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자전거를 배우던 기억이 나십니까? 세발자전거를 신나게 타다가 이제 두발자전거를 배워야 할 때라는 아빠의 말에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어요. 처음에는 잡아주고 저는 페달을 밟는데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중심은 어찌 이리 안잡히고 핸들은 제멋대로.. 도저히 통제가 안되는 좌충우돌이죠. 그러다가 아빠가 손이라도 놓으시면 그대로 옆으로 꽈당...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넘어지고 또 일어나고... 다음날도 또 연습.. 그 다음날도 또 연습... 무릎이 깨지고 왜 이리 자전거 배우기가 어려운지 투덜거리고.. 잘 안되는 내 모습에 화가 나고 짜증도 나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득도'를 합니다. 깨달음을 얻죠. 갑자기 자전거의 중심을 잡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그 이후로 자전거 타기는 누워서 떡먹기! 룰루랄라~ 더 나아가 한손으로 타기, 두 손 모두 놓고 타기 등 고난이도의 기술을 연마합니다. ^^ 어릴때 구구단은 무식(?)하게 외우는 것이었죠. 2단부터 9단까지.. 18개월 차이나는 여동생과 함께 재미로 경쟁하듯 구구단을 외웠습니다. 그때는 곱셈의 원리는 전혀 모르고 그냥 외운 것이죠. 그러다가.. 산수 문제를 풀고.. 학교에서 배우고.. 학년이 올라가니까 곱셈에 '득도'하게 되죠. 구구단은 단순히 외우는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게 되는겁니다. 학교공부를 할때.. 특히 수학 과목... 문제집을 풀고.. 또 풀고... 자꾸 틀리고.. 또 풀고.. 틀리고.. 그렇게 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고 틀리고 풀고 틀리고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원리의 깨달음'의 순간이 오고.. 그러면 그와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한 문제들은 갑자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한눈에 떠오릅니다. 신기한 경험이죠. (그렇다고 제가 수학을 잘 한것은 절대 아닙니다. 늘 영어과목을 더 좋아했던 저로서는 수학은 그저 성적을 내기 위한 과목에 불과했습니다.) 운전을 처음 배울때 생각도 납니다. 다소 다혈질에 과격한 운전습관을 가진 아빠에게서 운전을 배운 저는 엄청난 잔소리와 구박을 견뎌야 했습니다. 자동차에 거울은 어찌 그리 많은지... 아빠는 좌 우 미러와 백미러 및 전방을 동시다발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 이것 저것 눈을 굴리다보면 눈이 휭휭 돌고 어지럽죠.. 게다가 버스와 택시들은 어찌 그리 난폭하고 초보에게 너그럽지 못한지.. 옆으로 차선을 변경하려고 깜빡이를 켜도 절대 양보를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없이 직진.. 직진... 그렇게 실수를 하고 연습을 하고, 버스와 택시의 경적 소리를 들으며 벌벌 떨고.. 진땀이 줄줄........ 그런 날들이 수없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차선변경, 끼어들기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어떤 순간에 어떤 간격일때 어떤 속도로 끼어들어야 하는지! '득도'의 순간이 오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끼어들기 룰루랄라... 너무 재미있어 한 차선으로 쭉~ 가도 되는 길을 괜히 이리저리 차선변경을 하면서 갑니다. ^^ 결혼을 하고 신혼살림을 차렸는데.. 결혼전에 신부수업이라고는 받지 못하고 늘 망나니처럼 밖으로 다니기만 하여 부엌살림에 꽝인 제가.... 신랑 저녁을 해주려 하니 눈앞이 노래지더군요. 요리책을 몇권 사기는 했는데... 너무 복잡한것 같고.. 된장찌개를 끓이려 하는데 방법을 몰라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된장찌개는 뭐 넣고 끓여?" 엄마 왈 "물 넣고 된장 '적당히' 풀고 멸치 '좀' 넣고 감자랑 양파 같은 야채 넣고, 파 마늘 '적당히' 넣고 팔팔 끓여라" ..... 저에게 절대로 도움이 안되더군요. '적당히' 넣으라구요? 적당히라면.. 한스푼? 두스푼? 된장과 물의 비율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신랑에게 하루는 밍밍한 된장찌개를, 하루는 된장을 너무 많이 넣어 무척 짠 된장찌개를 끓여주면서..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요리에 '득도'하는 순간이 오더군요. (물론 결혼 6년차인 저는 아직도 절대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제서야 "파, 마늘 좀 넣고"가 얼만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환이가 이제 39개월을 향해 갑니다. 이 녀석이 37-38개월 무렵에 갑자기 우리말에 대한 '득도'를 한 듯 합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말이 크게 늘지를 않고.. 자기가 필요한 말 (밥 줘, 쉬 마려, 졸려, 업어줘, 안아줘, 우유 줘 등등)만 하고, 누가 물어봐도 엉뚱한 대답을 하기 일쑤이고.. (오죽하면 별명이 '동문서답'이었습니다요) 아니면 대답을 안하기도 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유아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지도 않던 영환이었습니다. 내심 너무 늦어지는것이 아닌가 약간 걱정하기도 했지만 워낙 입을 연 것이 늦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주기로 했죠. 그런데 37개월을 지나면서.. 제가 보기에도 '득도'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우리말 output이 늘어나더군요. 최근 한 달 사이에 지난 1년간 늘어난 말보다 더 빠른 속도의 우리말 습득 및 표현을 하고 있네요. 기분 좋습니다. 지난 36개월동안 듣고 또 듣고 접해왔던 우리말 input이 드디어 '깨달음'의 수준까지 되었나봅니다. 이제는 자기 생각도 표현하고 논리를 내세우며 말싸움의 상대가 되기도 하며 유아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종종 말해주기도 하네요. ^^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고 작은 input들이 모이면.. 처음에는 그런 input들이 서로 연관성이 없어보이고 원리가 잘 보이지 않고 따로 노는듯 보이지요. 아이들이 영어를 접할 때도 그럴 수 있습니다. 엄마에게서, 비디오를 통해, 책을 통해 접하는 영어 표현들이 서로 개별적으로 느껴지고 그 안에서 원칙이나 원리를 발견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득도'의 즐거움을 아이도 느낄 수 있을거에요. 엄마의 몫은 그런 순간에 이르기까지 아이를 꾸준히 지켜봐주고 격려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겠지요. 저는 고등학교때 3년간 불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고, 학력고사도 불어과목으로 치뤘습니다. 대학교에서 1년간 또 불어과목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수강했구요. 제 가물가물한 기억에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제법 많은 불어 단어와 표현들, 문법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몽땅 다 잊어버려서 제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Merci Buceau (철자 틀린것 같네요.. 흑흑흑) 정도 뿐입니다. 아마 고등학교때까지 영어과목을 배우고 대학교때부터 영어에서 손을 놓으셨던 많은 엄마들이 영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제가 불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정도와 비슷할 것 같아요. 누가 저에게 불어를 다시 해야 한다고 하면 저는 두려움이 앞설것 같네요. 막연한 불편함과 어려움.. 낯설음... 그런 느낌이요.. 그래서 저는 쑥쑥의 많은 엄마들이 진정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훌륭한 분들이시고, 아이들을 위해서 다시 영어책을 집어들고 공부하는 쑥쑥의 많은 엄마들은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활영어책을 보면 각 표현들이 서로 따로 노는것 같고, 문법적인 원리가 잘 보이지 않고 뭐가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고.. 그런 느낌일것 같아요. 그런데요... 지금의 이런 노력들이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면 언젠가는 분.명.히. '득도'의 깨달음이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신랑은 술 먹느라 아직 귀가 전이고.. 영환이는 실컷 놀다가 쓰러져 자는 야심한 밤에 쑥쑥에 들어와 오늘도 몇자 적습니다. 앞으로도 쑥쑥에 도움이 되는 그런 young이고 싶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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