요?"
"현지 다음부터는 말 잘 들으라고 쨔잔형이 주는건가보다"
"다음에도 말 잘들으면 쨔잔형이 뿡뿡이 케익 줘요?"
"그럼~ 쨔잔형은 현지가 말을 잘 듣는지..착한앤지..다 알고 있대..다 지켜보고 있대"(갑자기 쨔잔형이 산타할아버지가 되는 순간)

오늘의 음악회...뒷자석에 앉은 목소리 엄청나게 큰 아기엄마..옆라인에 앉은 핸드폰 뻣뻣하게 들고 전화통화 하던 아줌마..가운데 통로 뒤에서 "야~ ** 얼른 나오라구래" 하고 소리지르는 무식한 아줌마..이건 무식 수준이 아니라..내가 화끈거릴 정도로 민망한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돌아다닌다고 내버려 두는 엄마들은 아주 조신한 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점점 가운데 통로로 모여드는 아이들과 엄마..이건 저번에 만화영화주제곡을 연주했던 KBS홀의 최악의 음악회가 꼭맞게 연상되는 부분이었다.
화끈거리는 창피한 감정을 얌전히 앉아서 음악을 즐기고 있는 다른 어머니들이 대신 느껴야만 했던..슬픈 음악회였다.
아이는 그런거 개의치 않고 그저 뿡뿡이를 본다는 즐거움..짜쟌형을 본다는 즐거움이 다였을 것이다. 음악..그곳에 온 사람들은..어떤 느낌의 음악을 담고 갔을까..

문예회관 밖으로 나오니 분수대 옆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받은 풍선을 터뜨리거나..잡고 노느라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날이 참 좋아서 한숨나오던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케익도 있으니..
뿡뿡이가 뭐길래..비싼 돈내고..시장통 경험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이런곳이 생기면 끌고 다녀야 하는 걸까..회의가 든다.
하지만..아이는 음악회의 어수선함보다는 뿡뿡이와 쨔잔형만을 기억하며 행복해 할런지도 모르지..
연주회의 기본에 맞춰야 하는 것인지..아이의 기분을 맞춰야 하는 것인지..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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