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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개월+19]정동극장의 가무악극 "연오랑과 세오녀"

  • 봉황
  • |
  • 2002-06-12

1!@#$
[2002년 6월 6일 목요일]



6월 5일부터 가무악극 연오랑과 세오녀(~6월 30일까지)가 정동극장에서 시작되었다.
사랑티켓을 끊어 놓아 예매가 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시작한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공연이라 여유있게 공연장으로 갔는데 우리가 들어갔을 때도 거의 뒷자리였고 그나마도 금방 다 매진되어 중간 층계에 앉아서 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정등극장은 객석의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맨 뒷자리에서도 잘 보인다.
사랑티켓 15,000원짜리 두개를 끊으면 A석 공연을 10,000원으로 볼 수 있다.

................................................................................................................................................

팜플렛을 보며 아이가 말한다.
?_blank"엄마, 이거 견우와 직녀야?"
"아니..연오랑과 세오녀야..엄마가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 해줄까? 오늘 이거 볼건데..미리 듣고 보면 이해도 더 잘되고 재미있겠지?"
"연오랑과 세오녀가 착한 사람이야?"
"응..들어봐..신라시대에 연오랑과 세오녀가 부부로 살았는데 연오랑이 고기잡으로 갔다가 사라졌대. 그래서 세오녀가 바다로 연오랑을 찾아나섰다가 우연히 일본이란 나라까지 갔는데..거기서 연오랑을 만났대. 그래서 둘이 일본의 왕과 왕비가 되었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갑자기 해와 달이 사라져서 깜깜해졌대. 그래서 연오랑과 세오녀한테 가서 얘기하니까 세오녀가 비단을 줘서 그걸 갖고 우리나라에 오니까 다시 우리나라게 밝아졌대."
"어..저기도 해하고 달이 두개 있는데.."
"아..저기 십장생도에..저 해와 달이 연오랑과 세오녀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지면 같이 사라진대.."
이렇게 아이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국악연주단의 지휘격인 소년이 큰 북을 둥둥둥 두드리니 공연의 서곡처럼 연주가 시작되었다.

................................................................................................................................................

청소년으로 이루어졌다는 온누리국악예술단의 연주는 본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것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였으며..신명이 절로 났다.
처음엔 어린아이들이네..하는 생각에서 정적인 연주가 아닌 동적이고 흥이 절로 베어나오는 연주였기에 공연이 시작되었음에도 한참동안 연주하는 모습에 더 시선이 갈 정도였다.
특이하게도 양쪽 손목 끝에 매달린 하늘하늘한 천들이 연주할 때마다 움직이면서 웅장함 속의 부드러운 조화같이 보였다.
대북을 양쪽에서 두드리고 피리를 불고..가야금 선 위에서 춤을 추듯 신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꼭 보러 가라고 얘기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열정적이고 훌륭했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나와 사랑의 대화를 하듯 노래를 하고 객석은 미역밭도 되었다가..가운데 좌석 앞부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물고기 떼가 되어 그물에도 걸렸다가..관심이 충분히 쏠렸다.
연오랑이 탄 배가 폭풍소리와 함께 가라앉는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가슴이 시큰거리는 것이 안타까운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 부분이 제일 인상에 남지 않았나..생각한다.
배가 가라앉으며 뒷 무대의 막이 내려지고..다시 밝아지면서 나타난 화려한 물속 세계..
파란 천을 매달아 이리저리 타고 다니며 묘기를 부리던 모습과 물고기들의 춤..근데 이 부분에 의외로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기도 하다. 하긴...볼거리라는게 있기도 하니까..
바다속에서 배가 발견되고..고래등에 타고 육지로 올라온 연오랑..연오랑이 지닌 거울때문에 그를 왕으로 추대하는 섬나라 사람들..거울이 객석으로도 휘익 하고 반짝거릴때 현지는 무척 재미난 모양이다.
역시..보는 공연이 아니라 참여시켜주는 공연이 호기심과 흥미를 복돋아주는 것 같다.

해(海)신이 세오녀에게 보내는 세레나데는 정통설화를 읽어보지 못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나에겐 조금 부담스럽고..전혀 해신의 이미지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라도 세오녀의 낭군이 살아있다는 걸 알면서 유부녀를 꼬시려고 하다니..ㅎㅎ
어쨋든 세오녀가 짠 비단이 바다를 가로질러 건널 때는 관객 모두가 바다의 파도가 된 듯 했다.
현지는 한번이라도 더 머리 위로 지나가는 천을 만져보려고 일어나 콩콩 뛰었고 다른 아이들..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TV광고에서 ?_blank"이제는 폴란드입니다."하면서 지나가던 태극기 물결을 경험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
연오랑과 세오녀가 만나는 장면에서 "엄마, 둘이 만났어..행복하겠다~"그런다.

현지는 해신을 보고 마녀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여기저기서 마녀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뒷머리에 둘러쓴 탈을 쓰고 나온 시라기무라 섬나라 사람들의 뒷모습이 뒷모습인지..앞모습인지..몰라하며 갸우뚱 하기도 했다.
"저거..뒷모습이야..탈을 머리뒤에 쓰고 뒤돌아서서 행동하니까 진짜 앞모습 같다..그치?"

솔직히 배우들의 노래가 매끄럽지 않고 실수도 조금씩 보이기도 했고, 해신의 몸짓이 너무 과장되어 보이기도 했다.
섬나라 사람으로 나온 사람들 중 연희단 패거리 공연을 보면서 낯이 익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연기는 볼 때마다 그리도 똑같은지 마음 속에 실망을 주기도 했다.
해와 달이 없어져서 벌어지는 헤프닝의 표현이 노골적이고 괴성만 들려서 무척 신경에 거슬렸고, 이 부분때문에 극에 대한 좋은 인상이 비틀거리기도 할 정도였다.
아이도 귀를 막고는 "엄마, 자꾸 누가 소리를 질러" 그런다.
"해와 달이 없어져서 사람들이 놀라서 그러는건데..너무 소리를 지른다..그치?"

마지막 장면에서 전 배우들이 나와 "해야 솟아라"를 합창했을 땐 국악음악과 어우러져 웅장하고 새로운 역사가 태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암시해주어 박수와 환호성으로 공연을 마쳤다.

................................................................................................................................................

아이들도 많았는데 재미있어 하는 표정들.."엄마, 진짜 재밌어.."하는 아이들..
"엄마 연오랑과 세오녀는 착한 사람이고 또 누구였지? 마녀?"
"아니..바다의 신..해신.."
"그래..해신은 나쁘지?"
"아니..해신은 바다를 지키느라고 위엄있어서 그런거야. 나중엔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바다를 건너게 도와주잖아. 다 착한 사람들이야. 어때 재미있어?"
"응..재밌어"
"엄만 연오랑과 세오녀보다 북 두드리고 피리불고 가야금 연주하던 게 훨씬 더 좋던데.."
"나도 피리부는거 좋았어"

뱃노래..별신굿은..전통적인 느낌을 많이 주었고, 배우들의 아리아나 이중창은 현대적이기도 하고 연주가 한국적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던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공연이었다.
특히 온누리 예술단이 연주도 하면서 중간중간 왜사람들의 탈을 뒤집어 쓰고 연주도 하다가..물고기처럼 하늘거리는 의상을 입고 연주도 하다가..하는 연기자와 연주자의 이중적 역할까지도 공연의 분위기를 이끈 것 같다.
아직도 대북을 두드리고..피리를 멋드러지게 불어대던 소년의 연주와 온누리연주단 아이들의 연주모습이 인상깊게 맴돈다.
약간씩 흔들리던 가창력..지나친 소음같은 괴성과 자칫 적나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던 설정(어둠 속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을 몰아붙여 눕히고..그랬던 부분)만을 제외한다면 익숙하게 접해왔던 전통 설화를 웅장한 국악연주와 함께 쉽게 다가서서 감동 받을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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