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에 갈 일이 자주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나이까지 영어공부를 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처음 미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에 비교하면 지금 저는 상당히 느긋합니다. 마음에 드는 식당에 불쑥 들어가 밥을 사먹을 수도 있고, 오다가다 만난 사람과도 잘 떠듭니다. 전화통 붙잡고 이것저것 묻습니다(가끔 잘 못 알아듣기도 해요). 내심 영어 실력이 늘어서일까 생각해봤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답은 ‘경험’입니다. 영어실력보다는 나이 들어서 눈칫밥으로 얻은 경험, 즉 문제해결 능력때문입니다.
바꾸어서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애들이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영어사용국에 던져놓으면 잘 살아갈 것인가? 우리 애들이 부모들보다 영어를 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야 부정사, 동명사 배우다 말았지만 요즘 애들은 조기영어교육 붐을 타고 맹렬 훈련을 받은 덕입니다. 그렇다고 그 애들이 전기세가 많이 나왔다고 항의를 하겠습니까? 자동차 사고가 나면 경찰이나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겠습니까? 어설픈 영어로 단어 몇 개만 늘어놔도 어른들이 그런 일을 처리합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다른 예를 봅시다. 교포들이 요즘 한국에 다시 귀국해 직장생활을 합니다. 제가 주로 만나는 교포는 영어선생입니다만. 저는 걔들(?) 앞에서 영어하는 게 제일 싫습니다. 내 영어는 군데군데 몇 퍼센트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쓸모는 제가 더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국말로 영어를 잘 설명하거든요. 표현을 설명해도 아이들 발달 단계에 맞추어 예를 들고, 어려운 이론을 다뤄도 대학생들 이해도에 맞는 생활 속 예를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영어구사자 중에서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더 좋은 직장을 구하는 실정은 무엇을 말할까요?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미국서 자라는 한국아이들을 부러워 마시라는 겁니다. 경쟁력은 우리 아이들이 더 있습니다. 흔히 들으시는 말이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안목을 길러주십시오. 그리고 국어 실력을 잘 닦아주십시오. 신문 사설을 척척 읽고 문어체와 구어체를 잘 구분해 적재적소에서 국어를 멋지게 구사하게 하셔야합니다. 제가 아는 유명한 통역관 두 명은 외국서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외국서 고등학교 나온 통역보다 훨씬 비싼 서비스료를 받습니다. 국제회의 석상에서 점잖게 구사할 한국어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문제겠지요? 공략을 이렇게 하십시오. 첫째, 아이들의 읽기 수준은 높여 주십시오. 최근의 정보와 지식은 바로바로 섭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읽기실력 높이기는 수월합니다. 종래의 방식대로 단어를 많이 익히고 동화와 작품을 많이 읽으면 되니까요. 둘째, 쓰기는 이메일을 쉽게 쓸 수 있는 정도로 하십시오. 이메일은 복잡하게 쓰지 않습니다. 중학교 2학년 교과서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보고서 쓰기는 자기 전문분야에서 필요한 사람이 훈련받아 하면 됩니다.
세 번째로 듣기와 말하기는 Globish면 됩니다. Global English가 합해진 신조어인데, 가장 흔히 쓰는 영어 단어와 구를 주로 쓰는 단순화된 영어(a simplified form of the English language that uses only the most common English words and phrases) 입니다. 그렇다고 브로큰 영어는 아닙니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주고받는 한국어가 그리 어렵지 않듯 자연스러운 표현이되 속담, 유행어 등은 없는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제 영어가 비교적 덜 콩글리시인 이유가 저는 눈치 빠르게 글로비시를 익혔습니다. 따라서 외교관이나 고매한 학자가 쓰는 복잡한 표현, 고문서에 나오는 어려운 어휘에 관해서 저는 상당히 무식해졌습니다.
그래도 영어를 구사하며 한국 밖 사람들과 우정을 맺고 사는 이유는 제가 콩나물 값 계산할 정도의 수학실력으로 살아도 문제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고난도 수학이나 수학 이론은 수학자나 전문가 할 일입니다.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학 이론을 발달시킬 전문가가 아니라면 우리 아이들은 글로비시를 배우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지금 여러분이 하고 계신 영어교육법이 맞습니다. 어린이 영어동화를 들려주고, 비디오를 보게 하고, 간단한 표현을 익히게 하면 됩니다.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영어를 써야할 상황이 되면 자연스레 실수해가면 <영어사용기술>을 익히고 쓰게 됩니다.
아차, 시험이 있군요. 그건 중학교에 가서 고민하십시오. 초등학교까지 실컷 듣고, 보고, 동화 읽히다 보면 시험 영어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제 말을 한 번 믿어 보시라니깐요. ^^


쑥쑥몰
체험이벤트















Finger Point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