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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는 무엇일까요?

  • 김형란
  • |
  • 2004-02-10
8

제 아이들에게 '영어'를 접해주는 순간마다 늘 되짚어보게 되는 질문입니다. '내 아이들에게 영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어린 두 딸에게 영어를 접해주려는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제 다이어리 글에서도 피력했듯이 제게 있어 '영어'는 '필요'와 '즐거움'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이자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라함은 생존을 위한 '밥'과 같은 절대절명의 절박한 의미를 '즐거움'이라함은 일종의 '기호식품'과 같은 여유로운 개인취향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다이어리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상적인 어떤 극단의 상황에서 '영어'와 '우리말'중 어느 하나만을 취해야할 상황에 이른다면 저는 과감히(아니, 지극히 당연히) '영어'를 놓을 것입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우리는 한국인'이라함은 어떤 '민족주의'적 차원과 같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그 '몸'과 '마음'을 담고 살아가야 할 곳이 바로 '한국사회'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명분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그런 논제입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와 역사와 언어를 배우는 중요한 통로는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과의 대화와 상호작용, 그리고 '책'을 비롯한 다양한 매개체들일 것입니다. 대화와 상호작용, 책과 그외의 매체들을 통해 아이가 말하기와 듣기등의 언어학습적 요소만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와 역사와 가치관과 축적된 지식 체계등 우리가 의도하고 상상했던 그 이상의, 그 깊이와 경계를 우리로서도 알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습득하고 느끼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세상에서 '영어'가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영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는 또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저는 잊지않으려 합니다. 즉, 영어란 보물섬을 찾기 위한 지도이거나 보물 상자를 여는 '열쇠'의 하나일 뿐 '보물'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의 아이들이 기쁘고 가슴벅차게 찾아야 할 보물들은 '지식을 탐구하는 즐거움', '더불어 사는 지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이해'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자존감',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정신'등등이 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수단'이자 '사고의 틀'인 '언어'를 익히는데 있어서, 그것도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으로서 '외국어'가 '모국어'를 잠식해버려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늘 잊지말아야 할 것이라 믿습니다. '영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우리말'을 위한 온전한 노력과 '함께' 가야할 일이지 우리말을 위한 노력의 일부나 상당부분, 심지어는 대부분을 갉아먹는 것이 되어서는 (절대)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말을 배우기 전이나 폭발적으로 말을 배워가는 어린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영어 교육에 있어서 우리는 늘 '균형'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경우 '영어'에의 비중이 더 커질 일은 절대 없으므로 '아슬아슬한 균형'잡기를 고민할 것도 없이 '우리말'교육쪽에 너무나도 안정되게 '무게중심'이 잡혀있습니다만(^_^) 제가 아무리 영어에 능통하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며 아이들을 가르칠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저는 '우리말'교육에 '온전히' 노력하고자 애쓰겠습니다. 그 노력위에 '영어'를 위한 노력을 더 얹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린 아이에게 영어를 접해주려는 노력을 하고자 하는 엄마들은 우리말을 위한 노력만으로 아이와의 시간들을 채워주고 있는 엄마들에 비해 더 많은, 더 힘든 노력들을 해야만 하는 셈입니다. 아이에게 '세상의 창'과 같은 역할을 해야할 부모로서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그 대화와 책읽기의 '언어'는 당연히 아이와 부모의 육체와 정신이 몸담고 있는 바로 그 사회의 언어가 '일차적'이고도 '주요한' 언어가 되어야 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우리말과 '함께 가는' 영어라면 몰라도 영어가 늘 우리말을 앞지르거나 전적으로 늘 영어가 우리말을 대신하거나 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영어전문가도, 발달심리학자도 아닌, 영어 잘 못하는 평범한 엄마이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교사로서의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아무리 빨라도) 영어는 우리말의 한발짝 정도 뒤에서 따라올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들에게도 우리말로 쌓인 지식과 정서가 충분히 익숙한 부분에 해당하는 '영어'를 접해준다는 것이 저의 기본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전략을 제맘대로 '한박자 늦게 가는 영어' 혹은 '뒷북치는 영어'라 이름짓고 있습니다.(^_^) 사실 제가 제 아이들에게 접해주는 영어는 '한 박자'정도가 아니라 박자개념으로는 생각키도 힘든, 그런 엄청난 시간차를 두고 '헉헉'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긴 합니다.(^_^;;) 사실 '전략'이라 하기도 민망한 것이 그렇게밖에는 더 이상 빨리 갈 수도 없는 것이 제 뼈아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영어가 아무리 능통하다하더라도 제 아이들에게 '영어'가 언제나 '우리말'보다 '앞서게'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지요. 제가 언젠가 '책은 세상을 보는 창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이 곳 게시판에 올렸던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사고의 틀'이자 '정신' 그 자체이기도 한 것이 '언어'임을 생각할 때 세상을 보는 창으로서의 '책'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말로 쌓인 경험과 지식의 세계와 영어로 쌓인 그것들의 차이가 클 수록 아이가 영어를 습득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겠다라는 것도 제 경험입니다. 이렇듯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는 와중에 제가 내린 결론은 영어가 우리말을 내쳐 앞서가게 해서도 안되겠지만 너무 뒤쳐져 간다면 갈수록 점점 갭은 커질것이고 그러면 더욱더 힘들어지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시도하는 영어대화는 우리말로 이미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상황에서의 우리말 문장이나 단어에 해당하는 것들이 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너무도 익숙하고 뻔한 탓에 우리말을 영어로 바꾸어도 순각적인 '멈칫'함 뒤에 곧바로 '척'하면 '착'하고 순간적으로 상황과 영어를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순간적' 깨달음'이 문자그대로 '순간적 깨달음'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그먀말로 '천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그동안 하루에 한 권씩이라도 읽어온 영어책들과 에피소드 하나씩이라도 보아온 영어동화 비디오등으로 쌓여진 '내공'의 덕이라고 믿어집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가족들도,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이웃들도, 텔레비전에서도 우리말로 가득한 세상에서의 영어라는 외국어는 점점 그 '이물감'을 더해갈지 모릅니다. 제가 제 어린 두딸에게 영어를 접해주고자 했던 중요하고도 일차적인 목표였던 것은 이러한 이물감으로부터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영어에 대한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자 했던 것이고 영어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과 지겨움을 대물림하지 않고자 했던 것입니다. 유아영어의 시기는 이제 벗어나야 할 제 두 딸을 보건대 적어도 그 일차적 목표 즉, '두려움이 아닌 친숙함'이라는 목표는 이루었다고 자평해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은 아이가 배우고 익히고 느껴야 할 그 많은 덕목과 감성의 깊이를 영어를 배우느라 놓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어책들을 멀리하게 될까 두려워 새로운 한글책의 구입이 망설여진다는 수다조님의 걱정은 저로서는 뭔가가 한참 '주객전도'가 된 것 같은 당황스러운 면이 있습니다.(^_^) 우리말 책은 넘치게 주어도 과함이 없다는 것과 (구입한 책이건 대여한 것이건) 오히려 우리말로 쌓인 지식은 '영어'에 대한 빠른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수다조님 덕분에 제 아이들을 위한 영어 교육에 대한 제 생각을 다시한번 정리해볼 수 있었네요.(^_^) 수다조님의 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 김형란님의 게시판의 글을 접하다가 교육다이어리까지 읽고 나니 정말 > 존경스럽고 또한 제가 너무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 저도 올해 6,7살 되는 두 딸아이를 가진 엄마입니다. > 다름이 아니오라 그동안은 쭈욱 영어동화책과 비디오 만을 고집해 오던중 > 너무나도 한글동화책을 등한시 했다는 생각이 깊이 들어 이렇게 도움을 > 청합니다. 님께서 다이어리에서 추천해 주셨던 한글동화책을 메모해 두고 > 서점에 아이와 함께 들를때면 한 권씩 사서 읽어주려구요. > > 그런데 걱정은 새 책에 대한 많은 집중과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더우기 > 큰 아이는 한글을 읽을 줄 아는 관계로 한글을 더 편해 합니다.) > 지금부터 새 한글책을 사들이면 영어동화책을 멀리 할까 걱정입니다. > 집에 있는 책은 좀 어려운 위인전과 세계명작동화가 있긴 한데, 지금 > 아이들에게는 적당하지 않아서 결국 한권 한권 사야만 하거든요.(*^^*) > > 또한 아이북랜드 같은 책대여점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런지요. > 많은 책을 읽어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내 것이 되어야 애착을 갖고 >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 고민입니다. > > 귀찮게 해드려 죄송하구요, 몇자 적어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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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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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2-12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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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머릿속에서 맴돌던 많은 생각들이 김형란님의 글로 확실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김형란님의 글은 정말 시같네요. 간결하고 적확안 언어로 읽는 사람을 감동하게 만듭니다. 노랑맘님 말대로 책내셔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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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ne
  • |
  • 2004-02-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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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란님의 잘 정리된 글을 읽으니 시원하네요. ^^; 수다조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동화책 하나하나 사주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영어동화는 공부에 가깝다고 생각하셔서 쉽게 구매하지만 반면 우리 동화는 쉽게 내쳐질 때가 있지요. 물론 매주 4권 대여해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 방법이나 아이의 현재 독서 성향이나 방향, 단계를 그리 고려할 수 없는 일방적인 책읽기라서 저로서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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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다조
  • |
  • 2004-02-10 13:13
답댓글
너무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렇게 까지 답변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갈 뻔 했습니다. 이제라도 조금 깨달았으니 늦었다 생각않고 진정 소중한 것을 위해 노력하겠어요. 무지한 엄마탓에 그동안 좋은 많은 책을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어찌됐건 간에 모든것이 모국어 바탕위에 세워지는 것을 저는 잊고 있었네요. 모래성을 쌓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많을 책을 읽고 접해 주리라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꼬리말 달아주신 여러분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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