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이 모이거나, 동네 엄마들이 모이면 은근슬쩍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가 공부 잘 하지?"
또는,
"공부 잘하고 똑똑하니 얼마나 좋아?"
이런 류의 질문은, 은근히 '떠보는' 말이다.
그 집 아이가 언뜻 보니 꽤 잘 하는 것 같아 보이는 데, 진짜로 잘하고 있는 지 직접 듣고 싶어서 묻는,
일종의 제스츄어다.
이럴 때는 대답을 잘 해야 한다.
"뭐, 그럭저럭..."
이렇게 대답하면 상대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진다.
"그럭저럭이라고 하는 걸 보니...아유, 잘 하는 구만!"
하는, 약간의 시샘이 섞인 한 마디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잘하긴요, 그렇지도 않아요."
라고 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다시 물어온다.
"지난 번 시험도 잘 보았을 거 아냐?"
점수가 몇 점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여기다 대고,
"쟨 만점을 못 받아요. 이번에도 또 1개를 틀려가지고..."
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 가슴에 불을 지르는 행위이므로 삼가해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대답은,
"보기엔 잘 해 보여도 헛똑똑이에요. 이번에도 80점을 간신히 넘었다니까요."
하는 류의 대답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번에 분위기가 온화해진다.
경계의 시선으로 이것 저것 떠 보던 그 사람은, 비로소 넉넉하고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아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위해서 내 아이를 낮추어 이야기하다 보면, 슬며시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그렇다고 억지로 잘하는 척을 하다보면, 엄마의 바램에 미치지 못하는 내 아이가 얄미워서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저런 몇 번의 경험으로 내 아이가 그다지 잘난 데가 없음을 깨달은 사람들은 미리 방패를 치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냥 놀고 다녀요."
하며 내놓은 자식 취급해 버리는 것. 그게 속편하다는 것을 이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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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지, 못하는지 그게 왜 궁금할까?
남의 아이가 무얼 잘하는 지, 얼마나 잘 하는 지,
그게 그렇게 궁금할까?
남의 집으로 향하는 시선을 거두어 내 아이를 보자.
내 아이나 자세히 들여다 보자.
엄마가 남들 앞에서 자기에 대해 어떻게 과대선전하는지, 과소평가 하는 지를 알고 의기소침해 있는,
내 자식이나 잘 보듬어 주자.
제발, 비교하지 말자.
아이들은 열 두가지 무지개 색이다.
다양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보아 주자.
그려면
시샘하는 마음도, 속상한 마음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 그 마음만 남을 것이다.....