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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5일 일요일]
어린이날.
현지아빠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공연티켓을 두장만 끊었다.
다행인지..쉰다고 하면서 어디갈까..그러길래 예술의 전당에 가서 전시회도 보고 공연도 볼거라니까 영 맘에 안드는 장소였는지 시큰둥하길래 "집에서 푹 쉬어. 다녀올께" 그러고 현지와 오전에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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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이어서 그런지 사람은 아직까진 많지 않았다.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브루노 무나리 Bruno Munari(~5월 29일까지) 전시회에 대해 알아보다가 전시회의 일부분인 ?_blank"학교 전의 학교"라는 체험교실(일정계획)도 같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는 미리 예약을 해놓았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오전반 학습이 진행중이었다.
현지는 한쪽 공간에 마련된 그곳을 기웃거리며 "엄마, 나도 저거 하고싶어요"그러면서 들어가려고 해서 안고 구경만 하다 오후 시간에 예약했으니 그때 하자고 달랬다.
전에 하는 아이들을 보니 종이를 마구 오려서 아무렇게나 오려진 종이조각들을 보고 어떤 동물이나 형태를 상상해내어 대상을 만들어 준 다음 그것처럼 더 자세하게 그위에 색을 칠하고 하는 즉흥적인 발상을 이끌어내는 형식이었다.
단순하게 삼각형 모양을 보고 고깔모자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고, 나무와 긴 물줄기를 그려 물을 마시는 나무라고 얘기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표현력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전시회 작품을 보는 것 만큼 유쾌한 시간이었다.
현지의 참여시간은 1시부터 2시 30분까지.
그 전까지 전시장 내에 들어가 작품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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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활동의 다양한 표현을 제시해주는 그림들을 시작으로 부르노 무나리의 조형 위주의 여러가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가서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구시리즈가 준비되어 있어 놀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현지가 제일 좋아해던 교구는 "ABC를 조합하자"라는 교구였지만 문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뉘어서 형태를 만들고는 입구는 세워서 표현하기도 하며 놀았다.
"카드놀이"는 생각을 많이 하도록 도와주는 놀이.
처음 단계..다음 단계를 설정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그에 맞추어 카드를 진열하는 놀이인데, 카드가 많을 수록 아이가 어려워했지만 이것도 막연한 방법만을 제시해주면 어렵지만 우선 스스로 생각하는대로 늘어놓게 한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 자기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그러면서 혼자 카드의 위치를 바꿔놓기도 하면서 순서를 맞춰나가게 하면 아이가 자신감도 갖고 엄마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상관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현지도 처음엔 엄마가 해보라길래 마음대로 해보라고 한 후 그림에 대해 "얘기해볼래" 그랬더니 얘기하면서 "어, 이거 아닌데.."하면서 스스로 위치를 바꾸어 차례를 맞추어 나갔다.
사람도 많이 없었고, 시간도 많아 옆에 앉아서 오래도록 놀았다.
"짝짓기"놀이는 같은 손이라도 선으로만 정형화한 손, 면으로 정형화한 손, 정밀묘사한 손, 손으로 그린 듯한 손, 점으로만 짝어서 만든 손, 채색한 손, 손끝만 나타낸 손 등이 있는데 같은 손이라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손과 새 등을 똑같은 방법으로 그린것대로 순서를 만들어 진열해보기도 했다.
"책과 만나기 전의 책"은 손바닥 만한 책인데 글은 없고 책의 질감과 제본형태, 색으로 스스로 상상력을 키워주는 책이랜다.
나무로 만든 책이 기억에 남는다. 현지와는 악기처럼 두드려서 소리도 내어보고, 홈이 파진 부분은 만지며 선이 몇개인지, 선으로 나뉜 면이 몇개인지..선과 면의 개념을 얘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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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체험학습 시간이 되었다.
시간마다 다른 주제로 진행이 되는데 현지가 참여한 것은 "나무를 만들자"
선생님이 나무에 대해 물어보면서 밑둥..가지..나뭇잎 등을 아이들이 대답하고 밖으로 나가 대형 나무 만들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둘씩 짝을 이루게 하는데 어떤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현지 손을 덜컥 잡으니 그중 제일 큰 남자아이와..그중 제일 작은 여자아이가 짝이 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파트너와 같이 작업이 진행되도록 했는데 처음엔 대형 종이(소포지)를 나워주어 바닥에 펼쳐 고정시키게 한 후 좀 가늘어진 종이를 나눠주고..더 가늘어진 종이를 나눠주고..나중엔 얇게 잘라진 종이를 나워주니 아이들은 자기가 받은 종이를 다 붙인 후 손을 잡고 선생님에게로 가 더 점점 더 작은 종이를 받아와 나무 밑둥부터 나뭇가지를 길게 길게 뻗쳐나갔다.
테이프로 계속 고정을 시키는데 현지는 테이프를 뜯을 줄을 몰라해서 내가 가서 잔뜩 떼어 손에 다닥다닥 붙여주었더니 그걸 갖고 열심히 앉아서 떨어질 것 같은 가지 위에 집중적으로 그테이프를 죄다 붙여놓는 작업을 아주 신중히 하고는 만족스럽게 엄마를 쳐다보면서 웃어준다.
그 다음 선생님이 나무가 어떻게 보이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나뭇잎이 없다는 둥..대답을 해서 8절의 흰종이와 크레용, 매직, 더 굵은 펜 등을 준비해 아이들에게 나무를 장식할 것을 맘껏 그리게 했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개성있는 나뭇잎을 그리고, 곤충도 그리고..꽃도 그리는 동안 현지는 짝인 오빠의 나뭇잎을 보면서 "오빠 나도 그려줘" 그런다.
오빠가 얼른 그려주려고 하길래 "현지야, 현지도 오빠만큼 잘 그릴 수 있으니까 혼자 그려보자" 했더니 오빠가 더 잘그린다며 울먹인다.
그래서 엄마가 도와준다며 같이 하는데, 사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창작활동을 방해한다며 대신 도우미 선생님이 도와주는건데 아이들이 많다보니 그것도 여의치 않던 모양이다.
그렇게 나뭇잎을 그리고..칠하는 과정에서 시멘트 바닥의 울퉁불퉁한 느낌이 잘 살아나 또다른 느낌의 채색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든 나뭇잎을 가위로 오려서 붙이고..도우미 선생님이 와서 아이가 나비 그리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나비 날개까지 다 잘라내가며 혼자 열심히 가위질을 해서 선생님이 떼어준 테이프로 나비를 붙인다.
말도 잘하고 집에서 뭐든지 혼자 한다고 하던 애가 왜그런지 밖에 나가서는 못그려요..해줘요..이러는지..선을 그리는 것도 자신감 없이 살짝..그리다 말고..뭔가..내가 잘못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머리속엔 '내가 어떻게 해줘야 현지가 스스로 자신감 있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무가 형체를 갖춰나가고 아이들이 모여 나무 노래를 부르자고 하니 "나무야 누워서 자라"를 부르더니 일렬로 서서 서로가 그린 대형나무의 주위를 돌며 나무에 어떤 것들이 사는지 둘러본 후 선생님의 제안으로 나무를 세워보기로 했다.
나무를 세우는 과정에서 종이로 만든 나무가 제대로 세워질리 만무, 선생님은 "자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요"하며 나무를 흔들이 시작했고, 엄마들까지 참여해 나무를 들어 흔들다 "바람이 많이 불어요"하니 서로 힘차게 나무를 흔들어 갈기갈기 찢어지고 떨어지는 나무가 되었다.
"자, 이제 이렇게 부러지고 떨어진 나무들은 이제 땅속으로 들어가는거에요"하며 즐거운 나무만들기와..땅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과정을 재미있는 놀이체험으로 배울 수 있는 신나는 시간이었다.
"엄마, 나 너무 재미있었어"
아이들 모두 무척 즐거워보였다.
아주 기억에 남는 무나리의 말이 있다.
"나무는 무너졌다. 남은 것은 모방해야 할 본보기가 아니라 무언가를 계획할 때의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어린이들은 하고 싶을 때 항상 새로운 나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놀면서 기억한 나무의 성장법칙, 즉 지도자가 계속 옆에서 일깨워 준 나무의 가지는 위로 갈수록 밑의 가지보다 가늘어진다는 법칙은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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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간이 다가와서 마련해 간 도시락을 먹이고 예매해 놓은 발레를 보러 토월극장을 들어갔다.
김선희 발레단에서 안데르센 동화로 발레 "인어공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본 발레라고는 "백조의 호수"와 "지젤" 정도이고, TV로 몇편 더 본 정도지만 발레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현지도 발레가 배우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 관심이 있어서 처음 보여주는 발레에 대한 아이의 반응과 느낌이 궁금했다.
아름다운 바다속 풍경으로 발레가 시작되었고, 하늘거리는 의상을 한 산호초, 물고기들..인어들과 보라색 마녀 문어가 나와 화려한 춤을 보여주었다.
대사 하나 없는 발레를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은 익숙한 클래식음악과 살사 음악에 맞춘 발레동작들이 그저 아름답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음향이 자꾸 귀에 거슬리기도 했고, 30여명이 보여주는 군무가 훌륭하다라는 기사를 봤는데 서로 맞지 않는 동작때문에 군무가 좀 지저분해 보이는 단점이 있었지만 배우들의 실수하는 모습보다는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과 대사 한마디 없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동화가 아이의 눈에 신기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면 아이의 첫 발레공연으로서는 성공한 셈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아이는 "와~ 엄마 너무 신기해요~"그러면서 봤고, 중간 중간 "엄마 저게 문어마녀야. 무섭지" 그러면서 눈도 떼지 않고 보는 모습에 만족했다.
시간도 50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어서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도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인어공주"를 본 적이 있다면서 무슨 내용인지 다 아는 듯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는 장면에서 "엄마, 저거 슬프다" 하며 울상을 짓는다.
만화에서는..내 기억으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은데...자기가 본 내용과 다르긴 해도 발레동작만으로도 모든게 다 표현이 되니 정말 마술같은 예술의 장르 중의 하나가 발레인것 같다.
오늘 공연에서 뭔가를 바란다면 발레음악이 있는 것처럼 인어공주도 창작발레이니만큼 음악 또한 창작해서 인어공주 발레음악에 맞춘 인어공주 발레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자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발레가 공연되었으면 더더욱 좋겠고.
"엄마, 난 춤추는 발레 언니가 너무 예뻐"
"발레 언니? 어떤 언니가 이쁜데?"
"인어공주가 너무 이쁘고 문어마녀는 무서워"
"처음으로 발레 보니까 어때?"
"응..얼마나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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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에 마련된 각종 행사들..숭실대에서 참여한 수학교실, 과학교실..사물놀이..저글링..요요 놀이..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어릴 적 놀아봤던 여러 놀이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었다.
어린이교육박람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교육과 관련된 놀이들이 많았고 참여하는 사람들 또한 무척 많았다.
예술의 전당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 날도 있구나..
현지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사은품도 받고 놀이도 해보다 분주하고 난이도 높은 고학년용 놀이보다는 아까 보다 만 브루노 무나리 전시회가 나을 것 같아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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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디자인미술관에 들어오자마자 또 교구놀이를 하러 달려간다.
전시작품들을 먼저 보고 놀기로 한 후 둘러보았다.
재털이, 휴지통까지도 엄격하게 정리되어 보이는 디자인들.
책은 책인데 읽을 수 없는 책도 기발하고, 미지의 나라의 글자라고 해서 글자인 듯 보이나 읽혀지지 않는 글자들도 재미를 준다.
아주 작은 소품부터 대형작업까지 단순한 듯 하면서도 감히 시도해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 아이디어가 배울만 했다.
"작은 원숭이 지지"라는 작품은 직접 다양한 원숭이의 행동을 만들어 볼 수 있기도 했다.
현지와 위글스의 멍키댄스를 부르며 이모양, 저모양을 만들어 보았다.
이 작품이 1955년에 제 1회 황금 콤파스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데 지금 갖고 놀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현지가 아주 좋아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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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매한 돈은 나중으로 치고..도시락도 가져갔겠다, 음료수 하나, 현지가 그렇게 좋아하는 햄토리(햄토리 광이다. 햄토리 운동화, 햄토리 가방, 햄토리 젤리에 햄토리 퍼즐까지)풍선값 그리고 전시회 도록값만으로 다양한 놀이체험과 놀이공원 못지 않은 볼거리와 놀거리를 해결한 바쁘고 즐겁고 신기하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저녁엔 가족이 모두 나가 외식을 했다.
맛있는거 사준다는 아빠의 말에 고기를 안해줘서 고기가 먹고싶었는지 아빠에게 "아빠, 나 맛있는거 고기밥 사주세요" 그런다.
어딜 가나 오늘은 아이들에게 선물은 빠지지 않는 날인가보다.
그곳에서도 역시 쵸코렛을 받아 입이 헤 벌어졌다.
덕분에 현지가 단것을 너무 많이 먹을까봐 엄마만 과자에 사탕에 쵸코렛을 빨리 먹어치우느라 입맛이 뚝 떨어졌다.
그렇게 피곤한 하루 끝에 집에 돌아오니..입술 양쪽 끝이 다 찢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며칠은 푹 쉬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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