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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벌'과 뜨거운 '벌' (냉정과 열정의 사이)

  • 김형란
  • |
  • 2004-02-10
5

제가 아이를 낳기 전에는 '훌륭한 엄마'를 지향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 있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세월이 10 여년 쌓인 지금은 '좋은 엄마'를 지향하게 됩니다. 제게 있어 '훌륭한'과 '좋은'이라는 두 단어는 지극히 주관적인 저만의 생각 편린들을 담고 있는 것들이라 다른 분들께는 언듯 그 차이점이 모호하실 수도 있고 다분히 '말장난'같이 여겨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여하간에 제가 지향하는 '좋은 엄마'의 핵심은 '노력하고 애쓰는 엄마'입니다. 결과적으로 실패만을 거듭했다하더라도 노력하며 애쓰는 엄마의 모습과 그 마음은 어떻게 해서든, 언젠가는, 꼭, 아이에게 닿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엄마'라는 지향점을 향해 가는 제가 가장 컴플렉스를 가지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에게 화내고, 야단치고, 비난하는 제 모습입니다. 며칠전 제 큰 아이의 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왔습니다. 작은 아이때문에 아직 남아있는 '미끄럼틀'때문인지 그 아이가 "와아~ 너네집 짱 좋다. 완전 '어린이 천국'이다~"하며 현관문을 들어서서는 제 아이들이 온갖 작업으로 잔뜩 어질러놓은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더니 뒤이어 '확인성' 질문을 하더군요. (아이들 생각에도 미끄럼틀 같은 물리적 환경만으로 '어린이 천국'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미흡하다 싶었겠지요.^_^) "허걱~. 되게 어질러졌다~.야~ 너네 엄마한테 안 혼나? 매 안 맞어?" 제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호흡마저 멈추고서 귀기울여 듣자니 ('평가'는 언제나 떨리는 일입니다.^_^) "매? 우리 엄만 안 때리셔~. 너네 엄만 때려? 우리 엄마는 그냥 '이제 그만 어지르고 놀던 것 치우고 정리하자~'고만 하시고 별로 야단은 안 치셔." 하며 실제보다 다소 '미화'시켜 말하고 제 목소리도 실제보다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흉내내고 있었습니다. 제 친정 아버님께서는 입버릇처럼 매를 아끼면 자식 농사 망친다고 하셨지만 저는 아직 제 아이들에게 '매'를 들지는 않았습니다. '매'를 들 일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아직 제 자신이 '매'를 감당할 정도로 '훈육'의 한 방법으로서의 '매'에 관해 명쾌한 정리를 해두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필요악'도 핑게인것만 같고 '폭력'이라는 규정도 그것이 다인 것은 아닌 것만 같고...... '필요악'과 '폭력', 그 중간의 어디메쯤일 것 같긴한데 말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저는 여러 선생님들을 '관찰'하곤 합니다. ('관찰'이 제 못된 취미 중 하나입니다. ^_^;;) 극단적이고도 전형적인, 대비되는 두가지 인물형은 절대 큰 소리 내는 법도 없지만 허튼 웃음 한번 웃지않는 '포커페이스'형과 지지고 볶고 왈그랑 달그랑 늘 요란한 '때때로 천둥 번개형'입니다. 아이들이 졸업을 한 후에 찾아뵙는 선생님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일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리기까지 하고 때로 육두문자까지 섞어서 '욕'을 하기도 했던 선생님이어도, 그래도 아이들은 그 선생님의 '마음'을 더 크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매를 맞고 욕을 먹으면서도 아이들은 정확히 압니다. 그 매와 욕속에 '사랑'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조금이라도 세상물을 먹은 사람이라면 '욕쟁이 할머니'의 마음속에 숨겨진 '정'이라는 것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 큰 아이가 이제 4학년 올라가는데 언제부턴가 '완벽하지못한 한 인간'으로서 엄마인 저의 '열정과 한계'를 이해하고 배려해주기 시작합니다.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딸, 흐흐흐~ 그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 느껴보시면 압니다.^_^;;) 자기보다 아직은 어린 동생이 막무가내로 떼쓰다가 엄마에게 한소리 듣고 서러워 할 때면 엄마의 지친 심정과 동생의 속상함을 이 쪽 저 쪽 살펴가며 "지선아~ 자꾸 그렇게 떼쓰면 엄마도 힘드시잖니~ 엄마도 지금 힘드셔서 그러시는데~" 하며 한 쪽 구석에서 나름의 수습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저는 또 속절없이 다른 한 쪽 구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게 됩니다.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다본다면 참 우스운 광경이겠습니다.^_^;;) 그럴 때는 아주 큰 어른같다가도 정작 자기가 엄마와 '기싸움'을 하던 끝에 (아이가 어느정도 크면 '기싸움'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것이 또 아주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부글부글 끓고있는 밥솥 뚜껑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잠자리에 들기전에는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하기에) 잘 덮어져 있는 이불을 괜시리 다시 덮어주며, 자려고 누운 아이의 두 손을 마주 잡고 "지현아, 아까는 엄마가 너무 지나치게 화를 내서 미안해~. 엄마도 너무 힘들어서 그랬나봐~."하고 운을 떼기 시작하면 아이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저도 알아요~"하며 차마 눈물을 떨구지는 않으려고 이미 빨개진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많은 아이들을 상대하는 교실에서는 저도 제법 쿨~하게 '차갑고 건조한 벌'을 주곤 하는데 (주로 "나가 있어!" 하는, 세바스챤식 벌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말투는 "잠시 뒤로 나가 계세요" 이지만요.^_^) 막상 제 아이들에게는 '냉각장치'가 신통찮을 때가 많습니다. 소위 '미국식 훈육법'이라는 것이 이성적이고도 이상적인 훈육법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제 어머니의 '빨랫물 세례'와 '소나기처럼 퍼붓는 훈계'속에 절절하게도 들어있던 '넘치는 자식 사랑'에 대한 기억의 한자락을 들춰보게도 되는 것입니다. '나홀로 집에'라는 영화에서 맥컬리 컬킨(주인공 꼬마 남자 아이)이 다락방 계단참에 혼자 있는 벌을 받게 되는 장면을 떠올리다보면 아이는 과연 그곳에서 '반성'이라는 것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혼자 버려졌다는 슬픔과 분노'에 쌓여 있는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저도 육아지침서등에 나오는(대부분 서구인들에 의해 씌여진) '격리'라던가 '타임아웃'등의 방법도 써가며 때로는 그런 방법들을 미처 적용할 여유도 가지지 못한채 아이에게 정리되지 못한 감정을 쏟아버리기도 하면서 이러저러하게 지내오면서 한가지 사실만 '심지'처럼 명료하게 남게됨을 느낍니다. 아이를 키우는 본질은 '기술'에 있지않고 '아이를 바라보는 눈'에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 속에 '사랑'이 있음을 아이가 확실히 느끼고만 있다면 차갑던지 뜨겁던지, 그런 것은 두번째 문제라는 것이지요~.(^_^) 꽃비님의 글입니다. > 요즘 헬로우 베이비 하이맘을 열씨미 공부중인 13개월 남매둥이 엄마입니다. > 이 책에 보면 애기를 꾸짖을때 표현이 나오면서 옆에 미국식 훈육법이 나오는데.. > 벽을 보고 서있게 한다던지...자기방에 들어가게 한다고 되어 있는데.. > 저두 큰소리 안내고 그런식으로 교육을 시키고 싶네요. > (쌍둥이라 가능할란지 몰겄지만...^^) > 요즘 말귀를 알아먹는데 지금부터 함씩 해보고 싶은데.. > 혹시 이렇게 키우는맘 있으신가요? > 우리나라에선 주로 손들게 하거나 때리는 식인데... > 좀 맘에 안드네요. > 조언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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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플러
  • |
  • 2004-02-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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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연해집니다. 말이 필요없는 글입니다. 아이고...감탄을 하기에는 제 글이 짧음을 한탄할 뿐입니다. 그냥 이렇게 말씀드릴랍니다. 존경합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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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셋
  • |
  • 2004-02-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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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님의 글은 호흡이 긴 시 한수 같습니다 지친 제 아침에 철량수를 주신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본질은 가술에 있지 않고 아이를 바라보는 눈에 있다 명언중에 명언이네여 이곳 쑥쑥은 왜이리도 좋은 분이 많으신가여?!! 즐거운 나날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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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랑맘
  • |
  • 2004-02-10 18:36
답댓글
그런데요, 격리와 타임아웃은 전혀 다른 처벌 형태이며, 전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에 효과면에서는 별무소득이라던데 맞는 말인듯 합니다. 화가 날때, 저의 이성이 잠시 정지하였을 그때 제 마음안에는 사랑이 불꽃이 꺼져 있음을 느낍니다. 확실히 대부분 그랬던걸로 느끼는데, 저만 이런가요? 이것도 또 죄책감의 하나랍니다. 엄마되기 정~말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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