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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30일 화요일]
이번달은 이상하게도 모든 공연이 4월말과 5월초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아니, 이상한 일이 아니지..어린이날을 즈음해 이렇게 이벤트 형식으로 공연이 쏟아져 나온 모양이다.
1년 내내..여유있게 즐길 수 있도록 나와주면 오죽 고마울까..어느땐 볼게 하나도 없다가..어느땐 왕창 쏟아져 나와 경제적으로도 일정 잡기에도 부담을 주니..
피터팬 공연은 일찍 예매를 해 놓았었다. 3월 말까지 예매하면 20% 할인이 있어서 미리 예매했었는데..거의 한달을 기다린 셈.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너무 좋아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디오 ?_blank"Cathy Rigby is PETER PAN"(동영상 - I'm Flying)을 구입을 했었는데 비디오로 보면서도 가슴이 떨리고, 환상적이었다.
"현지야, 뮤지컬 피터팬 보러 갈건데 비디오랑 어떻게 다른지 보자" 그러면서 자주 보여주었는데 현지는 익숙하긴 하지만 못알아 듣는 영어로 나와도 날아다니고..노래하고..춤추고..요정가루가 뿌려지는 걸 보면서 재미있다며 비디오 옆에 꺼내놓고 봐오던 중이었다.
드디어 진짜 피터팬(4월 25일~5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만나러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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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가 와서인지 길도 여전히 젖어 있었고 날씨가 흐렸다.
한시간 정도 일찍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했다.
"엄마, 내친구 플라스틱 우리 본거다!!"
"그래, 어젠 컨벤션 센터에서 본거고..오늘은 더 넓은 곳에서 피터팬 볼거야"
1층 로비에 가서 티켓을 받고 둘러보니 한 곳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어서 보니 기념촬영을 하는 것.
무표정한 피터팬 대역과 인형후크선장과의 촬영이었지만 목에 걸고 목에 사진이 없는 애들을 만날때마다 "피터팬하고 사진찍었다~~"그러면서 자랑을 한다.
자리가 앞자리여서 어른이 보기엔 무대가 잘 보였지만 현지는 그렇지 못해서 보조방석을 달라고 했더니 도우미가 방석이 모자라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지는 의자를 펼치고 앉은 것이 아니라 접혀 있는 상태의 의자 끝에 걸터 앉아서 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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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과 버섯 그리고 나팔꽃이 나와 공연 전에 "피터팬찬가"를 따라 배우고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인디언들의 웅장하면서도 위압적인 춤이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로 끌어들이고 사라지더니 나타난 웬디의 방..어쩜 그리 썰렁할 수가 있을까..하얀 침대 하나 딸랑..존과 마이클도 없고 웬디만 하나..뒤이어 나타난 피터팬의 어색하기 짝이 없던 연기..
어색한 감정으로 피터팬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나타난 팅커벨의 코맹맹이 소리에 또다시 실망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뒤뚱거리는 걸음거리에 코맹맹이 소리..이건 빛으로 표현해 빛만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말은 하지 않는 정말 요정같은 느낌이 들었던 비디오의 팅커벨을 봐오다 사람만한 요정이 나오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래도 현지는 "쟤는 팅커벨이야, 엄마 재가 윈디야?(더키의 영어세상에 나오는 윈디때문에 웬디라는 말이 잘 안나오는 모양) 난 피터팬이 젤 좋아" 그러면서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피터팬이 날아다닐 땐 뒤에 앉은 남자아이들이 "줄 다 보인다. 줄 타고 돌아다닌다"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현지가 덩달아 "엄마 피터팬이 줄에 매달렸어"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의 피터팬에 대한 환상을 깨어놓다니..
공연이 무르익을 수록 처음의 실망감은 점점 사라지고 피터팬에서 유쾌한 부분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웬디 역할의 다나는 웬디같이 맑고 예쁘고 자연스러워 진짜 웬디같이 느껴졌고, 해적들과 인디언들의 싸움에서 익살스런 음악으로 바뀌어 싸움 장면을 험악하거나..시끌벅적하게 만들지 않은 것..악어등장 때에는 무거운 음악으로 분위기를 무섭게 하다 갑자기 일어나서 부르는 애교만점의 똑딱시계노래..
그저 이쪽에서 저쪽으로 좌우로만 이동하는 날아다니기는 신비롭거나 환상적인 느낌을 전혀 주지 못했지만 후크선장의 멋진 연기와 서울시립뮤지컬단의 화려한 춤과 연기 또한 볼거리였다.
서울시립뮤지컬단이 어린이뮤지컬에 출연해 같이 온 어른들에게도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채워 줄 만큼 완성도를 높여준 것 같다.
아이는 피터팬이 날때마다..팅커벨이 날때마다..웬디가 날때마다 "와~~"하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해적들이 나오면 "나쁜 해적들 물리쳐라~" 그러기도 하고 후크와 피터팬이 싸우면 "피터팬 이겨라~ 이겨라~"하고 응원도 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공연을 봤는지 모른다.
등장인물들이 공연을 마치고 인사를 할 때도 여전히 공연이 진행되는 것처럼 춤추면서 화려하게 장식을 했고, 마지막 부분에서 전 출연진들이 예전에 봤던 "Spirit of the dance"의 마지막 장면처럼 무대의 맨 앞에 다 걸터 앉아서 보여준 마무리는 공연을 마치고 난 후의 감동을 더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비디오에선 피터팬이 날아다니는 것도 자유자재로..회전도 하면서 날아다녀서 진짜 날아다니는 것 같아 보이고 마지막엔 인사를 하고 관객석 위로 날아다니며 요정가루를 뿌리는데 정말 내 위로 피터팬이 날아다니며 요정가루를 뿌려준다면 얼마다 좋을까..아이는 또 얼마나 좋아할까..그런 피날레를 조금은 기대 하기도 했다..어쩃든 처음의 실망감이 기우였음을 증명이라고 해주듯 대체로 만족스럽게 공연을 봤다.
"엄마, 난 피터팬이 너무 재밌어요. 너무 멋져요"
"비디오로 보는것보다 더 재밌어?"
"응, 우리말이라 너무너무 좋았어. 난 피터팬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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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피터팬의 요정인 팅커벨을 보면서 '나도 어렸을 적엔 나만의 요정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현지의 요정은 있을까..궁금해서 물어보았다.
"현지는 요정을 믿니?"
"응"
"현지 요정은 어디있어?"
"음..집에 갔어"
"현지 요정 이름은 뭐야?"
"음..아휴 모르겠다니까.."
"너 진짜 요정 믿어?"
"아니..요정은 없어"
이궁..어린 것의 동심은 어디로 가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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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악어가 후크선장에게 "딱걸렸어" 하는 걸 봤던 기억때문인지 엄마만 쫓아다니면서 "엄마 딱 걸렸어" 그러면서 다닌다.
손짓까지 해가며..
집에와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피터팬 비디오를 보면서 내용이 잘 이해가 되는 듯 "아빠, 악어가 후크선장 팔을 먹어서 시계가 있었는데 그래서 뱃속에서 똑딱 소리가 나요" 하고 설명도 해주고..
그러면서 "엄마 근데 난 비디오가 더 재밌어" 그런다.
우리말로 보고난 후 비디오를 보니 장면이 비슷한 것도 많이 나와서 이해가 훨씬 잘되는 모양이다.
꼼짝 않고 끝까지 다 않아서 다 봤으니 말이다.
오늘도 어여 현지의 귀와 입을 뚫어줘야할텐데..하며 마음으로만 욕심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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