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은 배우고 익히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단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관련된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추는 과정 전체가 학습이 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순간에 학습이 이루어질까요?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이루어질까요?
-자신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루어질까요?
-답을 '맞추는' 과정에서 이루어질까요?
-틀린 답을 '고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까요?
-오답 노트에 '적는' 과정에서 이루어질까요?
보통(학원/집/학교 등에서 이루어지는)의 경우, 학습은 곧 '설명을 듣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설명을 잘 들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분명히 설명을 들었으면서도 다음 문제를 틀리게 되면 야단을 치지요.
"아까 설명할 때 뭐했어? 똑바로 들었어야 할 것 아냐?"하면서 말입니다.
기초적인 설명만 듣고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면 그 아이가 푼 문제는 극히 제한적인 문제(설명 안에 풀이가 들어있는)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 문제를 풀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설명을 듣고 풀었다면 이 또한 매우 제한적인 형태의 문제일 것입니다.
아이가 그 단원에 제시된 순서대로 나열된 개념(또는 원리)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난 다음 곧바로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하기 원한다면, 아마 설명이 길어질 것입니다. 하나하나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만, 다음의 문제를 술술 풀어댈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게 길들여진 아이는, 설명을 듣지 않고는 문제를 풀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맨 땅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내기는 힘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학습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고, 그것 자체가 곧 학습입니다.
겨울 방학 중인 현재, 전국의 아이들 중 다음 학년 예습을 하는 아이들이 꽤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엄마(또는 교사)로 부터 문제집 안에 박스 처리된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어지는 문제를 아이가 푸는 식으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일 것 같구요.
이 때 아이가 문제를 풀다 틀리거나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당연히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모르는 아이가 답답하게만 여겨지시는지요.
하나도 틀리지 않고 문제를 다 맞추는 아이를 기대한다면 혹시 아이가 천재이길 바라는 건 아닌지요.
틀리면서 알아가는 것도 '학습'일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설명을 듣는 단계가 학습이고 채점은 곧 아이가 얼마나 알고 있는 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 지요?
이처럼 학습과 평가를 따로따로 본다면 (불행하게도) 아이들이 해야 할 내용이 너무나 많아집니다.
무슨 말이냐면, 설명을 듣고 문제를 플고 설명을 듣고 문제를 풀고 다시 설명을 듣고 문제를 풀고...이렇게 해야 문제를 잘 풀꺼라는 믿음 아래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문제가 아주아주 많아지게 될 꺼라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어 봅시다.
친절한 설명이 전혀 없이 다짜고짜 문제를 풀어 보면서 문제의 보기들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가고 어렴풋이 개념이 생긴 후, 처음의 박스 안에 있는 설명들을 보게 하는 건 어떨까요?
이는, 연역적인 학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귀납적인 학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틀리는 문제에서도 배우기 때문에 문제를 푸는 행위, 채점을 하는 행위, 설명을 듣는 행위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채점을 하는 것은 학습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정 내에서든 가정 밖에서든, 학습은 사라지고 평가만 남은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부디 교육 현장에서의 교수 학습 행위들이 '평가'가 아니라 진정한 '학습' 위주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