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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9일 토요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
미래소년 코난, 원령공주, 마녀배달부 키키, 토토로..내가 접했던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은 이게 전부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맑고 선하다.
원령공주는 처음에 현지와 같이 보다 너무도 끔찍한 장면들이 자꾸 나와 아이 없을 때 혼자봤지만 마녀배달부나 토토로는 밝고 싱그러운 상상력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기에 현지가 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개봉되자마자 더빙상영관을 찾았다.
다행히도 내가 주로 가는 강변CGV에서 오전타임에 배정되어 있어서 전날 가서 미리 예매를 했다.
그곳에서 가져온 카달로그를 보여주며 "얘가 센인데..신들이 사는 나라에 들어가 치히로가 되는거야..센하고 치히로는 똑같은 애지만..사는 곳도 다르고 행동하는 것도 다르대..
토토로 알지? 그거 만들었던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이야." 하고 얘기를 했다.
제목이 처음 잘못된 줄 알았다.
치히로가 되는 센의 행방불명..이정도의 원제를 우리말로 바꾸는 과정에서 "센과 치히로"로 정리한 걸까..혼자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지만..센과 치히로는 같은 아이지만 서로 다른 공간의 다른 인물로 묘사되어 센하고 치히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 나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나는 영화 속의 환경에 대한 문제와 자아를 찾아가는 정체성..뭐 이런 것을 보면서 약간의 안타까움과 안도감 등을 느끼고 가끔 재미있는 캐릭터들의 행동에 웃기도 했지만 현지에게 의미를 느끼게 하기엔 영화가 너무 어렵다.
처음 동굴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아이가 몸을 움크리고 바싹 붙어 앉더니 동굴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도는 음악을 듣고는 눈까지 가려버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조차도 화면과 내용의 낯설음때문에 왠지 모를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엄마..괴물이 나왔어..나 무서워.."
"엄마..괴물이 나 잡아먹어.."
몸을 움츠리고...소리는 안냈지만 눈물까지 나온다.
처음 본 괴물같은 신들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가 그거 몇분 봤다고 나중엔 익숙해지기까지 한다.
센을 보면서.."엄마, 쟤네 엄마 아빠가 돼지로 변했어~~"
"남의것 허락도 안받고 맘대로 먹으니까 그렇지"
"엄마..저거 마쿠로스지.."
"응..막쿠로 크로스께..어디서 나왔었지?"
"토토로에서 나왔었잖아.."
"그래..이거 토토로 만든 아저씨가 만든거야..그래서 그 친구들도 나왔나보다"
"엄마..새가 아니라 종이네? 종이가 어떻게 날아다녀?" 하면서 말도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하고..
음악은 장면의 느낌만 조금씩 남아있을 뿐 별로 기억에 남는게 없지만 재미있는 장면들과 캐릭터들의 애교스러움이 곳곳에 베어있는, 아이들이 긴장감 속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기에 어린 아이들도 그 재미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현지가 캐릭터가 주는 가벼운 표현만 받아들였다 해도 영화에 대한 재미는 찾은 셈이지만 내용까지 다 이해하려면 4~5세는 좀 어린 듯 싶다.
오물신의 몸속에서 튀어나왔던 갖가지 인간의 쓰레기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고..얼굴없는 신 카오나시의 소외된 인간의 모습에서 안타까움도 느꼈지만..하쿠가 자신의 원래 이름을 찾는 장면에서의 신비함..용비늘이 챠르르 떨어져 나가며 하쿠로 돌아오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니기하야미 고하쿠누스"
하쿠가 자신의 원래 이름을 되찾은 장면까지 포함해서..
신이름 같다고 한 센의 말처럼 신비스러운 이름..이름 또한 인상적(뭐..일본 이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건 없지만..)
"어쩜..용이 저렇게 멋질 수가 있지..? 현지야..용이 정말 너무 멋지다.."
"나도 하쿠용이 멋져"
영화를 보고 나오니 괴물이 나와서 무서운데 그래도 재미있었댄다.
"난 센언니가 젤 좋아. 엄마..센언니네 엄마 아빠가 돼지로 변했는데..린언니가 도와줬잖아..린언니 정말 이쁘다.."
"또 누가 센을 도와줬었는데..? 누군지 알아?"
"누구지?"
"용으로 변했던.."
"하쿠!! 하쿠가 용으로 변신해서 입에서 얼마나 피가 잔뜩 났는데..
창문에 피가 막 났어. 종이가 날아다니고 그 종이가 센언니 밑에 붙었어. 그리고 하쿠가 깨진 모양이 유리가 되서 바람이 불었어~~"
이장면은 용이 된 하쿠가 이름을 찾으면서 비늘이 날아가버렸던 장면을 말하는거다. 비늘이 유리처럼 소리내며 바람에 날아가는 모습이 현지에게도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너무 맘에 든다..대단한 작품이다..뭐 이런건 모른다.
그냥 긴장하면서..어색한 일본문화를 접하고..일본의 신에 대한 의미를 적당히 상상해가며..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환경이나 인간의 소외..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조금은 동감하기도, 이해하기도 하면서 미야자키 감독의 애교스런 캐릭터들의 행동에 더 감탄하고 더 즐거워한 단순한 관객이었을 뿐이다.
토토로보다 긴장감이 더한건 사실이지만 난 잔잔하고 따스한 토토로가 보여준 상상력이 더 맘에 든다.
나는 평화롭고 밝은 톤의 토토로를 훨씬 좋은 영화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영화 문외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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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온 후..그림의 변화..
"돼지가 콧구멍이 아주 많은데..그 콧구멍에서 벌레들이 많이 많이 나오는 그림이야.."
"엄마..이건 물고긴데..물고기가 뿔이 나서 그 뿔에 눈이 달린거고..수염도 세개나 달렸어.."
신이라고 얘기를 해줘도 자기딴에는 흉측한 생김새가 괴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림을 그리는데 부쩍 괴물을 그리는 횟수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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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가 잘 알아들으면서 볼 수 있도록 더빙으로 봤지만 원작은 원어로 보는 것이 제맛.
"현지 시마지로 알지? 시마지로도 일본 호랑이잖아. 시마지로가 하는말은 일본말이고..일본국기 봤지? 오늘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우리말로 안나오고 일본사람이 말하는 소리로 나올거야."
"엄마..근데 저번에 봤는데 왜 또봐?"
"저번엔..현지 보라고 우리말로 된거 본거고..오늘은 엄마가 볼거야. 일본사람이 만든 작품이니까 일본말로 된 영화로 다시 보려고"
같은 영화인데도 반복해서 본 느낌은 아니다.
전혀 모르고 본 더빙판..그리고 자료를 충분히 찾아 읽고 음악을 미리 여러번 다시 듣고 간 원작의 영화..두편을 접한 것 처럼 영화에 대한 느낌까지 달랐다.
실제로 더빙으로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와는 달리 원어의 엄마는 더 다정한 말투가 느껴졌다.
유바바의 아이 보우의 목소리도 더 아기같았던 것 같고..우는 소리가 더빙판보다 좀 어색하게 들리긴 했지만..
아무리 실력있는 성우의 더빙이라 할지라도 오리지널이 더 작품의 의도와 가까울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는 나에겐 다시 본 센과 치히로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현지는 "엄마, 저번엔 무슨 소린지 알아들었는데 오늘은 무슨 소린지 못알아듣겠어" 답답한 심정을 보여줬지만 내용은 대충은 알아 나름대로 그림만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엄마, 센 엄마 아빠가 돼지로 되잖아..그치?"
"엄마..저거 하쿠용이지..하쿠.."
처음엔 음악도 낯설기만 했는데 더빙으로 본 후 집에 돌아와 "또다시"라는 음악도 많이 들어보고 다시 가니 음악이 귀에 들어오고 훨씬 부담을 덜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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