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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21]진기한 콘서트(Unusual Concert)

  • 김상민
  • |
  • 2002-05-14

1!@#$
[2002년 5월 9일 목요일]

전날 밤부터 열이 났던 현지.
집에서 해열제만 먹이고, 영어모임이다..어버이날이다..해서 바쁘게 수요일을 보낸 후 밤에 또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밤새도록..요즘 유행한다는 뇌수막염이 아닌지..불안하기 시작했고..공연 예매해놓은 것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되었는데..
아침에 병원에 다녀오니 목감기라고 해서 약을 먹이고 그냥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
힘들게 안하려고..가는 내내 안고 가고 짜증 내면 힘들까봐 해달라는대로 해주고 한전아츠풀 센터로 갔다.
건물 앞에 붙은 포스터와 공연장면을 보아놓은 사진들을 보더니 이게 무슨 그림이냐고 묻기 시작했고, 이제 이 뮤지컬 인형극 볼거라고 했더니 "야 신난다"하며 좋아한다.
팜플렛을 사고 초록색 개구리 인형을 받아 들더니 기다리는 동안 개구리와 장난을 하며 논다.
기운도 없어 보이고..돈아깝다고 애 고생시키는거 아닌가..걱정도 되었다.
우리 자리는 제일 앞자리여서 혹시 현지가 고개가 아프지 않을까..방석 두개를 갖다 놓고 앉혔다.
근데 무대 위의 또 다른 무대와의 거리때문에 고개가 아프지도 않았고, 제일 가까이서 움직이는 장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

우리말이 서툰 웃기는 사회자가 나오니 눈에 익어서인지 얼른 팜플렛을 찾는다.
이어서 지휘자 한명이 나오고 서막이 연주되는데 보통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박스(pit) 안의 연주하는 사람들은 안보이고 지휘자의 등만 볼 수가 있어서 혼자 나와서 뭐하나..하는 식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춘 인형의 아주 정교한 지휘장면이 정말 사람의 지휘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수리수리합창단의 비타민찬가가 시작되면서 등장한 수많은 인형 합창단을 보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비타민 찬가 부른대"
"어, 나도 비타민C 먹었는데"
현지는 인형의 움직임에는 별 신경도 안쓰고 "엄마, 노래가 시끄러워" 그런다.
"인형을 봐봐, 인형들 입이 노래에 맞춰서 하나하나 움직여."
첼로연주자와 피아노 연주자가 나온 부분은 인형의 행동에 감정이 그대로 표현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첼로연주자의 초보같은 연주와 피아노 연주자의 능숙한 연주가 어울려 만들어낸 폭소와 피아노 연주자의 느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현지야, 첼로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데 소리가 어때? 피아노는 잘치는데 첼로는 삑삑 소리가 나고 그러네?"
"엄마, 조용히 해..얘기하는거 아냐" 그러더니 "엄마, 나 잘래"그런다.
현지는 여기서 잠이 들고..
1부 공연을 보면서 지금껏 보아온 수준의 인형극과는 느낌도 다르고 각각의 장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보면 재미를 조금 느낄 수는 있었겠지만 크게 와닿거나 감동적이진 않는게 사실이었다.
1부가 끝나고 잠깐의 휴식시간..
현지를 깨우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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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졸리워하던 현지(아마 약기운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가 2부가 시작되고 조금씩 관심이 생기는 인형들이 나오니 엄마 무릎에 앉아서 웃기도 하고, 잘 보기 시작했다.
강아지..마술쇼에 나오는 병아리..탭댄스에서 나온 풍선..사자..
생활속의 전위음악에서 나온 물 가글거리는 소리와 변기 물 내리는 소리..문 여닫는 쾅 쾅 소리가 어우러진 음악을 들으며 재미있는 소리라고 느꼈는지 엄마를 툭툭 치고 웃으며 조금씩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나도 전체적으로 이 부분이 소리와 구성 둘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인형들의 움직임이 세심하고 감탄스러웠던 것은 탱고춤의 무대 뒷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기에 공연 내내 깊게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인형들의 움직임만 보다가 똑같은 탱고를 그 뒤에서 움직이는 여러명의 사람들과 인형의 박수소리를 대신하는 사람의 박수 치는 모습과 같이 듣는 소리..인형의 다리 부분을 따로 움직이는 것까지..한편의 극이 완성되기까지의 무대 뒷모습을 보는 동안 대단한 공연을 봤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현지야, 인형들 어떻게 움직이나 봐봐, 저렇게 뒤에서 사람들이 다 조종하는거야. 인형 두개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하나 움직여서 우리가 자연스런 인형들을 볼 수 있는거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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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연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스케치북을 들고 나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엄마, 나 오늘 본 인형 그리는거야"
줄을 잔뜩 그어가면서 그리길래.."현지 마리오네뜨 그리는것 같아. 인형에 줄 매달아 움직이는 마리오네뜨 알지?"
"오늘 매리오네 본거야?"
"오늘 인형들도 비슷한거야. 트위니스에서 마리오네뜨 만드는 과정봤지? 그 인형들도 그 과정처럼 똑같이 만든거야. 그렇게 만든 인형들이 움직이는걸 직접 보니까 어때?"
"응..좋았어. 춤추는데..아저씨가 언니 치마를 막 휘휘 감고 있었지~"

................................................................................................................................................

짧게 구성된 여러개의 내용들이라 다양하긴 했지만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던 풍자 부분도 그렇고 서툰 우리말까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내용(아이가 알고 있는..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과 함께 인형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면 인형극에 대한 인상이 더 의미있게 남았을 것 같다.
1부 공연 모두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했지만 2부에서의 재미난 구성들이 아이의 지친 기분을 풀어주기도 했고, 마지막 피날레와 무대 뒷 모습까지..기억에 남는 진기한 콘서트였다.
나중에 알라딘이나..장화신은 고양이..피노키오를 꼭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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